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
유성호
- 영국 대처의 철도 민영화 실패 등을 염두에 두신 것 같은데요.
"79년에 대처가 정권을 잡은 후에 복지국가를 위한 사회적 합의 등을 파기했어요. 그리곤 자신의 후원자인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고, 한편으론 실업자가 급증하면서 일부 대도시에선 생활고에 따른 '폭동'이 자주 일어났지요. 경찰력과 군사력을 강화하다보니까 재정적자가 급증했고, 이를 메우기 위해서 부자들 세금 인상 대신에 전화통신, 가스, 수도, 철도 등을 내다 팔기 시작했지."
- 정부는 여전히 공기업을 민영화하면 경쟁체제로 요금도 낮아지고, 서비스도 좋아진다고 하지 않습니까."(고개를 흔들며) 사실이 아니야. 철도나, 전기, 수도 민영화한다고 경쟁이 강화될 수 있겠어요? 영국 철도는 민영화했다가, 이 사람들이 철도 선로 등에 제대로 보수하지도 않다가 결국 99년에 영국 최대의 철도사고가 터졌잖아. 2001년인가 민간 회사들이 파산하고 나서야 다시 국유화됐어요."
김 교수는 주장은 분명했다. 그는 수도나, 철도, 전기 등 필수 핵심분야에서의 공기업 민영화는 결국 정부독점에서 민간독점으로 넘어가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간회사들이 수도를 독점해서, 요금 올려버리고 서비스를 낮추어도 국민들이 마땅히 할 방법이 없다"면서 "정부 독점하고 있으면 선거를 통해서 해당 정부를 바꿀 수 있지만 기업은 못하질 않나"라고 강조했다.
- 교수께서도 좀전에 말씀하셨듯이 현 정부 스스로도 감세와 규제완화, 시장자율에 따른 경쟁을 주요한 경제정책으로 해오고 있는데요."신자유주의라는 것이 1974년 대공황과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나온 것인데, 영국 대처정권과 미국의 레이건정부가 실시한 정책들이예요. 이들은 원래 부자들을 정치적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 '빈익빈 부익부가 경제성장을 높인다'고 믿고 있지요."
- '빈익빈 부익부가 경제성장을 높인다'구요."무당경제학(Voodoo Economics)라고도 하는데, 부자에게는 감세하고, 서민에게 증세를 했어요. '가난한 사람들은 더 가난해져야 더욱 열심히 일하고, 부유한 사람은 더욱 부유해져야 더욱 열심히 일한다'는 아주 뻔뻔스러운 구호를 외쳤지요."
"2008년 대공황 극복 위해선 신자유주의 버리고 새로운 비전이 나와야"그의 신자유주의 이야기는 자연스레 2008년 세계공황으로 이어졌다.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극우적 성격의 정권이 들어서면서, 노동자 계급의 축소와 자본가 계급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각종 정책이 추진됐다.
해고와 노동시간 연장, 구조조정 등을 통한 노동조합의 약화가 이어졌고, 각종 법과 규제가 없어지거나 개악됐다. 김 교수는 "'시장이 가장 효율적이고 공평하다'는 신고전파 경제학의 원리를 설파해왔다"면서 "노동의 유연성이 커졌고, 그만큼 자본의 힘이 더욱 세졌다"고 평가했다.
다시 그의 말을 적어본다.
"여기에 컴퓨터와 정보통신이 발달하고, 파생금융상품처럼 각종 금융기법의 혁신이 일어나면서 세계 금융시장의 규모와 힘도 날로 커졌지요. '자본의 세계화'로 인해 금융자본이 외국 주식시장 등에서 투기로 쉽게 돈을 벌어 들였고, 산업자본들도 생산활동보다 금융으로 수익을 올리려고 했지. 그만큼 상대적으로 산업에 투자를 하지 않게 되고, 기업들은 정규직보단 비정규직으로, 장기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줄이면서, 결국 새로운 부와 가치를 생산하는 산업은 더 축소될 수밖에 없게 되는 거야."김 교수는 지난 80년대 말 미국 저축대부조합의 대규모 파산이나 90년대 초 일본의 금융위기, 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에 이어 2002년 남미와 이번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세계금융공황 등은 결국 금융자본의 투기와 사기가 일으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900년 이후 거대한 세계적 공황은 세 번이 있었다고 말했다. 1929년과 1974년, 그리고 이번 2008년 금융공황이다. 김 교수는 "29년 대공황을 실제로 벗어나게 한 것은 유럽과 태평양에서 벌어진 세계2차대전"이라며 "전쟁을 통해서 경제가 회복된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 이후 1970년까지 모든 선진국에서 복지국가 건설과 완전고용 달성을 위해 노력했던 시기를 지나 74년 대공황이 이어졌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신자유주의'라고 그는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