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 활동보조 본인부담금 2배 더 내라?

보건복지부 지침 변경... 장애인들 반발

등록 2010.01.25 14:58수정 2010.01.25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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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생활할 수 없는 지체장애 1급(뇌병변)장애인 김민곤(29)씨는 2007년 11월부터 한 달 100시간의 활동보조서비스를 이용해왔다.

 

활동보조서비스로 그동안 할 수 없었던 사회생활을 하고 사람들도 만나 소통할 수 있었던 김씨는 얼마 전 보건복지가족부로부터 '2월부터는 1월까지 냈던 본인부담금의 2배에 가까운 7만원을 내야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함께 사는 가족들이 어느 정도 재산이 있다는 이유였다.

 

경제활동을 전혀 할 수 없는 김씨에게 본인부담금이 4만원에서 7만원으로 오른 것은 여간 부담이 아니다. 또 부모에게 손을 벌려야 하기 때문이다.

 

지체장애 1급인 김성동(49)씨도 2월부턴 지난달보다 1만원이 인상된 본인부담금 5만원을 내야 활동보조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1만원이 오른 것도 부담스럽지만 이와 함께 '활동보조서비스를 이용한지 2년이 넘었기 때문에 자부담으로 장애등급을 재심사 받아야한다'는 통보도 함께 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병원에 가서 전신 CT촬영 등 여러 가지 검사를 하고 의사 소견을 받아야하는데, 비용이 수십 만원이나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나마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장애인이면 모르겠지만 대부분 기초생활수급자를 면치 못하는 장애인들이 많은 상황에서 자부담을 들여 장애등급을 재심사 받으라는 보건복지부의 새로운 지침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김씨는 말했다.

 

이렇듯 보건복지가족부가 최근 중증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 본인부담금을 인상하고 장애등급 재심사를 의무화하는 등 관련 지침을 변경하면서 장애인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10년 중증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 사업 지침' 내용을 살펴보면, 장애인이용자의 본인부담금을 현행 월 4만원에서 월 최대 8만원으로 인상하고, 장애등급 재심사를 의무화했다. 장애등급 재심사 비용은 전액 장애인이용자 본인 부담이며, 장애등급이 낮아질 경우 활동보조 이용자격을 상실할 수 있다.

 

또한 한 달 이용 가능한 활동보조 서비스시간을 모두 이용하지 못했을 경우 다음 달로 이월되지 않도록 했으며, 활동보조인의 교육비 자부담을 현행 3만원에서 5만원으로 인상했다.

 

이 같은 지침이 발표되자, 인천지역 중증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 제공기관과 장애인들은 1월 21일 보건복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활동보조서비스 지침 변경(안)을 철회하고 활동보조서비스를 장애인의 권리로 인정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자부담 인상 철회와 점차적으로 자부담 폐지 ▲장애등급 재심사 계획 폐지 ▲활동보조 시간 이월 허용과 생활시간 보장 ▲교육제도 개선과 활동보조인 처우 개선 등을 요구했다.

 

문종권 (사)자립선언 대표는 "이번 보건복지부의 지침 개악(안)은 관련 예산이 줄었다는 이유로 대상자들을 점차 줄이려는 의도"라며 "자부담이 인상되고 장애등급 재심사를 자부담으로 의무화시키면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대다수의 장애인들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이어 "보건복지부가 이렇게 대상자들의 규모를 점점 줄여 연말에 예산이 남는 경우가 되면 당연히 내년에는 예산이 더 줄어드는 과정으로 갈 것"이라며 "장애인의 경제활동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장애인의 사회적 활동을 최소한으로 보장하는 활동보조서비스마저 권리로 인정하지 못하는 정부의 태도가 가장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보건복지가족부 장애인자립기반과 장현기 공무원은 "노인돌봄서비스와 가사간병도우미 등 다른 사회서비스제도의 본인부담금과 비교했을 때 형평성에 맞지 않고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동일하게 4만원을 부담하는 것도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국회에서 2010년 활동보조서비스의 정부 지원 시간당 단가가 7500원에서 7300원으로 조정됐기 때문에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또한 "그동안 장애수당 신청자들은 장애등급 심사를 실시했기 때문에 형평성 문제로 활동보조서비스 이용자들에게도 장애등급 재심사를 적용해야 하며, 1급이 아닌 장애인이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한정된 재원에서 활동보조서비스의 시간 확대보다는 대상자들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2010.01.25 14:58ⓒ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활동보조서비스 #중증장애인 #장애인자립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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