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사진보기

▲ 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성희

<나쁜 사마리아인들>. 책 제목이 다분히 선정적이다.

선정적인 제목 때문에 나는 오히려 이 책을 집어드는 데 시간이 걸렸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경제학 교수의 책.

한국에서는 불온서적 목록에 있다 했다.

그러나 이 책은 매우 도덕적인 책이다.

역사적으로 자유 시장 경제의 모순과 불균형을 지적하고 국가마다 정부의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논지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제 3세계들을 도탄에 빠트리는 부자나라들을 말한다.

어려움을 겪는 빈곤국가들에게 부자나라들은 선한 사마리아인이 되어야 한다는 이 책이 왜 불온서적이어야 할까. 불온서적 목록에 넣었어도 읽을 사람들은 모두 읽었을 것이다.

큰사진보기

▲ 미래를 말하다 ⓒ 장성희

'The Conscience of a Liberal'

'한 진보주의자의 양심'으로 직역되지 못하고 <미래를 말하다>라는 제목으로 출판된 이유는 뭘까.

그러나 '미래를 말하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어 더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었다면 좋은 일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모르는 많은 부분 미국의 정치, 경제사를 읽을 수 있어서 도움이 되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만 교수는 더욱 더 심화되고 있는 미국 경제의 양극화 현상을 설명하고 선진국가 중 한참 뒤떨어진 미국의 복지제도를 선진화 하는 것이 양극화를 최대한 줄이는 방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에 의해 몇 번인가 시도되었던 국민 의료 보험 제도 실시에 대한 그의 기대를 읽을 수 있다. 공화당에서 국민 의료 보험 제도를 마련하고자 했다면 그는 기꺼이 공화당을 지지했을 것이다. 양심 있는 한 사람의 진보주의자로서.

오바마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출간된 이 책은 민주당의 집권과 국민의료보험 제도 성공을 기원하며 펜을 놓았다.

그런데 그의 바람대로 민주당이 정권을 잡았어도 그의 기대, 그가 말한 미래는 지금 불투명하다.

복지선진국가로 가는 국민의료보험은 자본에 힘없이 또 한 번 어이 없이 묻히고 말 것인지.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불온서적이라면 <미래를 말하다>도 불온서적목록에 있어야 한다.

전자는 전 세계를 그림 속에 두었으며 후자는 미국을 그 대상으로 했지만 말하고자 하는 의미는 크게 다르지 않다.

위의 두 책의 영문판을 주문했다. 나의 딸과 아들을 위하여.

큰사진보기

▲ 그리스도를 본받아 ⓒ 장성희

두 권의 책을 다시 책장에 꽂아 놓으며 그 옆에 있는 근작 쑹훙빙의 <화폐전쟁>을 집어들까 조금 오래된 제레미 리프킨의 <노동의 종말>을 들춰볼까 하다가 고전 중의 고전 토마스 아 켐피스의 <그리스도를 본받아>를 뽑아들었다. 아주 오래 전에 읽었던 책인데 다시 보니 또 새롭다.

몇 페이지 넘기니 이런 내용들이 마음에 들어온다.

심판 날에 우리는 네가 평소에 무슨 책을 읽었느냐는 질문이 아니라 네가 무슨 선한 일을 하였느냐는 질문을 받을 것이며(마 25) 네가 얼마나 변론을 잘하였느냐는 질문이 아니라 얼마나 경건하게 살았느냐 하는 물음을 받을 것이다.

저자가 깊은 학문을 가진 사람이건 그렇지 않은 사람이건 간에 그 저자의 권위 여하에 구애받지 말고, 그 책 내용에 담긴 순수한 진리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읽어야 한다(고전 2:4) 이 책을 누가 썼느냐를 따질 것이 아니라, 이 책이 무엇을 말하고 있느냐에 유의해야 한다. 인간의 일생은 순식간에 지나가지만, 하나님의 진리는 영원히 존속한다. (시 117:2)

비단 성서를 읽을 때만 해당되는 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