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색은 없다, 살구색이 있을 뿐이다

[포토에세이] 핀홀 사진(2)

등록 2010.02.02 15:03수정 2010.02.02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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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 당신은 어떤 색깔을 좋아하시나요?
컬러당신은 어떤 색깔을 좋아하시나요?김민수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저 색연필보다도 훨씬 많은 다양한 색깔이 존재하고 있다.
그 많고 다양한 색깔을 문자에 묶어두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많은 부분 자연에서 그 색깔의 이름을 따왔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하늘색'이라는 명칭 같은 것은 흐린 날에는 회색, 노을이 질 경우나 일출의 경우에는 붉은 색, 밤에는 검정색으로 변한다하여 연한 파랑색만 하늘색이라고 할 수 없다는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어쨌든 우리가 그 색깔에 가장 적합한 이름을 붙여주지 못할 뿐이지,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수많은 색깔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색깔을 표현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 그 중에서도 카메라가 담아내는 색감이 가장 실사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에 너무 가까워서 반드시 미적인 것은 아니다. 그리하여 약간의 왜곡(오늘 날 디지털 시대에는 포토샵이 그 중 하나다)을 가한다.

핀홀 카메라는 피사체를 선명하게 담지는 못한다.
그러나 오히려 그것으로 인해 원시 카메라만이 가진 독특한 느낌을 준다. 포토샵의 도움이 없이 아련한 몽상의 분위기를 낼 수 있는 것이다. 작은 바늘 구멍 안으로 들어오는 빛과 시간이 만들어내는 합작품이다.

색연필 저마다 다른 색깔의 색연필, 다양한 색깔이 있어 그림을 완성할 수 있다.
색연필저마다 다른 색깔의 색연필, 다양한 색깔이 있어 그림을 완성할 수 있다.김민수

2002년 국내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문구회사에서 만드는 크레파스에서 '살색'을 없애 달라는 시위를 벌였다. 살색은 유색인종에 대한 편견을 나타내는 명백한 인종차별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 이 의견을 받아들여 2002년 11월,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은 살색을 연주황으로 고쳤다. 그러나 2004년 어린이 여섯 명이 국가인권위원회를 방문하여 "지나치게 어려운 한자어인 '연주황'을 '살구색'으로 바꿔달라."고 진정서를 냈다. 그리하여 '살색'은 '연주황'이 되었다가 '살구색'이 되었다,

최근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가 발표한 '외국인 근로자 현황(20007년 4분기, 2008년 4분기, 2009년 3분기)'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한국에 입국한 전체 외국인 노동자 수는 2007년과 2008년 각각 47만6179명, 54만8553명에서 2009년 54만9282명으로 9만여 명이 늘었다고 한다. 거기에다 다문화 가정과 불법체류자까지 포함한다면 그 숫자는 어마어마하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가장 견디기 어려운 것은 우리사회가 피부색과 생김새가 다르기 때문에 갖는 편견이라고 한다. 그 편견 중 하나가 바로 '살색'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색깔을 가리키는 언어 하나에도 수많은 편견과 이데올로기가 들어있을 수 있는 것이다.


빨간 유혹 빨강색은 유혹의 색깔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또 다른 의미까지 들어있다.
빨간 유혹빨강색은 유혹의 색깔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또 다른 의미까지 들어있다.김민수

그러면 다양한 색깔 중에서 가장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을 자극하는 색깔을 무엇일까? 빨강색, 정육점의 진열대에 붉은 조명이 켜있는 이유는 붉은 색이 식욕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홍등가의 붉은 불빛은 성욕을 자극한다. 그리고 새빨갛게 익은 열매들 역시도 즉각적으로 뇌에 작용하여 군침을 돌게 한다.

빨간 장미 (Red Rose,레드로즈)의 꽃말은 '욕망, 열정, 기쁨, 아름다움, 절정' 등이 있는데 가만히 살펴보면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과 관련이 있다. 빨강 색은 인간을 가장 강렬하게 유혹하는 색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이 빨강색이 자신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정치이데올로기로 이용되었다. 이른바 '레드 콤플렉스'다. 지금도 우리 사회는 빨강색만 보면 미쳐 날 뛰는 이들이 수도 없이 많고, 빨강색 알레르기 반응으로 지적인 능력을 상실한 이들이 여기저기서 날뛴다. 빨강색이 가진 강렬한 유혹의 이미지를 잘 이용한 것이다. 물론, 그 시작은 사회주의권에서 시작되었지만, 색깔 하나만으로도 집단적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었던 역사를 가진 나라는 지구상에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핀홀 카메라도 모든 색깔을 잡아낸다.
그러나 선명하게 잡아내지 못한다. 그냥 두루뭉술하게 추상화처럼 혹은 핀트가 맞지 않은 것처럼 색깔들이 섞여있다. 그런데 난 그것이 좋아졌다. 이것도 저것도 다 안아줄 수 있는 푸근함이 있는 것 같아서.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 카페 < 강바람의 글모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 카페 < 강바람의 글모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핀홀 카메라 #레드 컴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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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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