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을 기저로 삼는 아이티 아이들. 하루 1인당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가구가 많다.
문종성
20일, 또다시 진도 6.1의 강력한 지진이 아이티를 강타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12일(현지시각) 리히터 규모 7.0의 지진이 일어나 아이티(Republic of Haiti) 수도 포르토프랭스(Port-au-Prince)를 아비규환의 상태로 만든 지 고작 8일이 지났을 뿐인데 말이다.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 이곳에 대한 내 기억은 2008년 여름에 멈춰져 있다. 자전거를 끌고 2007년 5월경 세계 비전트립을 떠난 난 이듬해 7월 말경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작은동네에 도착했다.
난 번화가에서 벗어난 변두리에 짧은 여정을 풀었다. 이곳에 월드비전센터를 세운 박병준 선교사와 함께 지내기 위해서였다. 필요에 따른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그는 교육지원 및 선교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다큐멘터리를 통해 세계 최빈국이면서 이방인의 진입을 억압하는 가장 위험한 나라로 알게 된 땅에 발을 내딛는 건 큰 모험이다. 급작스런 문화 충격에 완충역할을 해 줄 누군가가 있다는 건 그래서 더 반갑다.
아이티는 세계 최초로 흑인노예들에 의해 주도된 민중혁명과 헌법에 의해 수립된 흑인 공화국이다. 하지만 뒤발리에가(家)의 독재와 부패 여파로 도탄에 빠진 정치와 빈곤의 악순환은 치안부재를 일으켰다. 강력범죄는 더욱 기승을 부렸고 UN군도 두 손 놓고 있었다. 이런 땅을 홀로 여행하기란 너무 큰 위험 감수를 요구한다.
판자촌에서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며 진흙쿠키를 먹는 라틴 아메리카 최빈국이면서 무분별한 나무 연료 사용으로 산림의 98%가 파괴된 붉은 사막의 현현은 아이티의 지금을 말해주고 있다. 한국전쟁 때 우리를 도와줄 만큼 넉넉했던 풍요의 나라는 이제 너무나 많은 것을 잃어버렸고, 잊힌 채 살아가고 있는 '신이 버린 땅'이 되었다.
모든 게 생경했던 혼돈의 땅 아이티에 퍼진 '통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