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개청춘'영화 '개청춘'은 '20대들이 먼저 자신의 얘기를 꺼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반이다
스물일곱 살 김민희씨는 대기업 인사과에 다닌다. 더없이 완벽해 보이는 20대의 삶. 하지만 카메라의 시선 앞에 천천히 자신의 얘기를 꺼내놓는 김민희씨의 진실은 그렇지 못하다.
번듯한 직장에서 7년째 일하고 있지만 고졸 학력 때문에 김민희씨의 봉급은 대졸 신입사원보다 적다. 학력 콤플렉스를 극복하려 야간 대학에 등록했지만 버거운 생활에 결국 회사를 그만두기로 했다. 꿈을 찾아 간다했지만 여전히 그는 위태로운 삶에 힘겨워한다.
"언니, 나 정말 멍청한 것 같아. 늘 꿈만 꾸고 있나봐. 드라마만 많이 봐서 그런가. 열정만으로도 성공할 수 있을 줄 알았어."
머리를 싸맨 '88만원 세대' 김민희씨는 그렇게 카메라를 통해 자신의 말을 세상에 건넨다.
88만원 세대로 빚내는 그들의 불안한 줄타기영화 '개청춘'에 등장하는 김민희씨의 이야기이다.
'시작이 반이다'는 말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여성영상집단 '반이다'의 작품 '개청춘'에는 서로 다르지만 같은 '88만원 세대'의 고민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세 명의 20대가 등장한다.
고졸 학력의 직장인인 김민희, 군입대를 앞두고 좌충우돌하는 스무살 청년 우인식, 그리고 실력을 발휘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방송사 막내작가 신승희가 그들.
'반이다'의 나비씨는 영화에 담긴 이들의 모습이 '88만원 세대'라 불리는 20대들의 전형이라고 말한다. 그는 "한 명문대에서 이 영화를 상영했을 때 이들의 모습을 20대의 모습으로 공감하지 못하겠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었다"며 "하지만 이 영화에 담긴 모습이 불안한 기반 가운데 놓인 20대 대다수의 모습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