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조례개정안 통과시키고 광장사용 시민들의 자율에 맡겨야
어제(3월 15일) <연합뉴스>는 서울시가 서울시청 광장에서 과도한 시설물 설치와 소음을 규제하고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등의 서울광장의 운영 방향과 사용 기준을 만들 예정이라는 보도를 했습니다. 한편 거의 비슷한 시기인 지난 11일 서울광장의 자유로운 사용을 위해 시민 8만 5천 명의 서명으로 제출된 주민발의 서울광장 조례개정안이 서울시의회에 제출됐습니다.
서울시가 서울시민 8만 5천명의 이름으로 제출된 주민발의안의 통과를 위해 노력하지는 못할망정 또 다른 규제를 통해 서울광장의 자유로운 사용을 가로막겠다고 나선 것은 시민들의 뜻을 배반하고 짓밟는 행위가 아닐 수 없습니다.
또한 지난 해 서울광장에서 서울시의 불허방침과 경찰의 봉쇄로 시민사회가 주최하는 집회가 거의 열리지도 못하고 있는데 이러한 규제를 재론하는 것은 사실상 의미 없을 뿐만 아니라 규제를 위한 규제일 뿐입니다. 자유로운 서울광장의 사용을 막는 새로운 서울광장 사용규제 기준은 철회되어야 마땅합니다.
2008년 촛불시위 이후 정부와 서울시는 시민들의 '광장' 사용을 과도하게 통제해 왔습니다. 사실 서울광장의 남극체험, 광화문광장의 스노우잼 대회 등 과도한 시설물을 설치해 집회는커녕 시민들과 차량의 통행을 막은 것은 서울시인데 말이죠. 그리고 사실, 지난 해 서울광장에서는 경찰의 도심집회 봉쇄 방침과 서울시의 사용허가권 남용으로 제대로 집회가 열린 경우가 거의 없었습니다.
지난 해 6월 민주당 의원들이 서울광장에서 노숙농성을 하고서야 6월항쟁계승범국민문화제가 열린 것이 거의 유일합니다. 더구나 지난해 8월에 개장한 광화문광장에서는 소음이나 설치물과는 아무 상관없는 1인 시위, 기자회견조차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서울의 광장들을 이미 관변광장으로 만들어 시민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게 해 놓고 소음이나 시설물 따위를 이유로 또 한 번 시민들의 사용을 제한하겠다는 것은 서울시가 이러한 사실을 호도하는 것으로밖에는 볼 수 없습니다.
시점 또한 절묘합니다. 시민들의 서울광장 사용여부를 서울시와 경찰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결정하는 것에 분노한 시민들은 지난해 '서울광장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를 개정하기 위한 주민발의 서명운동을 펼쳤고, 결국 10만이 넘는 서명이 서울시에 제출되었습니다. 지난 3월 11일, 서울시는 8만 5천명의 유효서명을 인정하고 서울시의회에 개정안을 제출해놓은 상태입니다.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앞둔 서울시 의원들의 조례개정안 통과 여부에 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되자 서울시는 부랴부랴 소음과 시설물 따위를 기준으로 제시하면서 서울광장의 사용을 또 한 번 통제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헌법이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것은, 선거가 아니어도 주권자인 국민들의 뜻이 제대로 반영되어 민주적인 사회를 유지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며, 특히 소수자 및 약자의 권리 보호를 위해서입니다. 일반적인 정치과정을 통해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기 힘든 정치적 소수자와 약자들은 집회와 시위를 통해서나마 그들의 요구와 의사를 관철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국내외의 많은 학설과 판례에서 집회의 자유를 프라이버시권이나 다른 권리보다 우월적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집회로 인해 발생하는 소음이나 어느 정도의 불편은 사회구성원들이 이해해 줘야 할 '민주주의의 비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공적공간인 광장에서조차 집회조차 할 수 없게 제한하겠다는 것은 정부가 나서서 반민주적인 행위를 하겠다는 것과 다름 아닙니다.
서울시는 시민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이러한 과도한 규제 만들기에 시간과 능력을 쏟을 것이 아니라, 서울광장을 자유롭고 주체적으로 사용하길 원하는 시민들의 요구를 받들어 서울시의회가 조례개정안을 통과시키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헌법에 규정된 시민의 기본권을 제약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중단되어야 하고, 서울시의 새로운 서울광장 사용규제기준 마련 방침은 철회되어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글은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블로그와 내일신문에도 중복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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