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는 첫 주 모임에 5명, 다음 주 모임에 7명, 그 다음 주 모임에 8명. 전혀 예상치도 못했는데, 모이는 성적이 꽤나 좋았다. 막상 이야기는 되었지만, 뭐든지 막상 시작하면 모이기 쉽지 않을 텐데도 말이다.
어떤 식으로 진행하느냐고. 진행자의 신호에 따라 약 5분간 모두 앉아서 차분하게 명상을 한다. 그리고 미리 준비된 노트북을 켜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의 강의를 약 40분간 시청한다. 강의 내용은 '자식과 부모, 아내와 남편, 형제지간'등 가정 이야기다. 다시 진행자의 신호에 따라 약 10분간 명상을 한다. 처음 명상과 달리, 이번 명상은 강의 내용을 맘에 두고 한다.
그리고 눈을 뜬다. 이제야 정식으로 서로 인사를 한다. 명상하던 차분한 분위기는 순식간에 공중으로 날아가 버린다. 어느 새 모두 입가에 미소가 가득하고, 무슨 말만 하면 서로 깔깔대며 웃는다. 신기한 건 그들 중에 오늘 처음 만난 사람이 절반 이상이라는 것이다. 물론 1시간 가까이 법륜스님 인터넷 강의를 듣는 중 함께 배꼽을 잡고 웃고, 동감한다는 박수를 친 결과이리라. 이미 그들 사이엔 어색한 벽이 허물어지고, 마음의 문이 열려 있었던 것이다.
"저는 오늘 법륜 스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제 자신이 얼마나 남편에게 요구를 많이 하고 살았는지를 깨달았어요. 돌이켜 보면 남편이 저에게 많이 맞추고 산 거 같아요. 그래서 고맙기도 하지만, 남편에게 좀 더 요구하지 않도록 해야겠어요"라는 한 주부. 오늘 처음 이 모임에 왔고, 자신의 가정사 이야기를 하면서도 시종일관 웃으며 말을 풀어나간다.
"저는 직장에 있는 사람과 마음이 안 맞아서 죽겠어요. 뭐라고 이야기해야 하는데 차마 못하고 있고. 이걸 어떡하나 생각했는데, 오늘 이 강의를 들으면서 한 번 제대로 말해 볼까 해요. 잘 안 되지만, 스님 말씀대로 1주일간 기도하면서 시도해볼까 해요." 한 남성 직장인의 고백이다. 그도 오늘 모임에 처음 참석했다.
처음인데도 모두 서슴없이 자기 가정사 털어놓아
"사실 이런 이야기들을 제 아내에게도 잘 하지 않는데, 이 모임에서 하게 되네요. 참 신기하죠. 하하하하하하."
이런 말을 하는 한 남성 참가자의 웃음소리가 요란하다.
"사람들이 이런 모임에 참 갈급해 한다는 걸 알았어요. 모두 다 말은 하지 않지만, 기회와 시간과 장소가 없어서 못하고 있었을 뿐이라는 걸 말이죠."
또 다른 남성 참가자의 말이다.
이들이 하는 '마음공부'는 매주 목요일(4주는 휴무) 오후 7시 30분, 금산동 우리생협의원 2층 사랑방에서 한다. 아직 회비는 없고, 마음하나만 준비하면 된다.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가능하다.
이 모임의 장점은 마음만 있으면, 뜻이 맞는 사람 몇 명이서 어디서든 할 수 있다는 것. 사람들은 돈을 내고 시간을 들여, 일부러 법륜 스님 같은 고승을 찾아가지 않는가. 종교도 전혀 상관없다. 이 모임엔 기독교인도 몇 명이나 되니까.
노트북 하나 놓고 이런 좋은 '마음공부'를 하다니, "'마음공부' 하기 차~암, 쉽죠잉."
덧붙이는 글 | '행복한 마음공부' 리더 정상오씨 miruks@empal.com 011-9721-4273
2010.03.12 14:05 | ⓒ 2010 OhmyNews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