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협회>'차라리 대한민국에서 언론을 쫓아내라!'란 제목의 성명.
한국기자협회
문제는 언론의 기능과 역할이다. 가뜩이나 국내 언론의 취재보도 자유가 극도로 위축된 가운데 <PD수첩> 사건에 이어 MBC 사장 인사에까지 전 방위적으로 넘나드는 살아 있는 권력 앞에 기자들은 "차라리 대한민국에서 언론을 쫓아내라!"로 외치고 있다. 실제 <한국기자협회>가 최근 내놓은 성명 제목이 그렇다.
정권의 방송장악일지를 더는 인내하며 쓸 수 없었던 모양이다. <기자협회>는 8일 '차라리 대한민국에서 언론을 쫓아내라!'란 제목의 성명과 함께 "MBC에서 물러나야 할 사람은 바로 방문진 김우룡 이사장"이라고 맹비난했다. 기자들은 성명에서 살아있는 권력의 언론장악 실태를 이렇게 개탄했다.
"현 정부의 후안무치가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언론을 장악하고 국민들의 의식을 정권의 입맛대로 바꿔보겠다는 의도는 노골적이기만 하다. 대한민국 국민들을 바보로 만들고, MBC 기자들을 포함한 대한민국 모든 기자들에게 굴욕을 안겨주고, 엄기영 MBC 사장을 쫓아내고 낙하산 사장을 투하하기 위한 뜻이었다면 이미 충분히 성공했다."'오죽했으면...'이란 표현 외에 더는 보충할 말을 찾기 어렵다. 권력을 잡자마자 언론을 장악하기 위한 칼춤 앞에 일부이긴 하지만 기자들이 분개할 만하다. 이 정부는 YTN에 낙하산 사장을 내려 보낸 뒤 기자들을 무더기로 잘라냈다. 또 KBS 신태섭 이사를 해임시키고, 정연주 사장을 잘라내는 수순을 착착 진행했다. 하지만 결과는 어떠했는가?
YTN 기자 6명 해고 무효판결, KBS 신태섭 이사의 해임 무효판결, 정연주 사장 해임 취소 판결 등 사법부에 의해 줄줄이 위법적인 것으로 판결 받았다. 그럼에도 현 정부는 멈추지 않고 또다시 MBC에 유사한 폭거를 자행하고 있다.
언론의 '기능과 역할', '훼손-복원'만 반복하다 날 샐라 따라서 <기자협회>는 "현 정부는 과연 그 폭발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대한민국 기자 전체를 적으로 돌려세우고 싶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언론 장악 음모를 멈추고, MBC를 포함한, KBS, YTN 등 언론을 국민의 품으로 돌려주도록 해야 한다. 역사 속에서 국민과 언론, 정부가 공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성명에서 일갈했다.
전국언론노조와 언론사유화저지 및 미디어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미디어행동)도 10일 MBC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명박 정부의 MBC 장악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방문진의 낙하산 이사 선임은 정권의 직할통치 야심이 부른 참극이요, 방문진 섭정 야욕이 부른 비극"이라며 "MBC 구성원과 언론인, 시민사회가 한마음으로 공영방송 MBC를 사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수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이용경 창조한국당 의원, 정종권 진보신당 부대표,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 불교인권위원회 명진 스님, 김덕재 PD협회장, 현상윤 새언론포럼회장, 박석운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엄경철 언론노조 KBS본부 위원장, 양문석 언론연대 사무총장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박석운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는 "이명박 정부가 무모하고 저돌적으로 MBC를 장악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세종시 수정을 강행하는 등 지방선거에서 독주하려는 흑심의 발로다"고 말했다. 또 최상재 언론노조위원장은 "MBC 사태는 이명박 정권이 붕괴하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며 "방송사와 신문사의 모든 언론 노동자들이 싸움에 앞장설 것"이라고 했고, 정종권 진보신당 부대표는 "이명박 정부는 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와 같다. 정권에게 국민들이 무서운 것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것이 대한민국 언론의 현주소다. 왜 이토록 집요한 것일까? 권력의 언론에 대한 장악의 꿈이. 문득 강준만 전북대 신방과 교수가 쓴 <권력변환>(인물과사상사)을 들여다보게 한다.
'카멜레온과 하이에나', '권력의 그림자' 오명, 100년 지난 오늘까지?그는 "권력변환은 권력이동을 포함하여 권력의 성격 변화까지 담고 있다"며 "한국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이 정치권력에서 언론권력으로 이동했다는 걸 의미하는 동시에 정치권력의 성격과 언론권력의 성격은 물론 두 권력의 상호관계까지 변했다"고 규정했다.
정치권력과 언론권력과의 사이의 상호관계가 이전보다 훨씬 더 복잡다단한 양상으로 띄게 됐지만, 강 교수는 근본적으로 정치가 여론정치로 이행되고 있음을 일찍이 간판한 듯하다. 그의 책에선 한국 언론의 공정성 시비는 늘 제기돼 왔고, 특히 정치적인 보도에 대해선 끊임없는 물음표가 던져져 왔음을 읽을 수 있다.
정치와 언론의 관계가 '카멜레온과 하이에나', '권력의 그림자'라는 오명이 어언 100년이 지난 오늘에까지 이어지고 있음 시사해주는 책이다. 특히 언론의 공정성을 담보해 내지 못한 보도와 자세는 늘 문제로 남을 수밖에 없음을 제시해 주는 대목들은 해방 전후에서부터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참으로 끔찍하다.
한국 언론의 역사에서 가장 많은 지적을 받아온 것이 공정성 문제였다. 그런데 다시 공정성의 위기를 논하며 걱정하는 현 상황을 미래의 학자들은 어떻게 진단할지 궁금하다. 자주 반복돼 온 문제라 매우 난감할 것이다.
하지만 공정성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일반적인 의미에서는 불편부당한 것을 뜻하지만 언론의 공정성은 그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언론의 공정성은 어떤 정치적인 쟁점에 대해 편견 없이 수용자들이 올바르게 이해하도록 하는 한편 사회적 정의와 정치적 윤리의 관점에서 다뤄져야 할 문제다.
권혁남 교수, "이 땅의 민주주의 위해 방송인들 스스로 방송독립 지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