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2월23일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 모인 대우조선노조 조합원들이 '졸속매각 반대'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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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이 1587억 원에 달해 전년 대비 48%나 증가한 대우조선 역시 사내하청업체 8~9개 이상을 계약해지 했고, 이들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퇴직금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2664억 원으로 전년 대비 87.1% 증가한 삼성중공업 역시 물량 축소로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먼저 내보내고 있다. 영업이익이 55% 증가해 5317억 원을 챙긴 현대중공업에서도 사내하청 노동자들 사이에서 3000명 계약해지설이 떠돈다.
한편, 현대중공업과 달리 현대미포, 현대삼호중 등은 자체 영업망을 갖고 있지 않다. 현대중공업에서 수주해 온 것을 배분받는 구조다. 때문에 만약 수주가뭄이 계속된다면, 현대중공업은 현대중, 현대미포, 현대삼호중 중에 어딘가를 손보고 싶어할 가능성도 있다. STX조선의 공격적인 해외공장 확장이 대우그룹 김우중의 신화처럼 불꽃처럼 한순간에 꺼질지도 모른다. 변덕스런 시장과 경제 상황을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대우조선에서는 매각을 노조의 영향력을 축소 및 분쇄할 기회로 삼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재작년 초까지만 해도 한국 조선업의 전망은 장밋빛이었다. 그런데 최근 왜 이럴까. 그것은 바로 장밋빛 조선호황 그자체가 배경이다. 2003~2007년까지 조선업은 최대 호황을 맞이했다. 지난해 7월 수주잔량 기준으로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미포조선, STX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이 1위부터 6위까지 차지했다.
자본의 위기 노동자에게 전가... 투쟁 서막 국내 조선업체들은 2003∼2007년 중 수주량이 연평균 14.9% 증가했고 건조량은 연평균 11.8%, 수출액은 24.4%, 설비투자는 무려 36.7%나 증가했다. 조선소들은 넘치는 수주를 해결하기 위해 야드를 확대하고 해외공장을 마구 짓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올해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선박수요는 3960만CGT로 예상되는데도 전 세계 조선업계의 건조능력은 2012년에 이미 5000만CGT를 넘어설 전망이다.
생산설비가 과잉생산 되어 있다는 의미다. 이런 상태에서 2008년 9월 미국 발 경제위기는 큰 타격을 줬다. 재작년 11월 이후 선박 수주가 뚝 끊기면서 수주가뭄이 1년째 이어지고 있는 것. 선박과 이를 짓기 위한 생산설비가 과잉 생산되어 있는 상태에서의 위기. 바로 자본의 과잉생산의 대가가 노동자에게까지 전가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금속노조(위원장 박유기)는 지난달 30일 조선업종분과 대표자회의가 열어 조선산업 구조조정에 대한 대책마련에 돌입한 상태다. 이날 참가자들은 구조조정 압박이 한층 심각해 질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이에 노조는 분과차원의 공동요구를 만들어 공동교섭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해외공장 대응 사업, 건강권 확보 사업, 1사1조직 및 원하청 공동투쟁, 산별전환 지원 등도 함께 추진키로 했다. 당장에는 한진중공업과 SLS조선에 대한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에 노조는 이날 <조선업종분과대표자회의>를 '조선구조조정 분쇄 공동투쟁본부'로 전환했다. 경제위기를 빌미로한 노동탄압에 대응키 위한 투쟁 서막이 오르고 있다. 조선소 노동자들은 어쩌면 87년 이래 가장 심각한 구조조정 투쟁 폭풍 앞에 서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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