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 김상곤-김문수 엇갈린 40년

6.2 경기도 지방선거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두 선후배의 한판 대결

등록 2010.03.22 13:39수정 2010.03.22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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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왼쪽)과 김문수 경기도지사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왼쪽)과 김문수 경기도지사권우성·경기도청

"무상급식은 무조건 배급하자는 북한식 사회주의 논리." - 김문수 경기도지사
"냉전적이고 전근대적이다. 김 지사, 뭔가를 비판할 때는 좀 더 숙고하라." -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위의 공방이 보여주듯 경기도 행정 수장과 교육 수장은 지난 1년 동안 양보 없는 대립과 경쟁을 펼쳤고, 이런 양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도 선거는 두 인물의 대결 양상으로 가고 있다.

야당은 김 교육감의 주요 정책인 무상급식을 6.2 지방선거의 핵심 의제로 내세우고 있다. 또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야당의 김진표·이종걸 민주당 의원,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 그리고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전 장관은 모두 '김상곤 효과'를 등에 업고 김문수 현 지사를 꺾으려 하고 있다.

'김상곤 효과' 등에 업으려는 야당 경기도지사 후보들

 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가 지난 1월 1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교육청에서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뒤 첫 일정으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을 찾아가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가 지난 1월 1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교육청에서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뒤 첫 일정으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을 찾아가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유성호

심상정 전 대표와 유시민 전 장관은 도지사 출마선언 뒤 모두 도교육청을 방문하며 공식적인 경기도 행보를 시작했다. 특히 유 전 장관은 지난 16일 도교육청에서 김 교육감을 만나 "김상곤 교육감님과 함께 머리 맞대고 아이들을 위해 일할 수 있다면 개인적으로 영광이겠다"고 말했다.

또 김진표·이종걸 민주당 예비후보들 역시 지난 12일 경기도 평택 갈곶초등학교에서 김 교육감과 함께 급식 도우미로 나서는 등 '김상곤 마케팅'에 열중하고 있다. 이렇게 야당 후보군들이 '구애'를 펼칠 정도로 김 교육감은 취임 1년도 안 돼 몸값이 올랐다.

김 지사는 이런 상황을 예견했던 것일까? 그리고 서울대 1년 선배이자, 자신을 운동권 서클로 이끈 과거 '동지 김상곤'이 자신의 지위를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먼저 느꼈던 것일까?


사실 김 지사는 '선배 김상곤'이 취임하기 이전부터 비판적이었다. 김 지사는 작년 5월 <중앙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국제고 설립에 우호적이지 않은 김 교육감 당선자에 대해 "몰라서 하는 얘기지, 알면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없다"며 "김 당선자는 대학 1년 선배인데, 아직 그때 입장인 듯하다"고 꼬집었다.

그리고 김 지사는 김 교육감이 취임 후 추진한 무상급식에 대해 "북한식 사회주의 논리", "학교가 무료급식소인가", "포퓰리즘 정책" 등의 표현을 하며 반대했다. 이에 화답하듯, 경기도의회는 18일 도교육청이 제출한 올 2학기 초등학생 5~6학년 무상급식 확대예산 204억 70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이번이 세 번째 삭감이다.


도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김 지사가 선두에서 무상급식을 반대하고 나서는데, 그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한나라당 소속 도의원들과 지방자치단체장들이 협조를 하겠느냐"며 김 지사에게 화살을 돌렸다.

또 김 지사는 경기도청 내에 교육국 설치를 강행해 "교육 자치를 훼손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김 교육감도 그냥 앉아서 당하지만은 않았다. 그는 김 지사를 겨냥해 "아직도 김 지사는 냉전적이고, 전근대적인 사고를 하고 있다"며 "뭔가를 비판하고 평가할 때는 좀 더 숙고하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또 도청의 교육국 설치에 맞서 "교육자치 훼손"이라는 이유로 대법원에 '조례무효를 위한 기관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무상급식과 교육국 설치 문제로 1, 2차 대결을 치른 김문수-김상곤. 경기도의 두 수장은 최근 학교용지부담금 문제로 3차 '전쟁'에 돌입한 모양새다. 이번엔, 김 교육감 쪽에서 먼저 공세적으로 나왔다.

