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밀어낸 다음뷰, 비판지성 위축된 블로고스피어

[2009블로그결산] 방송언론장악 보다 무서운 인터넷-블로그장악

등록 2009.12.31 14:51수정 2009.12.31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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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블로고스피어에서 가장 나쁜 소식은 바로 다음 블로거뉴스가 뷰로 개편한 것이다. ⓒ 다음뷰

2009 블로고스피어에서 가장 나쁜 소식은 바로 다음 블로거뉴스가 뷰로 개편한 것이다. ⓒ 다음뷰

 

지난 2008년 6월 국민건강-생명 무시하고 미국산쇠고기 수입개방한 MB정부에 맞서, 양심있고 행동하는 시민들이 '세계가 인정한' 경찰의 폭압-인권유린에도 굴하지 않고 당당히 분노하고 토론하며 가슴을 뜨겁게 달궜던 촛불정국.

 

수만 수십만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촛불을 밝히게 했던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디지털-IT와 친근해진 시민들이 미디어의 주체가 되어 카메라-휴대폰-노트북을 들고 광장-시위현장에서 생중계 했던 인터넷방송과 동영상 UCC였다.

 

당시 기성방송언론의 소극적-굴욕적 소비자에서 적극적-비판적 정보와 편집-검열되지 않은 생생한 컨텐츠를 직접 생산하고 스스로 유통하는 네티즌-블로거-시민PD들의 활약은 가공할만한 미디어 지형의 변화를 일으켰다.

 

관련해 웹사이트 분석평가 전문 랭키닷컴의 당시 조사에 따르면, 대규모 촛불문화제가 진행된 2008년 6월 1일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 아프리카의 방문자수는 72만여명에 달해, 2주전 같은 요일 5월 18일과 비교해 108% 증가한 수치였다 한다. 또한 동영상 분야에서 꾸준히 1위를 지켜오던 판도라TV를 아프리카가 뛰어 넘었다 했다.

 

빅브라더-나쁜자본 공세에 취약한 인터넷-블로고스피어

 

2008년 4월부터 이어진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네티즌들의 관심은 인터넷을 통해 여론을 만들어 갔고, 5월 2일 다음 아고라의 방문자수가 전주 대비 111% 증가하며 아고라 토론방은 네티즌 정보 교류 및 화제의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블로그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목소리도 확산되었고, 여기에 촛불문화제 현장의 생생한 동영상까지 여러 사이트에 공개되고 경찰의 강경진압(촛불여대생 군홧발 등) 논란까지 일어나면서 웹(블로고스피어 포함)은 말 그대로 불타올랐었다.

 

그러자 아직도 치졸한 정치보복을 집요하게 일삼고 있는 MB정부는 2008년 8월 촛불정국이 이래저래 정리되자, 인터넷 통제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사이버모욕죄(권리침해신고), 인터넷실명제 강화(구글 유튜브에도 적용하려다 망신살), 저작권법-정보통신망법 개정뿐만 아니라 촛불정국을 이끌던 다음 아고라, 아프리카, 디시인사이드 등에 대한 공안당국의 압수수색-세무조사가 대대적으로 은밀히 벌어졌다.

 

네티즌-블로거들의 표현-언론의자유는 물론 개인프라이버시(이메일)까지 침해하면서 방송언론장악과 더불어 인터넷장악에 힘을 쏟아부었다.

 

몇가지 예를 들자면, 2008년 11월 17일 대표적인 인터넷 콘텐츠업체인 '디시인사이드'가 서버와 하드웨어를 압수수색당했다. 11월 3일에는 검찰이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을 "불법음원유통방조 혐의로 사법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10월 27일 UCC업계를 대표하는 판도라TV가 압수수색 당했다.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6월 16일에는 '정치적 희생양설'이 제일 먼저 제기된 나우콤 문용식 대표가 구속되기도 했다. 그에게 적용된 혐의는 역시 저작권 침해 방조였다.

 

겉으로 보기에 각기 다른 사안처럼 보이지만, 빅브라더가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금감위-국세청-경.검찰 등 권력기관까지 동원한 사실상 공안탄압이었다. 아이피까지 추적당한 다음 아고라 논객이었던 미네르바가 "국가가 침묵을 명령했다"고 말한 것과 다르지 않다. 통제-규제만 열올린 MB정권의 인터넷 장악의지를 어떤 이는 "네이버는 평정되었다"는 말로 대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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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사이트 판도라TV가 압수수색 한번 당하더니, 청와대 채널까지 만들어 MB정권 홍보에 일조하고 있다. ⓒ 판도라TV

동영상 사이트 판도라TV가 압수수색 한번 당하더니, 청와대 채널까지 만들어 MB정권 홍보에 일조하고 있다. ⓒ 판도라TV

 

2009 블로고스피어 가장 나쁜뉴스, 다음뷰 개편?

 

그렇게 평정된(?) 포털 네이버(기계적 중립을 택하며 네이버 뉴스캐스트 도입, 세무조사 등 피하고 돈만 벌겠다는 심산?)에 뒤이어 포털 다음마저 아고라를 중심으로 평정되기에 이른다. 아니 포털업계가 올해 MB의 '정치적 멘토'라는 최시중과 방송통신위원회의 요구를 순순히 받아, '포털자율규제'를 그들끼리 합의하고 포털과 인터넷상에 이용자인 네티즌들이 알게 모르게 적용시켰다.

 

덕분에 정보통신망법에 따른 악의적 권리침해신고(명예훼손), 저작권 위반 아니 입막음-차단장치는 더욱 일상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했고, 'IT강국' 한국을 이끌던 네티즌들은 사이버망명을 떠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국정원 등 공안당국은 사이버망명자들까지 감시할 수 있는 인터넷 패킷감청장비까지 추가구입해, 사실상 빅브라더에 의한 '생활밀착형 감시-검열-통제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에 네티즌-블로거들의 비판적 집단지성은 점점 사라지거나 위축되었고, 다음 아고라가 메인에서 축출 당한 뒤 다음 블로거뉴스도 지난 5월 '뷰(view)'라는 이름으로 확대(?) 개편하게 된다. 빅브라더 눈치를 볼 필요없는 일상-연예가 블로거뉴스를 지금껏 성장시켰던 시사-사회를 보기좋게(?) 밀어버렸다.

 

더불어 블로고스피어에는 나쁜자본에 포섭된 이들도 많아졌고 이들을 비판-견제-감시하던 비판적 블로거들의 활동-목소리 또한 구조적으로 차단되거나 주목받지 못하는 기괴한 모습으로 변했다. '2007년 블로거기자 대상'을 받은 최병성 목사가 미디어다음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고(쓰레기 시멘트 게시글 일방삭제처리), 다음뷰를 이용치 않고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송고하는 것을 보라. 삼성전자의 휴대폰과 전자제품을 받아 챙기고 그럴듯한 리뷰를 토해내는 파워블로거들을 보라.

 

그렇게 2008년에 이어 2009년 한해도 빅브라더와 나쁜자본에 의해 인터넷-블로고스피어는 더욱 취약하고 나약하게 변질되고 오염되었다. 더 이상 인터넷상의 공론장에서 힘껏 분노하지도 자유롭게 말하지 않는다. 이런 불편한 사실과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 아니 침묵하는 사이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밝아오는 2010년 새해도 이런 암울한 흐름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 같다.

빅브라더의 위선에 침묵하고 굴종하는 한.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와 U포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12.31 14:51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뷰와 U포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블로그 #다음뷰 #빅브라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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