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창비/ 신경숙/ 2008
창비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로 시작되는 <엄마를 부탁해>는 '오빠 집에 모여 있던 너의 가족들은…'의 <너>는 <그>, <당신>으로 화자를 바꿔가면서 그 모두가 <나>를 되게하여 죄책감에 사로잡히게 하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화자에 대한 조금의 혼란스러움을 벗어던지자 이내 소설에 빠져들게 되었고, 하룻밤 사이에 소설의 마지막 구절 '엄마를, 엄마를 부탁해-'라는 맺음말을 보면서 나의 엄마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엄마를 부탁해>는 단지 "'효도 합시다!"라는 계도성의 소설이 아니라, 우리 안에 들어있는 어머니에 대한 이중적인 잣대를 적나라하게 파헤친다는 점이 뛰어나다. 아마도 이 소설을 읽고 엄마를 생각하며 울지 않은 독자가 있을까? 이 책을 음미하면서 읽고도 울지 않았다면 둘 중의 하나, 천상의 효자이거나 독한 불효자일 것이다.
어머니를 통해서 이 땅에 왔고, 또 어머니가 될 사람들이지만 그저 어머니의 희생은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며 살아간다. 그 당연한 것이 사라졌을 때 비로소 어머니란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는다.
치매에 걸려 자식들이 살던 집 근처를 떠돌다 죽어간 어머니는 결코 이상형의 어머니가 아니다. 그러나 그 가족들에게는 어떤 이상형의 어머니보다도 소중한 어머니다. 그 '어머니'라는 상징성이 가족관계에서만의 어머니가 아니라 우리 곁에 있는 소중한 것들까지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참으로 가슴 저린 이야기를 통해서 또한 '무명씨'의 삶을 본다. 지난 10년간 나를 사로잡은 것은 어쩌면 '무명씨'들의 귀환, 그러나 여전히 '무명씨'로 살아가는 것들에 대한 것이었다.
베스트셀러 보다 '무명씨'가 더 반갑다사실, <오마이뉴스>에서 '지난 10년간 최고의 책'을 선정한다고 했을 때, 또다시 베스트 셀러의 왜곡현상이 오지 않을까 싶어 의도적으로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던 책은 제외하려고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야생초 편지>, <엄마를 부탁해>라는 두 권의 베스트셀러가 포함되고 말았다.
많은 저울질을 했지만 <야생초 편지>는 야생화에 대한 글을 쓰고 사진을 담고 자연에 대한 글을 쓰는 바이블의 역할을 했으며, <엄마를 부탁해>는 노년기를 살아가시는 무명씨 어머니에게 마냥 효자인 줄로만 알았던 내가 얼마나 불효자인지를 깨닫게 했다.
앞으로 나와 어머니가 함께 이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는 날은 그리 많지 않다. 자식으로서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까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만든 책으로 위의 두 책을 선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책 한 권으로…>는 베스트셀러는 아니었지만, 무명씨들의 이야기를 사진과 글로 담아내는 시도는 이름 없는 잡초에게 이름을 얻게 한 <야생초 편지>에 버금가는 책이라고 보기에 '지난 10년간 최고의 책'으로 선정을 했다. 개인적으로 사진과 글, 사람됨이 어느 정도 성숙할 즈음에 꼭 한번 도전해 보고 싶은 분야의 책이다.
참으로 많은 책들 사이에서 고민을 했다. 몇몇 책들은 2000년 이전에 나온 책들이라서 제외되었고, 몇몇 책들은 내용은 좋았지만 출판디자인 면에서 다소 부족한 점이 있어 제외되기도 했다. 결국 나는 '무명씨'에 관련된 책을 선택했다.
나 역시 무명씨요 무명작가이기도 하다는 점이 작용을 했을지 모른다. 지난 10년간 내 이름 석 자를 걸고 다섯 권의 책을 냈지만 대형서점 책꽂이에서 겨우겨우 찾아야 할 정도다. 그래서 더 '무명씨'들의 귀환을 환영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위의 책들이 있어 행복했고, 아래에 소개하는 이들이 쓴 책들이 있어 행복했다.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하면서 지난 10년 사이 위에 소개된 책만큼의 비중을 갖고 읽었던 작가들 몇 분만 생각나는 대로 소개한다.
전우익, 이오덕, 공지영, 한비야, 이외수, 전인권(아름다운 사람 이중섭), 유영초(숲에서 길을 묻다), 정혜신(삼색공감), 장정일(공부), 이윤기(그리스로마신화 시리즈), 정민(미쳐야 미친다), 신영복, 장영희, 법정 스님…. 이미 우리 곁을 떠나신 분들도 계시기에 다 감사를 드리지는 못하지만 좋은 책을 써주신 것에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