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익스프레스 갈산동 농성장 '쑥대밭'

"민노당과 시민단체가 돈 받고 하는 것 아니냐?"

등록 2010.01.28 10:04수정 2010.01.28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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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자체적으로 개점을 유보키로 한 후 하루 만인 27일 밤 인천 갈산동 농성장이 갑자기 들이닥친 20여명에 의해 아수라장으로 변하는 일이 발생했다.

 

사건 발생 당시 농성장은 상인들과 함께 농성을 전개하고 있는 대형마트규제인천대책위와 민주노동당 인천시당 관계자 남녀 2명이 지키고 있었다. 밤 9시 40분 무렵 갑자기 들이닥친 스무 명 남짓한 사람들이 농성장 안에 사람이 있음에도  다짜고짜 농성장을 짓밟기 시작했다.

 

당시 농성장을 지키고 있던 박아무개씨(남)는 "비닐을 찢고 파라솔을 무너뜨리더니 앞에 있던 박스 등을 여기저리 흩뿌려 놓았다. 그런 뒤 플래카드를 찢어 버렸고 심한 폭언을 일삼으며 농성장을 아예 쑥대밭으로 만들었다"며 "무섭고 두려웠다. 많은 인원들이 거침없이 농성장을 뭉개기에 혹시 내게 무슨 해라도 입히지 않을까 두려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농성장 지킴이 김아무개씨(여)는 "워낙 순식간에 모든 일이 발생했다. 안에 사람이 있는데 설마했다. 그런데 막무가내로 달려드니 소름이 돋았다"며 "그들은 '민노당과 시민단체가 돈 받고 하는 것 아니냐', '국회의원 없으니 이 *랄 하고 있지' 등 서슴없이 폭언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너희 때문에 집값이 떨어진다' 등의 여러 폭언들이 있었다. 농성장이 형체를 알아 볼 수 없게 되자 그들은 "오늘 당장 철수하지 않으면 아파트 주민 전체가 내려와서 때려 부수겠다. 오늘은 이 정도로 물러나지만 다음부터는 '얄짤' 없다"고 한 뒤 유유히 농성장을 빠져나갔다고 전했다.

 

갈산동대책위 위원장과 총무가 연락을 받고 급하게 달려갔으나 이미 그들 대부분은 사라지고 난 후였다. 다만 그중 2명이 따로 남아 대책위총무에게 '이제 그만하면 되지 않았냐?'고 전한 뒤 자리를 떠났다.

 

이번 사건은 인근 아파트 일부 주민들이 주도한 것으로 파악된다. 대책위 관계자는 "얼굴을 아는 사람들이 있었다. 전직 부녀회 관계자도 있었고, 스스로 전직 경찰이라며 자기 동생이 정보과형사라는 사람도 있었다"며 "그들은 전부터 그랬다. 그나마 사람이 안 다친 게 다행"이라고 말했다.

 

갈산동은 지난해 여름 사업조정 신청과 더불어 중기청의 일시정지가 내려진 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측이 지난해 크리스마스 전야 때 국내 최초로 프랜차이즈 SSM을 개장하려 했던 곳이다.

 

이에 상인들이 다시 이 프랜차이즈 SSM에 대해서도 사업조정을 신청하면서 현재까지 36일째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천막조차 펼칠 수 없게 해 대책위는 파라솔을 비닐로 둘러 친 채 농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자체 개점 유보를 결정한 다음날인 27일은 갈산동상인을 비롯한 국내 중소상인과 중기청, 지식경제부 간 면담이 있었던 날이다. 중기청과 지식경제부가 프랜차이즈 SSM에 대한 사업조정 신청에 대해 유권해석을 검토하면서 가장 많이 부각된 곳이 바로 갈산동이다.

 

그만큼 갈산동은 매우 민감한 지역으로 분류된 곳이다. 대책위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위협까지 가하며 농성장을 부수니 화도 나지만 이런 현실이 더 안타깝고 유감스럽다"며 "유통재벌이 운영하는 SSM은 단순히 슈퍼마켓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전체 중소상인의 문제이자 지역경제의 문제"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www.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2010.01.28 10:04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부평신문(www.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프랜차이즈 SSM #대형마트규제인천대책위 #농성장 침탈 #중소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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