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총리
남소연
그런데 3불은 예정대로라면 2012년 이후 폐지됩니다. '대입자율화'가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의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3단계로 짜여진 이 정책은 지금 한창 1단계가 진행 중입니다. 대교협으로 대입업무가 이양되었고, 입학사정관제는 확대되고 있습니다. 신입생의 출신학교 종류는 특목고 졸업생이나 일반고 졸업생 등의 형태로 공시될 예정입니다.
2단계는 수능과목 축소인데, 구체적인 방안이 지난 2008년 12월에 이미 발표된 바 있습니다. 실시 시기는 2012학년도 입시부터입니다. 내년, 2011년 가을 수능부터 한 과목이 줄어드는 겁니다.
마지막 3단계는 '완전 자율화'입니다. 정부의 로드맵에서는 2013학년도 입시, 즉 2012년 이후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고3 학생은 입학사정관제, 고2 학생은 수능 응시과목 축소, 고1이나 중3 학생은 완전 자율화가 적용됩니다.
이렇게 보면 3불 폐지의 시점은 멀지 않았습니다. 최소 2년 남았습니다. 사회적으로 논의되면서 관련 제도를 고치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남은 시간은 더 짧아집니다. 따라서 정운찬 총리의 발언이 '갑자기' 또는 '뜬끔없이' 나온 것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진보개혁은 껍데기만 남은 3불을 부여잡을 수도
현 정부는 하겠다고 밝힌 정책은 꼭 했습니다. 공사 시점 맞추는 것처럼, 주어진 시기가 도래하면 실시한다고 발표합니다. 대입자율화도 비슷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12년이면 임기말이지만, 미리미리 사전포석을 깔아두면서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과 시간표가 아닙니다. 진보개혁세력의 대응입니다. 3불은 전통적으로 찬반 프레임입니다. 보수는 폐지 찬성, 진보개혁은 폐지 반대입니다.
하지만 진보개혁이 승리하여 3불이 유지되어도, 상황은 전과 같습니다. 3불이 유지된다고 해서 우리의 교육이 좋아지지 않는 겁니다. 더구나 본고사는 대학별 고사의 '본고사형 논술'이 있습니다. 고교등급제의 경우는 연고대 등에 외고 학생이 많이 입학한 점에 비추어볼 때 유사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수능점수도 공개되고, 일제고사 점수도 학교별로 공시될 예정이기 때문에, 입학사정관제와 맞물려 소위 '고교 특성 반영'의 형태로 알게 모르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보수세력이 내놓을 '3불 폐지'에 대해 진보개혁세력이 "그러면 안 된다"고 목소리 내는 건 곤란합니다. 3불이 폐지될 경우의 부작용이 만만치 않지만, 자칫 '반대만 하는 진보개혁' 이미지가 고착될 수 있고, 3불 폐지 논란에서 이기더라도 현상 유지이기 때문입니다.
'공정한 경쟁'의 틀에 근거하여 '플러스 알파'를 제시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