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 의거 50주년, 희생자 기리는 진혼굿 연다

14일 오전 10시부터 마산 3·15국립묘지 주차장 일원에서

등록 2010.03.12 19:24수정 2010.03.12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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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3.15 진혼굿 춤패 뉘무용단이 선보이는 진혼무

3.15 진혼굿 춤패 뉘무용단이 선보이는 진혼무 ⓒ 이종찬

▲ 3.15 진혼굿 춤패 뉘무용단이 선보이는 진혼무 ⓒ 이종찬

 

"올해는 3·15의거 50주년을 맞게 되는 해이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위해 값진 희생으로 오늘 우리 민주주의를 계승하게 한 열사님들의 거룩한 넋을 제대로 기리고 영혼을 위로하는 의식이 그동안 제대로 거행되지 못했기에 우리 민족 전통 문화의 한부분인 무굿을 통해 진혼굿을 거행하고 우리 전통국악과 전통무용을 접목하여 문화적인 행사로 치루고저 한다."

-'초대의 글' 몇 토막

 

경남 진해시와 더불어 통합 창원시로 거듭나는 마산은 삼한시대 굴자군(창원) 골포에 속하는 아주 작은 어촌마을이었다. 이 작은 어촌마을은 그 뒤 고려시대로 접어들어 골포에서 배로 여러 가지 물건을 많이 실어 나르게 되면서 점점 덩치를 키우기 시작해 합포란 이름을 얻게 된다.

 

합포는 조선 끝자락 개항을 하면서 해운항만이 크게 발전하기 시작했고, 개화란 파도에 휩쓸여 서구 문물과 문명을 빠르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 뒤 한일합섬과 수출자유지역이 들어서면서 산업이 눈부시게 발전하게 되었고, 인구가 크게 늘어나면서 규모를 갖춘 도시가 된다. 하지만 이 지역이 우리 역사 주체세력으로 나선 기록은 그동안 없었다.

 

4·19혁명에 불을 지핀 3·15의거가 그래서 이 지역 사람들에게 큰 자부심을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올해는 3·15의거 50주년이다. 이처럼 반 백 년이 지나도록 이 지역에서는 3·15의거 때 희생된 열사를 기리는 행사는 참 많았다. 하지만 그들 영혼을 위로하는 제대로 된 진혼굿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이번에 진혼굿을 크게 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산이 지니고 있는 자랑스러운 문화유산 3·15

 

a 3.15 진혼굿 포스터 3.15의거 50주년을 맞아 3.15의거 때 희생된 열사들을 기리고, 그 영혼을 위로하는 ‘대한민국 3.15의거 희생자 대 진혼굿’이 14일(일) 오전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마산 3.15국립묘지 주차장 일원에서 열린다.

3.15 진혼굿 포스터 3.15의거 50주년을 맞아 3.15의거 때 희생된 열사들을 기리고, 그 영혼을 위로하는 ‘대한민국 3.15의거 희생자 대 진혼굿’이 14일(일) 오전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마산 3.15국립묘지 주차장 일원에서 열린다. ⓒ 이종찬

▲ 3.15 진혼굿 포스터 3.15의거 50주년을 맞아 3.15의거 때 희생된 열사들을 기리고, 그 영혼을 위로하는 ‘대한민국 3.15의거 희생자 대 진혼굿’이 14일(일) 오전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마산 3.15국립묘지 주차장 일원에서 열린다. ⓒ 이종찬

"근대 한국사에 3·15의거가 주는 명제는 시민들이 주권의 주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사회를 지키는 파수꾼으로서 모든 권력에 앞선다는 사실이었다. 3·15의거는 외침 등 전쟁을 제외하곤 내부를 순환시키고 정화해 나아가는 데는 시민들이 그 중심에 있음을 알리는 시작이었다."

- 3·15의거기념사업회.

 

3·15의거 50주년을 맞아 3·15의거 때 희생된 열사들을 기리고, 그 영혼을 위로하는 '대한민국 3·15의거 희생자 대 진혼굿'이 14일(일) 오전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마산 3·15국립묘지 주차장 일원에서 열린다.

 

'3·15의거기념사업회'가 주최하며, '3·15의거희생자유족회'와 (사)대한고유신앙 계승종 천솔당이 주관한다. 후원은 경상남도와 마산시.

 

이번에 열리는 진혼굿은 모두 20개 마당으로 나뉘어져 있다. '부정거리 및 산청 울림', '향을 올리는 헌향, 다를 올리는 헌다, 술잔을 올리는 헌배', '신령님 청배 및 산천거리', '국태민안 기원무', '초 감흥, 초 영정거리', '불사거리, 칠성거리', '군웅거리', '금일 주인공 열사 영가님들의 거리', '살풀이춤', '법고무', '진혼무', '회심곡', '바라춤', '천궁 무상계', '민요', '대감거리', '검무', '장군거리 작도거리', '뒤전거리', '산 사람 굿'이 그것.  

