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연쇄살인] 양성반점 여사장의 정체와 우두외도

김갑수 통일추리소설 BK연쇄살인사건 -54회- 우도외도

등록 2010.02.10 15:36수정 2010.02.10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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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경은 제비집과 상어 지느러미를 준비해 달라고 말했다. 그녀는 카운터 뒤에 있는 그림에 눈을 주며 물었다. 그림에는 안개 사이로 듬성듬성 섬이 여러 개가 있었는데 그것들이 모여 있는 형상이 꼭 동물의 머리 같았다.

"저 그림은 실제 풍경을 그린 건가요?"

카운터 여직원이 뒤를 힐끗 돌아보더니 대답했다.

"네. 우두외도인데 모두 무인돕니다."

조수경은 특이한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선배님, 저 섬들을 연결하여 윤곽을 만들어 보세요."

김인철의 말에 조수경은 다시 그림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그렇게 가까이 들여다보지 말고 이렇게 몸을 뒤로 젖혀서 전체를 보십시오."

조수경은 김인철의 말대로 8개 섬의 윤곽을 한꺼번에 보았다.


"우두외도(牛頭外島)가 맞지요? 소머리바깥섬 말입니다."
"정말 그러네."

저녁이 되어 네 사람은 양성반점으로 내려갔다. 그들을 위해 바다가 보이는 별실이 준비되어 있었다. 조수경은 예약한 대로 요리를 주문하며 말했다.

"유 선생님, 술 한 잔 하셔야지요?"

유천일은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배갈이나 한 잔 할까요?"
"마오타이가 있네요."

조수경은 가장 비싼 귀주(貴洲) 산 마오타이를 주문했다.

제비집과 상어지느러미 요리가 운반되고 얼마 안 있자 조수경의 예상대로 사장이 나타났다. 사장은 미모의 젊은 여인이었다. 그녀는 고급스러운 중국 의상 치파오를 입고 있었다. 유천일과 안동준은 조금 긴장하는 듯했다. 여사장은 다른 사람보다 김인철에게 약간 더 관심을 보였다.

여사장이 조금 어눌한 중국어로 말했다.

"최고가 요리를 주문해 주신 고객님들께 인사하러 왔습니다."

안동준이 유창한 중국어로 대답했다.

"요리와 시설과 전망이 모두 훌륭합니다."
"감사합니다. 손님들께 절강산의 소흥주를 서비스하겠습니다. 이곳에서는 귀주산 마오타이보다 더 귀한 술입니다. 즐겁게 드십시오."

여사장은 머리를 숙여 인사하더니 종업원에게 손짓으로 뭔가를 지시하고는 방에서 나갔다.

"후배, 아는 얼굴이지?"

음식을 입에 담고 있는 김인철은 두 손으로 테이블을 짚은 채 마구 고개를 끄덕였다. 유천일과 안동준이 기민하게 고개를 돌려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 김인철이 냅킨으로 입을 닦으며 말했다.

"선배님, 여사장이 제 여자 친구보다는 예쁘지만 컨셉으로는 비슷합니다."

식사를 마친 네 사람은 김인철의 방으로 모였다. 홀을 나올 때에 여사장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조수경은 우두외도 그림을 보며 음식 값을 카드로 치렀다.

엘리베이터에 오르자 김인철이 유천일과 안동준에게 말했다.

"제 방으로 가시면 보여 드릴 게 있습니다."

김인철은 노트북을 부팅하더니 네이버 사이트로 들어가 사진 한 장을 프린트했다. 그것은 부산 아시안게임에 온 북한 여자응원단원의 사진이었다. 김인철은 맨 왼쪽 여자를 검지로 짚었다. 유천일과 안동준은 사진을 보더니 소스라치게 놀랐다. 두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여사장이 바로 이 여자입니다."

조수경이 그들의 말을 받아 선언하듯이 말했다.

"그렇다면 이 여자가 국가안전보위부 간부 이상준을 독살한 범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들은 여자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논의했다. 일단 증거를 확보하여 언제라도 체포·신문할 수 있는 준비를 하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녀의 지문을 채취해야 했다. 지문을 확보하면 중국 당국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 받을 수 있을 터였다.

"동시에 여자를 면밀히 관찰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뭔가 연결고리가 나타날 것입니다."

김인철을 제외한 세 사람은 일단 시내로 옮겨 가기로 했다. 여사장에게 수상한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김인철은 혼자 남아 여사장의 지문을 얻어내면서 그녀를 더 관찰하기로 했다.

"후배, 여자에게 자겁이 필요할지 몰라."
"작업이 아니라 자겁 말이지요?"

조수경은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끄덕였다.

한편 유천일과 안동준은 중국 경찰과 교섭하여 양성반점과 여사장에 대한 정보를 더 수집하는 역할을 맡았다.

다음 날 일찍 세 사람은 영파시청 가까이에 있는 호텔로 옮겼다. 유천일과 안동준은 영파시 공안국을 찾아갔다. 조수경은 벤츠 오픈카를 렌트하여 김인철에게 보냈다. 그리고 시청에 가서 절강성 저우산군도의 해도(海圖)를 구입했다. 호텔로 돌아온 그녀는 절강성과 영파시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하여 바다 지리를 더 세심히 파악했다.

저녁 때 호텔로 돌아온 유천일과 안동준은 조수경의 방을 노크했다. 그녀는 일에 골몰하느라 처음에는 노크 소리를 듣지 못했다. 문이 꽝꽝 거려서 나가 보니 유천일과 안동준이었다.

"벨을 누르시지 그랬어요?"

그들은 윗사람에게 초인종을 누르는 일은 실례가 된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리고 노크가 무슨 말인지도 몰랐다.

"우리는 손기척이라고 합니다."

조수경은 노크보다는 손기척이 더 정겹다고 생각했다. 안동준이 조수경의 노트북을 보며 말했다.

"조 총경님, 우리는 패스워드를 그냥 조선말로 통과암호라고 합니다. 북·남이 이렇게 언어가 이질화되고 있으니 걱정입니다."
"통일되어서 북·남의 말을 모두 표준어로 인정하면 어휘도 풍부해지고 더 좋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표준어를 문화어라고 합니다."

"북한과 남한의 말 중에 가장 다른 게 뭔지 아십니까?"
"뭐지요?"
"북·남과 남·북입니다."

세 사람은 함께 웃었다.
#우두외도 #양성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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