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化)' 씻어내며 우리 말 살리기 (65) 정보화

[우리 말에 마음쓰기 874] '시스템화하기'와 '잘 엮기'

등록 2010.03.09 14:13수정 2010.03.09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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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정보화

 

.. 현대사회는 곧 정보화 사회로 불릴 만큼, 우리 주위에는 수많은 정보와 그에 대한 맹신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  <데즈카 오사무/하연수 옮김-아톰의 슬픔>(문학동네,2009) 87쪽

 

"정보화 사회로 불릴"은 "정보화 사회라 할"로 고쳐씁니다. '주위(周圍)'는 '둘레'나 '곁'으로 다듬고, "그에 대(對)한 맹신(盲信)이"는 "이를 덮어놓고 믿는 모습이"나 "이를 생각없이 따르는 흐름이"로 다듬어 봅니다.

 

 ┌ 정보화(情報化) : 지식과 자료 따위를 정보의 형태로 가공하여 가치를 높임

 │   - 정보화의 정도가 높은 지역 / 세금 업무가 정보화되어 / 군을 정보화하다 /

 │     인력에 대한 정확한 자료를 정보화하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행한다

 │

 ├ 정보화 사회

 │→ 정보 사회

 │→ 정보가 넘치는 사회

 └ …

 

수없이 많은 정보가 넘치는 오늘날입니다. 어마어마한 정보가 태어나고 스러지는 요즈음입니다. 끝도 없는 정보가 샘솟다가 저무는 요사이입니다. 흔히 "정보화 사회"라고 하지만, 곰곰이 살피면 "정보 사회"라기보다는 "정보에 눌리는 사회"나 "정보에 허덕이는 사회"나 "정보로 미어터지는 사회"가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는 "정보를 즐기는 사회"나 "정보로 아름다운 사회"나 "정보를 가꾸는 사회"로 나아가야 할 텐데, 자꾸자꾸 "정보가 시끌벅적한 사회"나 "정보가 어수선한 사회"나 "정보로 어지러운 사회"에서 헤매고 있지 않느냐 생각합니다.

 

우리 나라는 얼마 앞서까지만 해도 먹을거리가 모자랐지만, 이제는 먹을거리가 넘쳐 쓰레기 또한 넘치던 때를 맞이했습니다. 남녘땅 쓰레기만으로도 북녘땅 사람들을 먹여살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온누리 사람들을 도울 수 있습니다. 이는 일본이나 미국 삶터도 매한가지인데, 돈이든 밥이든 정보이든, 넘치는 데에는 지나치게 넘칩니다. 없거나 모자란 데에는 끔찍하게 없거나 모자랍니다.

 

 ┌ 정보화의 정도가 높은 지역 → 정보를 잘 다루는 곳 / 정보를 훌륭히 간수하는 곳

 ├ 세금 업무가 정보화되어 → 세금 일이 보기 좋게 갈무리되어

 └ 군을 정보화하다 → 군에 있는 정보를 잘 갈무리하다

 

세상이 몹시 어수선하게 돌아간다고 느낍니다. 맑고 밝고 환하고 곱게 돌아가는 사회라기보다는, 시끄럽고 어둡고 꾀죄죄하고 뒤숭숭하게 돌아가는 사회가 아닌가 하고 느낍니다. 세상이 맑고 밝다면, 사람들 매무새가 맑고 밝을 뿐 아니라 사람들 삶이며 생각이며 말글이며 다 함께 맑고 밝으리라 봅니다. 그러나 세상이 맑고 밝지 않다면, 사람들 매무새며 삶이며 생각이며 말글이며, 온통 맑지 못하고 밝지 못하다고 봅니다.

 

오늘날 우리들은 무엇이든 지나치게 넘치도록 즐기면서 쉽게 내버립니다. 이에 따라 사람도 삶도 생각도 자연도 일도 책도 문화도, 그리고 말글도 제자리를 알맞고 아름다이 지키지 못하는 가운데 어지럽고 어수선하게 떠돌다가 그만 고꾸라지지 않느냐 싶습니다. 넘치는 정보 때문에 속이 얹히고 막히고 답답해지는구나 싶습니다.

 

 

ㄴ. 시스템화

 

..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그런 것들보다는 그것을 통합적으로 시스템화해서 지원해 줄 수 있어야 해요 ..  <함께 웃는 날>(민들레) 6호(2009) 26쪽

 

"그런 것들보다는 그것을"은 "그런 여러 가지보다는 이를"로 손봅니다. '통합적(統合的)으로'는 '아우르며'나 '하나로 묶어'나 '슬기롭게 엮어'로 손질하고, '지원(支援)해 줄'은 '도와줄'이나 '뒷받침할'로 손질해 봅니다.

