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는 시민이 살린다

등록 2010.02.27 17:22수정 2010.02.2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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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하는 불의보다는 패배하는 정의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을 생각한다>에서 사재단 신부님들 모습을 보면서 한 말이다. <경향신문> 전남대 김상봉 교수 칼럼 논란이 <오마이뉴스>로 까지 번졌다. 먼저 삼성은 역시 세다는 생각이었다. 박정희와 전두환 독재정권 때처럼 먼저 나서서 이런 칼럼을 싣지 말라고 삼성은 압박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향신문>이 사고를 통해 밝힌 것처럼 "광고 걱정했다"와  <오마이뉴스> 김병기 뉴스게릴라 본부장이 '김상봉 교수의 삼성 칼럼 건에 대하여'라는 편지에서 "오 대표 발언의 전체적인 맥락은 '삼성은 우리의 광고주이자,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한 글에서 드러났듯이 진보언론도 자본권력 앞에서는 '자기검열'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삼성의 보이지 않는 힘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다.

 

<오마이뉴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모든 시민은 기자다"이다. 지난 번 10주년 기념행사장에서도 이 문장은 함께 참석한 사람들이 외쳤던 말이다. 앞으로 10년, 20년, 100년 후 현재 상근기자나 시민기자 이 땅에 살아있지 않더라도 이 문장만은 살아 있어야 한다. <오마이뉴스> 존재 의미는 바로 '시민'에 있기 때문이다.

 

<오마이뉴스>가 그동안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을 날선검으로 비판한 이유도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이 문장 하나가 있었기 때문이다. 즉, 시민이 함께 하고, 밀어주고, 주인이 되었기에 권력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정론직필이라는 언론 사명을 다 했던 것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은 지난해 <오마이뉴스>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10만인 클럽'을 만들었을 때 적극 호응했다. 우리나라 어느 언론이 6천명에 가까운 사람들에게 매달 1만원씩 후원을 받는가.

 

<오마이뉴스>는 이들을 믿어야 했다. 김상봉 교수 칼럼에서 조금 과격한 단어와 문제되는 말들이 있었지만 전체 맥락에는 문제될 것이 없었다. 김병기 본부장 편지에는 "이날 김 교수의 글에 수정을 요청한 까닭은 삼성측에서 소송을 걸 경우 불리한 판결이 날 수도 있다는 오마이뉴스 편집국의 판단 때문이었다"며 "복수의 자문 변호사도 법적 쟁송이 붙을 경우 그 입증 책임이 우리측에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참 아쉬운 내용이다. <오마이뉴스>가 지금까지 한 번도 명예훼손 소송을 당한 일이 없다면 모를까, 당한 적이 있다. 진실을 보도하다가 겪은 일이다. 그럴 때 독자들과 시민기자들은 <오마이뉴스>가 명예훼손 소송을 당했다고 비판하기보다는 오히려 적극 지지했다. 김상봉 교수 칼럼 역시 <오마이뉴스> 우려처럼 삼성측에서 소송을 걸 수도 있고, 패배하여 심각한 재정적인 압박을 겪을 수 있다.

 

이를 모르는 바 아니다. 당연한 우려와 걱정이다. 그래도 아쉬운 점은 시민기자들과 독자들이 <오마이뉴스> 뒤에 있다는 사실을 더 믿어야 했다. 책임을 진 편집진들에게는 고통이자, 아픔, 엄청난 압박감이지만 이를 이길 수 있어야 한다. 편집진은 외부로부터 오는 보이지 않는 압력도 극복해야 할 책임을 지녔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래야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이 함부로 할 수 없다.

 

김병기 본부장 편지에 대한 많은 댓글이 달렸다. 비판이 매섭다. <오마이뉴스>는 이 비판을 '비난'으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오마이뉴스>가 언론으로서 자기 책임을 다하라는 사랑의 채찍이다. <오마이뉴스>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이런 비판은 하지 않는다.

 

다행스러운 일은 내부 구성원들 사이에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는 점이다. <오마이뉴스>가 아직 살아있다는 증거다. <오마이뉴스>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이 문장 하나만 믿고 나아가기를 바란다. <오마이뉴스>를 살리는 것은 자본이 아니라 바로 시민이기 때문이다.

2010.02.27 17:22ⓒ 2010 OhmyNews
#김상봉 교수 #삼성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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