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과 아내가 커튼에 고리를 달고 있는 모습
김동수
간경화를 앓는 장모님을 위해 제가 물질로 도와드리는 것은 없습니다. 석 달 한 번씩 대구에 있는 한 병원에 모시고 가는 일, 집안 큰 행사가 있으면 발벗고 나서서 집안 청소하는 일은 둘째 사위인 제 몫입니다. 쉽게 말해 몸으로 하는 일은 잘합니다. 이런 사위를 그래도 장모님은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장모님, 사위가 왔는데 씨암탉 한 마리 잡아 주세야죠."
"씨암탉?""예 씨암탉요. 사위는 백년 손님이예요."
"씨암탉은 없고, 오리 한 마리 있는데. 오리탕 해주면 안 되겠는가."
"사실 요즘 씨암탉이 어디 있나요. 오리탕으로 하죠."
"그런데 6층까지 하면 오리 한 마리 가지고는 안 되겠는데. 오리집에 가서 사와야겠다." 오리를 한 마리 더 사려고 장모님을 모시고 다녀왔습니다. 커튼 하나 달아주고 장모님께 씨암탉은 아니지만 오리탕을 끓여달라고 했습니다. 해마다 하는 일이지만 커튼 다는 일은 어렵습니다. 고개를 들고 창틀에 있는 고리에 끼워넣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