 

 ┌ 통합적으로 시스템화해서

 │

 │→ 잘 엮어서

 │→ 두루 모아 내서

 │→ 골고루 마련해서

 │→ 아우르고 잘 짜서

 └ …

 

2010년 눈높이로 보자면 '시스템'은 우리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1990년까지는 우리 말이라기보다는 영어라는 느낌이 짙었겠으나, 앞으로 2020년이 다가오면 "'시스템'은 아주 뿌리내린 우리 말 아니야?" 하고 이야기하지 않을까 모르겠습니다.

 

여느 사람들 입에 쉽게 오르내리고, 교과서에도 나오며, 신문이고 방송이고 책이고 정부 정책이고 온통 '시스템'입니다.

 

'얼개'나 '얼거리'나 '짜임새'나 '판'이나 '줄기' 같은 우리 말로 이야기를 꺼내면 오히려 알아듣지 못하거나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이 나타납니다. 아니, 나타날 뿐 아니라 꽤 많습니다. 나이 제법 있는 분들은 알아들을 법하지만,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푸름이나 초등학교를 다니는 어린이는 '얼개'나 '얼거리'나 '짜임새' 같은 낱말을 들을 일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나마 교과서에는 이런 낱말을 쓰고 있을까 궁금합니다. 어린이문학이나 청소년문학에서 이와 같은 낱말을 적바림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조(組)'를 털어내고 '모둠'을 쓰고 있는 교육 얼거리입니다만, 몇 가지 낱말은 알뜰히 살려쓰면서 거의 모든 낱말은 아무렇게나 내팽개치고 있지 않나 궁금합니다.

 

 ┌ 이 정책을 잘 갈무리해서 도와줄 수 있어야 해요

 ├ 이 정책을 짜임새있게 마련해서 도울 수 있어야 해요

 └ …

 

오늘날 우리네 제도권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일이 두렵습니다. 먼 앞날까지도 우리네 제도권학교에 아이를 보내 가르친다는 일이 무섭습니다. 그러나, 대안학교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낍니다. 제도권학교 교사이든 대안학교 교사이든 교사라는 자리에 서기까지 다니는 학교와 배우는 책에 적히는 말은 매한가지이기 때문입니다. 다루려는 지식이 조금 다르고, 아이들한테 지식을 나누는 매무새가 어느 만큼 다르기는 하지만, 똑같이 학교라는 울타리이며 지식이라는 얼개입니다. 사람이 사람다이 살아가는 길을 이야기할 때에는 사람이 사람다이 생각하고 사람다이 말하는 길을 함께 다룰 수 있어야 하는데, 말과 생각과 삶을 옳게 그러모을 줄 아는 배움터가 이 나라에 얼마나 있고 어디에 있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이 나라 학교를 비롯해 이 나라 일터 가운데 사람된 믿음과 뜻을 사랑스레 보듬는 터전이 얼마나 있고 어디에 있는지 알기란 참 힘듭니다.

 

말만 옳아서는 안 됩니다. 생각만 옳아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삶만 옳게 가누는 사람이란 없습니다. 삶이 옳다면 생각과 말이 나란히 옳아야 합니다. 말을 옳게 가눈다면 생각과 삶을 나란히 옳게 가누어야 하고, 생각을 옳게 품으려 한다면 말과 삶을 나란히 옳게 가누어야 합니다.

 

외길이나 외곬이 아닌 한길이나 한뜻입니다. 외딴 집이나 외톨이 섬이 아닌 홀로서는 터전이요 누리입니다. 스스로 일구어 스스로 먹을 때 가장 아름다운 삶이듯, 스스로 옳은 길을 걷고자 애써야 합니다. 스스로 말을 옳고 바르게 추스르면서 생각과 삶을 한결같이 옳고 바르게 추스를 수 있어야 참사람이요 참멋이요 참길입니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가 쓴 ‘우리 말 이야기’ 책으로,
<생각하는 글쓰기>가 있고,
<우리 말과 헌책방>이라는 1인잡지가 있습니다.

2010.03.09 14:13ⓒ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가 쓴 ‘우리 말 이야기’ 책으로,
<생각하는 글쓰기>가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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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외마디 한자말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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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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