 

20개 마당에 앞서 오프닝 행사로 열리는 '생명의 춤'에는 춤패 뉘 무용단장 박은혜 외 단원들이 나와 우주 만물이 생겨나는 과정을 새로운 시각으로 그리는 창작무를 선보인다. 이번 추모제에서는 출연진과 관객들에게 점심으로 떡과 음료수를 무료로 나눠준다.

 

신과 망자와 사람이 함께 어우러지는 진혼굿

 

첫째 마당인 '부정거리 및 산청 울림'에는 천솔무속보존회장 김현각이 나온다. 김현각은 이 마당은 "금일 행사내용을 천지신명님 앞에 고하고 무신을 청배하여 일체의 부정과 액을 거둬내고 모든 악기를 연주하여 금일 행사장을 깨끗하게 울리는 의식"이라고 설명한다. 둘째마당인 '헌향, 헌다, 헌배'에는 3·15기념 사업회장과 3·15유족회 회장이 나와 '금일 제관님들이 초를 켜고 옥수를 올리고 향을 올리고 헌배를 하는 의식'을 함께 치른다.

 

셋째 마당 '신령님 청배 및 산천거리'에는 천솔무속보존회장 김현각이 나와 '금일 행사 내용을 천지신명님과 산 천신에 고하고 신명풀이를 한 후 가, 무, 악, 으로 제단에 하강 강림 내림 하시어 달라고 청하는 의식'을 한다. 넷째마당 '국태민안 기원무'는 춤패 뉘 무용단 박은혜 단장 외 단원들이 나와 '국태민안과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창작 무'를 춘다.

 

다섯째 마당 '초 감흥, 초 영정 거리'에는 주관 만신 시흥 박만신 외 1명이, 여섯째 마당 '불사거리, 칠성거리'에는 천솔무속보존회장 김현각이, 일곱째 마당 '군웅거리'에는 주관 만신 시흥 박만신이, 여덟째 마당에는 천솔무속보존회장 김현각이 나와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산화한 열사 영가들을 제단에 모신 뒤 만신 몸을 빌려 인간세상에서 다하지 못한 한을 풀어내는 의식을 치른다.

 

그밖에 살풀이춤(경남 춤 아카데미 단장 이순자), 법고무(법성사 만우 주지스님), 진혼무(춤패 뉘 무용단 차수민 외11명), 회심곡(경상도소리 보존회장 김옥숙 외 단원), 바라춤(법성사 만우 주지스님 외 2명), 천궁,무상계(천솔무속보존회장 김현각, 우리소리연구소 백순옥 원장, 춤패 뉘 무용단), 민요(경상도소리 보존회장 김옥숙 외 단원), 대감거리(주관 만신 시흥 박만신 외 2명), 검무(춤패 뉘 무용단 안주현 외 3명), 장군거리 작도거리(천솔무속보존회장 김현각), 뒤전거리(주관 만신 시흥 박만신외 1명) 등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a 3.15 이번에 열리는 진혼굿은 모두 20개 마당으로 나뉘어져 있다

3.15 이번에 열리는 진혼굿은 모두 20개 마당으로 나뉘어져 있다 ⓒ 이종찬

▲ 3.15 이번에 열리는 진혼굿은 모두 20개 마당으로 나뉘어져 있다 ⓒ 이종찬

 

마지막으로 열리는 '산 사람 굿'은 이번 행사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신과 망자를 잇는 굿이 모두 끝이 나면 다 같이 나와 남은 음식을 나눠 먹고 술을 마시며, 노래와 춤과 악기와 한데 어울려 신명나게 어우러지는 마당이다.

   

천솔무속보존회 김현각 회장은 12일(금) 전화통화에서 "1960년 마산 3·15의거는 민족의 역사를 새로 쓰는 계기를 만들었으며, 시민운동으로 마산의 새로운 정신사를 엮어가는 단초가 되었다"며 "마산이 지니고 있는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인 3·15의거일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것은 시대적 소명"이라고 못 박았다.   

 

춤꾼 박은혜(춤패 뉘 단장)는 같은 날 전화통화에서 "이번 대 진혼굿에서 '생명의 춤'과 '국태민안 기원무', '진혼무', '검무' 등을 맡아 어깨가 무겁다"며 "마산에서 태어나 마산에서 살아가는 춤꾼으로서 마산 3·15의거 때 억울하게 희생된 열사들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뿌듯하다"고 말했다.

2010.03.12 19:24ⓒ 2010 OhmyNews
#3.15 진혼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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