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눈이오름에서 바라본 일몰오름의 정상에서 조금만 눈을 돌리면 전혀 다른 풍광이 펼쳐진다.
김민수
일주도로를 타고 서귀포로 가는 길. 서쪽 하늘 구름 사이로 예쁘게 그려놓은 여인의 눈썹을 닮은 초승달이 떠있다. 지금껏 살면서 저렇게 예쁜 초승달을 본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잘 빠진 초승달이었다.
초승달은 음력 3일경 해가 진 후 서쪽 하늘에서 볼 수 있다. 다이어리를 꺼내 음력 날자를 확인해 보니 12월 3일, 정확하게 맞아 떨어진다. 망원렌즈가 있으면 좋았을 것을, 최대한 당겨 찍을 수 있는 것이 단렌즈 100mm뿐이니 저 예쁜 달을 담을 재간이 없다. 마음에 담아둘 수밖에.
전에는 그랬다. 장비가 문제가 아니라 보는 눈이 문제라고, 똑딱이 카메라도 얼마든지 구도만 잘 잡고 주제만 잘 잡으면 전문가용 못지않게 담을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것은 일면 사실이다. 그러나 점점 사진을 접하면서 담고 싶은 대상과 주제에 따라 다양한 장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 결국, 하나의 작품을 만들 때에도 '돈'이 작용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사진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놓고 돈 먹기'는 진리처럼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이다.
마음 아프지만 그것이 현실이다보니 너도나도 일등만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싶고, 일등이 아니면 살아남기 힘든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싶다.
초승달을 바라보는 내내 내 머릿 속에는 일몰의 시간 용눈이 오름에서 바라보았던 제주의 풍광들이 스쳐지나갔다. 조금 더 기다렸더라면 오름을 배경으로 한 초승달을 보았을 터인데….
서귀포에 도착하여 지인들과 식당에 들렀다. 일요일 저녁이라 외지의 손님들은 다 빠진 상태, 식당은 썰렁했지만 제법 유명한 곳이라고 했다. 그런데 별로 음식에 까다롭지 않은 내게도 별맛인 데다 8시 30분인데 주문할 것이 있으면 지금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될 수 있으면 빨리 먹고 나가주시면 자기들도 퇴근을 빨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마음 놓고 편하게 드리라고 덧붙이면서.
눈치를 보느라 얘기할 시간을 놓쳐버렸다. 차를 마실 수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곳 역시도 외지 손님이 다 빠져나가서인지 우리 외에는 손님이 없었다. 그곳은 '모나코'라는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