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학교-1> 시인추방

등록 2010.01.07 14:57수정 2010.01.07 14:57
0
원고료로 응원

시인추방

 

그는 열변을 토했다

자장면집이 너무 많다

태화루, 중화루, 만리장성이 모두 어렵다

너도 나도 칼국수집, 추어탕집, 순대국집을 내면

너도 못살고 나도 못산다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이 사람은 결국 차기에 낙선했다

 

요새는 시인이 너무 많다

몇 명만 남기고 모두 추방하자

그러면 시집은 잘 팔리고

시인도 저명한 정치가와 둘러앉아 만찬을 할 것이다

삼십 명만 남겨놓자

그만큼만 남겨서 정부정책 나팔수로 삼자

그러면 인천은 아마 시인 없는 도시가 될 것이다

나는 독재자 플라톤과 다르다

절반의 국민이 시인이어도 좋다

 

공장에서 일하면서 시 쓰고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시 쓰고

부엌에서 설거지하며 시 쓰고

노점에서, 절간에서, 감옥소에서 시 쓰고

세상에 시인 아닌 사람이 어디 있나?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진짜 시인

알토란같은 시인을

하늘이 그렇게 많이 세상에 낼 리가 없다

                                        -최일화

시작노트

 

시를 쓰는 것은 자유다. 그러나 모두 시인의 이름표를 달고 다닐 필요는 없다. 신고도 필요 없이 마구 이름표를 달고 다니다 보니 여기 저기 발에 차이는 게 시인이다. 아마 교과서에서 배운 윤동주가 멋있어 보였나봐. 그래 김서기도 이름표 하나 달고 다니고 이계장, 장박사, 오간호사, 강변호사, 정선생, 가정주부 영숙이 엄마도 시인 이름표 하나 달고 다니는 게 유행이 되었다. 고백하건데 나도 그 중에 하나다. 그렇다하더라도 하늘이 진짜 좋은 시인을 그렇게 많이 세상에 낼 리는 만무한 것이다.

2010.01.07 14:57 ⓒ 2010 OhmyNews
#시인 #플라톤 #시인추방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본인의 시, 수필, 칼럼, 교육계 이슈 등에 대해 글을 쓰려고 합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 쉽고 재미있는 시 함께 읽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딸이 바꿔 놓은 우리 가족의 운명... 이보다 좋을 수 없다
  2. 2 '100개 눈 은둔자' 표범장지뱀, 사는 곳에서 쫓겨난다
  3. 3 카자흐스탄 언론 "김 여사 동안 외모 비결은 성형"
  4. 4 '헌법 84조' 띄운 한동훈, 오판했다
  5. 5 최재영 목사 "난 외국인 맞다, 하지만 권익위 답변은 궤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