악녀가 드라마 대상을 타다니

등록 2009.12.31 11:02수정 2009.12.3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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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연기대상에서 <선덕여왕>의 미실-고현정이 대상을 받았다. 과거 드라마 <태조 왕건>에서 주인공보다 더 인기 있었던 궁예(김영철)를 제치고 왕건(최수종)이 수상한 것과는 다른  것이었다. 수상의 배제는 악당이라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주연이 아니라서 그런 것일까. 제작비 때문에, 어떤 때는 한류 스타 때문에 밀리기도 했다.

MBC에서 <하얀거탑(2007)>의 악당 장준혁(김명민)은 드라마 대상을 타지 못했던 적이 있다. 담덕(배용준)의 <태왕사신기>에 밀려 버렸고, 김명민은 많은 인기와 좋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대상을 받지 못했으며, 김명민은 그 수상식에 나오지 않게 되었다.

이 때문에 많은 비판이 쏟아졌다. 한류 스타 배용준 권력에 무너진 문화방송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물론 거대한 제작비를 들였고, 일본의 한류를 생각한다면, 혹은 사업자 배용준의 힘을 생각한다면 예우를 해주어야 했다.

그것은 결국 드라마 자체에 대한 평가 혹은 배우 연기에 대한 평가는 아니었다. 한국의 드라마 시상식이 작품 자체로만 평가한 적은 드문 게 현실이기도 하니 무감각해질 수도 있겠다.

2008년 악당(?) 강마에가 비록 공동수상이지만 대상을 탄 적은 있다. 악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하얀거탑>의 장준혁은 엄연하게 주인공이었고, <베토벤 바이러스>의 악당 강마에(김명민)도 역시 주인공이었다.

드라마 <선덕여왕>의 미실은 조연이다. 더구나 미실은 악녀다. 악녀는 시청률을 올려주고 철저하게 외면당하는 것이 한국 드라마의 현실이었다. 자신의 꿈과 이상을 논하는 여성은 대개 악녀로 그려지고, 대중은 그 악녀에 열광하는데 비해 시상식은 그녀들을 외면해 왔다.

물론  <선덕여왕>은 200여억원의 대형 제작비가 들어갔다. 하지만, 광고수입만 총 433억원으로 제작비의 2배를 벌어들였다. 그런 면에서 예년의 경우라면 주인공인 선덕여왕-이요원에게 대상이 돌아갔어야 한다. 하지만 문화방송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물론 주인공으로 많은 애를 쓴 이요원이지만, <선덕여왕>을 이른바 반석(?)위에 올린 것은 미실- 고현정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광고 수입의 큰 부분은 미실이었다고 할 때, 그 인기와 관심은 정작 주인공 이요원이 아니라 고현정에게 모아졌다. 가뜩이나 힘든 사극 촬영에 주인공 덕만-이요원이 마음 고생을 했을 터다. 어쨌든 연기는 연기, 현실은 현실이고 결과는 결과였다.

무엇보다 2009년 MBC 연기대상에서는 악녀가 드라마 대상을 탔다. 이것은 초유의 일이며, 긍정적이기도 하다. 더구나 이번에는 강마에와 달리 공동수상이 아니라 미실-고현정의 단독수상이다. 앞으로도 악당 캐릭터도 대상을 받는다면 이제 악녀도 수상을 해야 한다. 악녀 역할만큼 심도있는 연기력을 필요로 하는 캐릭터도 없다. 단순히 선악의 이분법적 기준으로 시상을 하던 문화도 사라질 필요가 있다. 이는 KBS와 SBS연기 대상이 반영해야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악녀라 해도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대중적 함의점을 충분히 보여준다면 능히 상을 받아야 한다는 선례가 되어야 한다. 단지 주인공이기 때문에, 많은 제작비를 들였기 때문에 당연시 상을 주는 것과 이제는 거리를 두어야 한다.

작품은 작품 그대로 평가하고, 연기상은 연기대로 해주어야 한다.

하지만 아직도 시청률이 놓은 드라마의 연기자들만이 상을 휩쓸어버리는 것은 여전히 고질병이며, 이번에도 공동수상이 남발되었다. 김남주의 <내조의 여왕>과 미실, 이요원, 엄태웅, 김남길의 <선덕여왕>의 독무대였다.

예컨대 <히어로>의 이준기라는 배우가 수상을 하나도 못한 것은 시청률에 너무 기울어진 시상식이라는 점을 여실하게 보여주었다. 백윤식도 아깝다. 사실 많은 히트 드라마가 없는 문화방송의 고민도 있겠다. 시청률 지상주의는 여전하고 이는 오늘 열리는 KBS연기대상이나 SBS연기대상도 마찬가지겠다.

자칫 한국에서 상을 받는 것은 로또 복권과 같다. 연기와 열정에 관계없이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를 잡으면 상을 받기 때문이다. 쉽지 않다. 이번에 상을 받았다고 다음에 그 실력이나 노력에 비례하여 받는 것은 없다. 모든 것이 운에 맡긴다면, 시상의 권위상은 사라진다.

덧붙이는 글 | 티스토리에 올린 글을 수정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티스토리에 올린 글을 수정했습니다.
#미실 #선덕여왕 #고현정 #KBS 연기대상 #SBS 연기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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