도교육청은 "경기도가 지금까지 내지 않은 학교용지부담금 규모가 1조2810억 원에 이르고, 이 때문에 학교 추가 설립에 문제가 생겼다"며 "학생들이 제대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부담금을 조속히 상환해 달라"고 경기도를 압박하고 있다. 김 교육감도 17일 기자간담회에서 "경기도가 단순히 (재정) 사정 때문에 상환이 어렵다고 하는 것은 무책임한 반응"이라고 김 지사를 공격했다.

'김상곤 효과' 차단해야 유리한 김문수 경기도지사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3월 18일 수원 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에서 열린 '2010 경기도 소상공인 일자리창출 협약선포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3월 18일 수원 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에서 열린 '2010 경기도 소상공인 일자리창출 협약선포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경기도

하지만 도청은 "미납한 학교용지부담금은 163억 원뿐이고, 돈이 없어 학교를 짓지 못한다는 교육청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런 도교육청과 도청의 공방과 갈등은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 치의 물러섬 없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교육과 행정으로 영역이 나뉘어 있지만, 양쪽 모두 "여기서 밀리면 끝"이라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위에서 이야기했듯, 사실 김문수 지사와 김상곤 교육감은 서울대 경영학과 1년 선후배 사이로 한때 친밀한 동지 관계였다.

김 교육감은 서울대 69학번이고, 1971년도에 총학생회장을 역임했다. 김 지사는 서울대 70학번이고, 운동권 서클 '후진국사회연구회'에서 활동했다. 김 지사를 이 서클로 안내하고 직접 학습까지 시킨 인물이 다름 아닌 '선배 김상곤'이었다.

둘은 당시 서울대에서 교련반대운동을 주도했고, 10.15위수령으로 함께 제적됐다. 이렇게 두 '양김'의 20대 청춘의 삶은 쌍둥이처럼 닮았다.  

이후 김 지사는 노동운동에 투신했고, 1990년대 초반엔 민중당에서 활동했다.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장은 입학한 지 24년여가 지난 1994년 8월에 받았다. 이에 반해 김 교육감은 학계로 진출했고, 1987년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결성을 주도했다. 또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전국교수노조 위원장을 지내는 등 교수·지식인 운동에 앞장섰다.

사회운동이라는 비슷한 길을 걸었던 둘의 삶의 궤적은 김 지사가 1996년 당시 여당이던 신한국당에 입당하면서 180도 달라졌다. 김 지사는 이때부터 본격적인 보수우파 정치인의 길을 걸었고, 최근에는 대권 후보로 분류될 정도로 성장했다.

'절친' 김문수-김상곤의 엇갈린 삶... 지방선거에서 누가 웃을까

김 교육감은 이런 김 지사를 두고 "자신의 길이라고 생각하는 일에는 온몸을 던졌고, 무서운 집중력을 보여주는 인물"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어쨌든 20대 초반에 인연을 맺은 두 인물은 약 40년이 흐른 뒤 경기도에서 다시 만났다. 수원에 위치한 도청과 도교육청은 차로 15분이면 닿을 만큼 가깝다. 김 지사와 김 교육감은 그동안 조찬모임 등 이런저런 자리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눠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둘의 대립은 해소되기는커녕 점점 더 치열해졌다.

후배 김문수 지사는 선배 김상곤의 정책을 차단하고 '이름값'을 떨어뜨려야 지방선거에서 유리하다. 반대로 김 지사의 대항마들은 김 지사를 꺾기 위해 선배 김상곤 교육감의 힘을 빌려야 하는 상황이다. 재선 도전이 유력한 김 교육감 본인도 '20대의 절친' 김 지사 대신 다른 누군가가 도지사로 당선돼야 정책 추진이 무난하다.

6·2지방선거는 두 선후배의 물러설 수 없는 한판 대결이다.
#김문수 #김상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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