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고사 거부' 해직교사 해임처분 취소 결정

서울행정법원 31일 판결... 서울시교육청 항소 여부 주목

등록 2009.12.31 10:39수정 2009.12.31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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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고사 거부를 이유로 해임된 김윤주(오른쪽) 전 청운초교 교사가 재판정에 들어서기 직전 "매우 떨린다"고 심정을 밝히고 있다. ⓒ 김도균


[기사 보강 : 31일 오전 11시 45분]

해직교사들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은 까닭
'절반의 승리'... "더 열심히 싸우라는 격려"
'좋은 꿈이라도 꾸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윤주(전 청운초) 교사는 "선잠을 잤다"고 웃으며 대답했다. 김 교사는 "어처구니없는 행정처분에 대해 사법부라도 제대로 된 판결을 내려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행정법원 101호 법정은 50여 석의 방청석은 물론 출입문 앞까지 120여 명의 방청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일제고사와 관련해 징계를 받은 교사들에 대한 첫 판결이라는 의미 때문에 취재진들과 교사들이 몰려든 것이다.

"2009 구합 19328, 원고 송용운 외 6명이 서울특별시 교육감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 취소 사건 선고를 하겠습니다."

판사가 30여 분에 걸쳐 판결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원고들에 대한 해임처분을 취소한다"고 말하자 법정 안은 환호와 박수소리로 가득 찼다.

하지만 법원의 승소 판결에도 불구하고 해직되었던 교사들의 얼굴이 밝지만은 않아보였다.

이날 재판부는 '학업성취도 평가'가 위헌이나 위법이 아니며 교육과학부 장관 고유의 권한에 속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일제고사 감독을 거부하거나 일제고사를 사실상 반대하는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발송한 것은 공무원의 성실복종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절반의 승리를 거둔' 해직교사들은 복직하더라도 '불법적이고 사회적으로 합의되지 않은' 일제고사 폐지를 위해 다시 나서겠다고 밝혔다.

최혜원(전 길동초) 교사는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일제고사가 여전히 남아 있다면 우리는 다시 이 자리로 돌아오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오늘 판결은 우리가 가슴 아프게 했던 그 말을 다시 되새기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 교사는 특히 "일제고사가 사라지지 않아서 이 추운 겨울에 다시 이 자리에 설지라도 아이들 앞에 부끄럽지 않아야겠다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윤여강(전 관양중) 교사도 "학부모들에게 서신을 보내서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해 알려주고 의견을 물어본 과정은 사실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며 "(일제고사가) 아이들의 의견, 학부모들의 의견, 교사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보고 반영된 것이라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윤 교사는 "정말 아이들을 통해서 경쟁력을 높이고 싶다면 경쟁을 더 심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봐주고 인정하고 존중할 때 아이들 스스로 공부하려는 마음을 가지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상용(전 구산초) 교사는 "학교로 돌아가게 되었지만 일제고사가 살아 있어 마음이 가볍지 않다"며 "오늘 판결을 저희들이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 일제고사에 맞서 더 열심히 싸우라는 격려로 알고 힘차게 앞으로 더 열심히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일제고사가 계속 치러지는 한 교사들의 반발과 징계의 악순환은 되풀이될 듯했다.

일제고사 거부를 이유로 해임된 교사들이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한 해임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 2부(한승 부장판사)는 31일 송용운·정상용·윤여강·김윤주·박수영·설은주·최혜원 교사에 대한 서울시교육청의 해임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이들 교사들은 지난해 12월 학생들에게 '일제고사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안내했다는 이유로 서울시교육청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파면·해임됐다. 이에 교사들은 지난 5월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해임처분 취소 청구 행정소송을 냈다.

이날 재판부는 "이 사건 이전과 이후에 일제고사 감독을 거부하거나 일제교사를 반대하는 가정통신문을 발송하는 등 (해직교사들과) 유사한 행위를 한 교사들에 대해 견책에서 정직 3월의 징계가 내려지는 등 다른 경우와 비교해볼 때 해임의 중징계를 한 것은 지나치게 무거운 것으로서 징계권 남용이라고 볼 수 있다"고 판결했다.

또 해직 교사들의 행위가 "교육청이 징계 근거로 든 '성적 조작 또는 성적 관련 비위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일제고사가 위헌ㆍ위법이라거나 시험 거부 행위가 성실의무 등 교사의 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일제고사를 거부한 행위 자체는 공무원의 성실복종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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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고사 거부를 이유로 교사들을 해임한 것은 교육청의 '징계권 남용'이라고 서울행정법원이 31일 판결한 직후, 해직교사들이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김도균


재판부 "교육청, 징계권 남용... '성적 관련 비위행위'로 보기 어렵다"

판결 직후 김윤주(전 청운초교) 교사는 울먹이면서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하고 왔지만, 가슴이 벅차다. 한마음으로 도와준 주변분들에게 감사한다"며 복직의 길이 열린 것을 기뻐했다.

이어 김 교사는 "다시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번 경험이 다시 교단으로 돌아갔을 때 자신감을 가지고 아이들을 더 따뜻하게 돌볼 수 있는 자양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용운(전 선사초교) 교사는 "당사자들을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고통으로 내몰았던 문제의 근원은 일제고사"라며 "법적 근거도 없고 사회적 합의도 없이 밀어붙였던 일제고사는 즉각 폐지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송 교사는 "우리 7명의 해직교사 뿐만 아니라 학생, 학부모, 온 국민을 혼란 속으로 몰아넣은 책임이 있는 교육 관료들에게 엄중하게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혜원(전 길동초교) 교사도 "이 소식을 해직의 아픔을 같이 겪었던 제자들과 나누고 싶다"며 "아이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게 살겠다는 결심을 앞으로도 잊지 않고 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일제고사를 반대하는 서울시민모임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는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임 취소'라는 오늘의 판결은 당연히 예상되었던 결과"라며 "징계로 7명의 교사와 제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40만 교원의 양심을 일거에 짓밟은 자들은 응분의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교육청은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7명의 교사들을 즉각 복직 조치하여 일제고사 부당징계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며 "일제고사가 폐지되는 그날까지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판결로 교사들은 학교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서울시교육청이 항소할 가능성이 높아 최종 결과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 서울시교육청 교원정책과 관계자는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논의가 필요한 중요 사안이니 여러 관계자들과 충분한 검토를 한 후에 항소 여부에 대한 최종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해직교사 #일제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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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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