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 원 서울!
한나영
'넘버 원 서울이라. 서울을 사랑하는 운전자?'
내가 사는 동네에 낯익은 자동차 번호판이 등장했다. 번호판에 적힌 이름은 '서울'. 멀리서도 한 눈에 들어올 만큼 '서울'의 이름은 강렬했고 정겨웠다. 이 동네에 한국 사람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누군가 낯선 이방인이 낯선 이름인 '서울'을 번호판으로 선택한 것이었다.
그는 누구일까. '서울'이라는 아시아의 한 도시 이름을 자신이 매일 타고 다니는 자동차에 당당하게 새겨 넣은 그 사람은? 그는 어떤 연유로 '서울'을 자신의 번호판으로 선택했을까. 서울에 두고 온 사랑을 잊지 못하는 로맨티시스트? 서울에 대한 애틋한 정을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사람?
운전자의 본심도 모르면서 나는 내 멋대로 한 편의 소설 같은 이야기를 상상하고 있었다. 그 뒤로 나는 '서울' 번호판을 달고 다니는 운전자의 정확한 속내를 알기 위해 몇 번 더 그곳을 찾았다. 하지만 그 차는 다시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잠시 이 동네에 머물렀던 손님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눈길을 끄는 자동차 번호판 미국에서 흥미롭게 봤던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자동차 번호판이다. 우리와는 달리 미국은 자동차 번호판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 그래서 'SEOUL(서울)'이나 'SYDNEY(시드니)' 같은 도시 이름도 번호판에 등장하고 종교적인 색채가 드러나는 'JESUS(예수)'나 Messiah(메시아)를 거꾸로 풀어 쓴 'HAISSEM' 번호판도 거리를 활보한다.
5자녀를 둔 부부가 각각 자신의 차에 '5KIDSMOM(5자녀엄마)'이나 '5KIDSDAD(5자녀아빠)'라고 써붙이기도 하고, 엄마에게 'I LOV MOM(엄마 사랑해)'이라고 살갑게 사랑을 속삭이기도 한다.
미 연방수사국인 FBI 요원을 연상시키는 번호판 'FBI AGNT'가 사실은 'Farm Bureau Insurance' 보험회사 직원의 번호판이라는 사실도 흥미롭고, 자신이 미국 최고의 야구 명문 팀인 '넘버 원 뉴욕 양키즈 팬'이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1NY FAN'을 번호판으로 달고 다니는 열렬한 팬도 뉴욕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