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노팅험 지역의 무료신문 배달료 지급 명세서.
김용수
우리는 두 종류의 무료신문과 함께 <비스톤 익스프레스> 300부를 2주에 한 번씩 집집마다 배달하게 되었다. 한 번 배달할 때마다 6파운드(1부당 2펜스, 약 40원)를 받았고, 한 달에 두 번 배달하여 12파운드(2만4천 원 정도)를 받게 되었다.
그러던 중 정규적으로 2주 간격으로 발행되던 <비스톤 익스프레스>가 한 달에 한 번 발행으로 바뀌게 되었고, 실제로는 별다른 무게의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신문지면이 약간 증가됐다.
배달 담당자는 페이지 증가로 인한 배달료의 상승을 언급하였고,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기존의 12페이지에서 이후 24페이지로 증가되니 배달 임금 또한 2펜스에서 5펜스(약 100원)로 높여 지급될 것이라는 소식을 편지를 통해 전해 받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한 달에 두 번 배달'에서 '한 달에 한 번 배달'로 줄어들었지만 오히려 받는 급여는 12파운드에서 15파운드로 인상되었다. 물론 기본 15파운드 이외에 추가되는 광고지의 종류와 수에 따라 꼬박꼬박 지급되었음은 두 말 할 나위 없는 사실이다.
노동가치의 평가가 다른 한국과 영국비록 그리 좋은 경험은 아니었지만, 한국에서 3대 주류 신문사 지국에서 배달원으로서 오랜 기간 경력자로 일했던 나에게 영국에서 경험한 이 두 가지 사건은 충격 그 자체였다.
한국에서는 매일 같이 신문속에 삽입되는 수많은 종류의 광고지와 이유도 설명을 하지 않은 채 특별 발행되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무게로 더 많은 시간과 힘을 들여 배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나 뿐만 아니라 다른 배달원들에게 단 1원도 추가 지급되지 않았다. 노동착취에 다름 아니다.
영국 일상 가운데 경험한 이 사건은, 두 사회에서 경험한, 그러나 엄연한 차이가 존재하는 한국사회에 대한 현실인식이요, 한국사회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다.
다각도의 이해가 요구되는 사회현상을 일부분만 보고 판단할 수 없음은 두 말 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작은 부분이라 할 지라도 그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의 일부는 그 사회를 판단할 수 있는 좋은 척도가 되기도 한다.
좋은 사회와 그렇지 않은 사회 또는 발전된 사회와 그렇지 않은 사회, 건강한 사회와 그렇지 않은 사회의 차이는, 사회를 두 가지 면으로만 판단할 수 없을 지라도, 전자는 어려운 때일수록 사회의 약자와 취약계층을 더욱 보살피는데 반해 그렇지 않은 사회는 어려운 때일수록 사회적 약자들의 희생을 근간으로 사회발전을 추구하는 사회일 것이다.
영국에도 수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Part-time job)'들이 있다. 그러나 영국에서 겪은 두 가지 일들은 아주 '작은' 일이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어떻게 대우하는지 작게나마 느끼게 해주는 일이었다. 한국에서의 경험을 비추어 볼때, 그 차이는 결코 작지 않은 충격이었다. 한국의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이 안타깝고 슬프게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감상일까?
비록 비정규직일지라도 한국사회가 노동자들의 노동가치가 정당하게 평가되고, 차별 없이 평가되는 사회가 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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