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처럼" 내걸고 유시민 경기지사 출마

야, 3파전 구도 '흔들'... 민주·진보 속앓이·한나라 '경계'

등록 2010.03.10 17:27수정 2010.03.10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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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국민참여당 시도지사 출마자 1차 공동기자회견'에서 유시민(경기도지사), 오옥만(제주도지사), 이재정(충북도지사), 이병완(광주시장), 유성찬(경북도지사), 김충환(대구시장) 예비후보가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 권우성


김진표-이종걸-심상정의 3파전으로 흘러가던 야권의 경기지사 선거 구도를 흔들 메가톤급 변수가 등장했다. 가능성으로만 존재했던 국민참여당(아래 참여당)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경기지사 출마가 현실이 된 것이다.

유 전 장관은 10일 오전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참여당의 광역단체장 출마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본격적인 지방선거 준비에 돌입했다. 유 전 장관은 공동으로 준비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번 지방선거는 이명박 독재정권과 노무현 정신의 대결"이라며 "노무현처럼 선거운동하고 노무현처럼 일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당장 정치권의 신경전은 가열되고 있다. 대중적 지지도가 높은 유 전 장관의 등장은 민주당과 진보신당 등 야권은 물론 한나라당에게도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특히 이미 출마선언을 하고 야권 단일후보를 향해 잰걸음을 하던 민주당의 김진표, 이종걸 의원, 진보신당의 심상정 전 대표의 속앓이는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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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경기지사 출마 "야권연대 결정 따르겠다" ⓒ 박정호


민주당 격앙... "한나라당 2중대도 아니고"

참여당과 '노무현 적통'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은 이날 가시 돋친 비난을 퍼부었다.

김민석 민주당 지방선거기획본부장은 "지분확보용 출마"라고 평가절하하면서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려면 지도급 인사들이 영남에 출마해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인천시장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송영길 최고위원은 "한나라당 2중대가 아니라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는 원색적인 비난을 내놨다.

참여당은 즉각적인 대응은 자제했지만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충북지사 출마 선언을 한 이재정 대표는 "상대 당에 대해 어떤 정치적 가치와 기준으로 왜 특정이 지역에 출마하지 않느냐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정당간에도 금도가 있다"고 맞받았다.


유시민 전 장관도 "야당들이 협력하면서 동시에 경쟁하고 있어서 아픈 소리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엄중한 시국"이라며 "동반자들에 대해 작은 차이보다는 큰 뜻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의 자세가 있다면 모두에게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당의 간판인 심상정 전 대표를 내세운 진보신당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서울에서는 한명숙 전 총리, 경기에서는 유시민 전 장관 등 '친노' 인사에게 노회찬, 심상정 두 당내 유력 후보가 야권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밀린다면 수도권에서 광역단체장 후보를 낼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에서는 심상정 전 대표와 유시민 전 장관의 지지층이 상당부분 겹친다는 점도 악재 중 하나다. 심상정 전 대표가 유 전 장관의 출마에 대해 겉으로는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직격탄 맞은 심상정... "열린우리당·참여정부 무상급식 반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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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무상급식 실현을 위해 '세박자 무상급식'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 유성호


심 전 대표는 9일 "경기도 장터에 전국적으로 유명한 '방물장수'가 왔으니 장터가 더 커질 것 같다"고 했지만 곧바로 유 전 장관에 대해 날을 세웠다.

심 전 대표는 자신의 '세박자 무상급식' 공약을 소개하면서 "무상급식은 지난 2006년 진보정당이 정책으로 제시했지만 당시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는 한나라당과 같은 논리, 예산문제를 들어 반대했다"며 "돈 때문에 무상급식 못한다던 참여정부 교육부 장관이 김진표 의원이고 보건복지부 장관이 유시민 전 의원"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핫이슈로 떠오른 무상급식 정책에 있어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포석이었다.

하지만 유 전 장관은 가볍게 넘겼다. 그는 "열린우리당이 무상급식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그럴만 하다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무상급식을 반대한 적이 없다"며 "국가가 교육복지 분야에 재정을 충분히 투입하지 않아서 실현되지 않았지만 무상급식은 의무 교육의 구성 요소 중 하나"라고 입장을 밝혔다.

한나라당의 반응도 주목된다. 한나라당은 현재 김문수 경기지사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당 후보들을 최고 두 배 이상 앞서고 있어 짐짓 느긋한 표정이다. 

한나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야당에서 어떤 후보로 단일화 하더라도 (당선이) 힘들 것"이라며 "유시민 전 장관이 단일 후보가 되면 야당의 득표율이 (다른 후보로 단일화 됐을 때 보다) 좀 더 올라가긴 하겠지만 한계가 명확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계를 늦추지 않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수도권의 재선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1주기와 야권의 후보단일화 효과가 맞물리면 수도권에서는 파괴력이 상당할 것"이라며 "특히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이었던 유 전 장관이 단일 후보가 될 경우 김 지사의 독주가 깨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야권 후보단일화, 시작된 진검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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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국민참여당 시도지사 출마자 1차 공동기자회견'에서 유시민 경기도지사 예비후보가 출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 권우성


유시민 전 장관의 출마로 야권의 연대협상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전망이다.

유 전 장관은 "5+4 연대 협상에서 합의되는 절차에 따라 제가 야권의 단일 후보가 됐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참여당은 또 수도권에 유 전 장관을 투입해 바람을 일으키면서 영남권, 강원충청권, 호남제주권 등 각 권역별로 에 최소 1명 이상의 후보를 내기로 하면서 본격적인 후보단일화 경쟁을 예고했다. 

이를 위해 참여당은 충북지사에 이재정 대표, 광주시장에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투입하고 대구시장에는 김충환 전 청와대 혁신비서관, 경북지사에 유성찬 전 환경관리공단 이사, 제주지사에는 오옥만 최고위원을 출마시키기로 했다.

천호선 지방선거기획단장은 "광역단체장 선거에는 각 권역별로 최소 '1+알파'의 후보를 내고 영남에서는 모두 내도록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반한나라당 연대를 주도하고 영남과 호남에서 유력한 견제세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 전 장관이 6·2 지방선거의 변수에서 유력한 상수로 변하면서, 여야 정치권의 '진검 승부'가 시작됐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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