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유러피언드림:프랑스편> 특별취재팀 자문을 맡은 김용익 서울대 의대교수.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쯤에서 한국과 비교를 해보자.
한국에서는 '법률혼'이 유일하게 인정되는 가족의 형태이다. 사실혼도 얼마쯤의 법적 보호는 받지만 사회적 편견은 여전하다. 법률혼 밖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사생아'로 취급된다. 미혼모에 대한 편견은 유난히 심하다. 이들에게는 사실상의 '주홍 글씨'가 새겨진다. 우리나라의 가족제도에서 유일하게 관습을 벗어나고 있는 것이 있다면 이혼과 여성의 재혼이 법률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자유로워졌다는 정도이다.
프랑스에서는 가족 형태와 출생이 분리되어 둘이 모두 자유롭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가족형태와 자녀출생은 강하게 붙어 있다. 우리 사회에서 '출생'은 철저히 법률혼의 울타리에 갇혀 있는 것이다.
이것이 출산율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한국의 출산율이 낮아지는 원인의 절반은 결혼 연령이 늦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여성 초혼 연령이 거의 30살인데, 가정해서 -정말 가정에 불과하지만- 한 살 당겨지면 0.2명 정도가 더 태어난다고 한다. 그러니까 한살 당겨지면 일본(1.4명), 2살 당겨지면 독일(1.6명), 3살 당겨지면 스웨덴(1.8명), 4살 당겨지면 프랑스(2.0명) 수준이 된다.
출산이 결혼에 갇혀 있지 않은 프랑스에서 결혼 연령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프랑스에서는 20대 초중반의 엄마들이 적지 않다. '결혼'을 하지 않고도 아이를 낳는 부담이 없으니까.
재미있는 것은 프랑스에서 10년 전과 비교해서 20대 출산은 줄지 않았는데 30대 이후 출산율이 크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재혼이건 팍스건 두 번째 결합에서 애를 낳는 경우가 많다"고 국립인구문제연구소(INED)의 안 솔라즈 박사나 로레알의 차별문제 개선을 담당하는 고위간부 장-클로드 르그랑씨가 공통적으로 해 준 말에 이 통계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두 나라 사이에 숨어 있는 또 하나의 비밀은 인공유산이다. 프랑스는 낙태가 합법이다. 한국에서는 불법이지만 프랑스보다 많다. 프랑스에서는 수태한 아이의 약 20% 정도가 중절된다고 하는데, 한국은 40~50% 정도로 추계된다. 우리나라의 낙태 중 절반은 법률혼 안에서, 절반은 밖에서 일어난다. 낙태를 해야 하는 상황이 한국보다 프랑스에서 훨씬 적기 때문일 것이다.
가족제도가 출산율을 올리기 위해 변해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출산율은 높이기 위해 낙태를 줄여야 한다는 것은 더욱 말이 안 된다. 프랑스의 자유로운 가족제도는 그들이 선택한 문화의 형태이지 출산력 대책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이 높은 출산율에 비옥한 토양이 되어 있다는 점은 분명한 일이다.
프랑스 동전에 새겨진 자유 평등 박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