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행사 때 공로패를 줘야 하나?

지방회나 노회, 총회나 연회, 임직식 때 공로패와 감사패를 주는 게 올바른 일일까?

등록 2010.02.22 09:53수정 2010.02.22 09:53
0
원고료로 응원

며칠 전 우리 교회가 소속된 지방회에서 회의가 열려 참석했습니다. 해가 바뀌면 어김없이 하게 되는 회의입니다. 전체 교회가 한데 어우러져 하는 총회와는 달리 지역별로 몇 십 개 교회가 모여서 하는 회의입니다. 규모는 작지만, 그 회의를 통해 한 해를 돌아보고 또 새로운 한 해를 계획하기도 합니다.

 

다른 교단에서는 노회라고 말을 하는데, 지방회든 노회든 먼저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는 게 대부분의 순입니다. 물론 그 예배 때에는 예수님의 살과 피를 받드는 성찬예식도 겸하게 됩니다. 그 예배와 예식을 주재하는 역할은 한 해 동안 지방회와 노회를 이끈 지방회장과 노회장이 맡을 것입니다.

 

회의는 그 다음 순으로 하게 됩니다. 회원 적법 심사에 부적격자가 없는지, 회원 출석 여부를 점검한 뒤 반수 이상이 참석했는지, 그리고 모든 것을 심사하고 회원 수를 점검한 뒤, 충족 요건에 달할 경우, 회순에 따라 바로 모든 회의를 진행합니다.

 

그날 오전 9시에 시작된 예배와 회의는 점심 식사 시간과 두세 차례의 정회를 합하여 오후 4시에 끝이 났습니다. 정말로 깔끔하고 정갈한 회의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새로운 회장과 부회장에 출마한 분들이 모두 단독 후보라 경선을 치르지 않은 데에 있었습니다. 두 교회가 합병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 또한 더 아름답게 출발할 수 있도록 모두 격려해 주었습니다.

 

그렇지만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다른 지방회나 노회뿐만 아니라 모든 총회와 연회에서도 관행처럼 행해 온 일들이지 않나 싶습니다. 이른바 예배 중에 공로패와 감사패를 수여하는 일이 그것입니다. 이번 지방회 예배 시간에도 그 일이 진행되었습니다.

 

김두식은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 라는 책에서 오늘날 교회가 지탄받고 있는 것은 교회가 세상에서 하는 일들을 여과 없이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예배 중에 공로패와 감사패를 전달하는 것이 올바른 일만은 아닌 듯했습니다.

 

아니, 지방회나 노회나 총회나 연회 때가 아니더라도 그럴 것입니다. 대부분 한국 교회에서는 예배당을 새로 짓거나 더 세련되게 증축할 경우, 입당 예배나 헌당 예배나 임직식을 할 경우, 그때마다 공로자들에게 공로패와 감사패를 전달하는 시간을 갖곤 합니다. 그것은 분명 하나님 앞에서 아름다운 일이 아니라 세상 관행을 뒤쫓는 일이지 싶습니다.

 

그 생각을 하자니, 몇 해 전 어머니가 고관절 수술을 한 큰 대학병원의 현관 입구가 떠오릅니다. 전라남도 화순에 있는 그 대학병원 입구에는 거액의 기부자들 명단부터 소액의 기부자들 명단까지 빼곡하게 새겨놓은 현판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명단이 신학대학교 건물이나 예배당 입구에 새겨져 있다면 어떠할까요? 물론 그렇게까지 하는 신학대학교와 예배당은 없는 줄로 압니다. 그렇지만 교회 입당식과 헌당식 때, 지방회와 노회 때에, 총회와 연회 때에, 그리고 각종 임직식 때 공로패와 감사패를 전달하는 일이 과연 기부자들 명단을 현판에 새겨 추앙하는 세상과 무엇이 다를까 감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2010.02.22 09:53ⓒ 2010 OhmyNews
#지방회 #감사패 #공로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민박집에서 이런 이불을 덮게 될 줄이야 민박집에서 이런 이불을 덮게 될 줄이야
  2. 2 81분 윤·한 면담 '빈손'...여당 브리핑 때 결국 야유성 탄식 81분 윤·한 면담 '빈손'...여당 브리핑 때 결국 야유성 탄식
  3. 3 나무 500그루 가지치기, 이후 벌어진 끔찍한 일 나무 500그루 가지치기, 이후 벌어진 끔찍한 일
  4. 4 윤석열·오세훈·홍준표·이언주... '명태균 명단' 27명 나왔다 윤석열·오세훈·홍준표·이언주... '명태균 명단' 27명 나왔다
  5. 5 [단독] 명태균 "검찰 조사 삐딱하면 여사 '공적대화' 다 풀어 끝내야지" [단독] 명태균 "검찰 조사 삐딱하면 여사 '공적대화' 다 풀어 끝내야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