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캠프비용은 아이 스스로 마련하게 하세요

캐나다 초등학교에서의 경험을 말하다

등록 2010.01.24 13:25수정 2010.01.24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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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사십대 중반을 훌쩍 넘긴 아줌마는 또 한 번 무모한 도전을 시도했다. 낯선 땅에서 남편과 떨어져 아이들과 생활한다는 것이 정말 싫고 겁도 났지만, 지금 아니면 그나마 불가능할 것 같았고 뒷날 후회하고 싶지 않아 떠나기로 결정했다.

2010년 새해 첫날 초등학교 6학년, 3학년 두 딸과 함께 나는 캐나다 벤쿠버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정확히 1년 동안 머물 예정이다. 학기가 막 시작한 터여서인지 입학처리는 생각보다 빨리 진행되어 아이들이 학교에 다닌 지 벌써 2주가 지나갔다.

큰아이는 여기에서 7학년이고 오는 6월이면 초등학교를 졸업한다. 며칠 전에 큰딸아이가 학교에서 안내장을 가져왔다. 거기에는 졸업을 앞두고 6월 중순경에 졸업캠프를 간다는 사실과 캠프 프로그램 대해서 상세히 적혀 있었다. 난 '뭐가 그리 급해서 아직 넉 달도 훨씬 넘게 남은 상황인데 벌써 이런 안내장을 보낼까' 싶었다. 그런데 그렇게 일찍 캠프를 알리는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알림장과 같이 온 여러 문서들 가운데 'Chore Contract'라는 것이 있었다. 'Chore ontract'는 우리말로 '허드렛일 계약'이라고 번역할 수 있을까? 내가 놀란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졸업캠프에 소요되는 1인당 총비용이 200달러인데 그 가운데 100달러는 아이가 스스로 벌어서 충당하게 하라는 내용이었다. 그 실행 방법으로 구체적인 Chore Contract를 작성하게 하라고 했다.

기간은 지금부터 4개월 동안으로 하고 아이와 부모는 서로 협의하여 Chore Contract를 작성해서 아이 스스로 허드렛일 등을 하여 캠프에 소용되는 비용의 50%를 마련하게 해야 하며, 이러한 행위를 통하여 아이에게 어떤 특별한 목표를 두고 돈을 벌고 모으는 것, 그리고 돈의 운영방법 등을 알 수 있는 기회로 삼고자하는 교육목표가 있다는 것이었다.

다음날 학교에서 돌아온 큰아이가 반 친구들과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자신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며 걱정하면서도 이 새로운 경험에 대해서 기대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주변 사람들 말로는 캐나다에서는 이런 것은 일상적인 것이라고 한다. 초등학생의 경우 주로 집안일을 돕기도 하고, 초콜릿 등을 만들어 팔거나, 빈병을 모아 팔아서 비용을 마련한다고 하였다. 때로는 개인적으로 이런 방법을 이용해 직접 기부금을 마련한 뒤 주변 어려운 사람을 돕기도 한다고 했다.


여기에서 나는 우리나라와 캐나다의 교육방법의 장단점에 대해서 말하고 싶지는 않다. 분명 두 나라 간에는 서로의 교육에 장점과 단점이 있을 것이고, 더불어 이제 이곳에 온 한 달도 안 된 내가 무엇을 얼마나 안다고 왈가왈부할 수 있겠는가? 다만 책상에 앉아 교과서와 참고서와 싸우면서 암기하고 학습하기를 요구하는 교육보다는 아이 스스로 돈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실제로 벌어보도록 유도하는 등의 체험식 교육이 우리 아이들 교육에 더욱 효과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경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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