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대가리 구이, 그 맛이 기막히네!

[포토에세이] 안동 옹천 오일장에서

등록 2010.03.23 09:36수정 2010.03.23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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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대가리 구이 안동 옹천 시골장에서
고등어대가리 구이안동 옹천 시골장에서김민수

생선을 팔던 아저씨가 연탄 화덕에 손질하고 남은 고등어대가리를 굽고 있습니다.
구수한 냄새가 한적한 옹천 시골장을 가득 채워갑니다.
잠시 한적한 틈을 타서 장에 나오신 어르신들께 대접을 합니다.
막걸리나 소주 한 잔이 곁들여지면 그 어떤 잔치상도 따라오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할머니의 손 고등어대가리 구이를 드시고 있는 할머니의 손
할머니의 손고등어대가리 구이를 드시고 있는 할머니의 손김민수

할머니 한 분이 잘 익은 생선 대가리를 손으로 집어 맛나게 드십니다.
오랜 세월 살아오신 할머니의 모습을 봅니다.
저 손으로 자식들 길러내고, 시부모 공양하고, 남편 뒷바라지를 했을 것입니다.
고운 손 아니라도 아름다운 손입니다.

할머니 고등어대가리 구이를 드시는 할머니
할머니고등어대가리 구이를 드시는 할머니김민수

물끄러미 장터를 바라보시며 고등어대가리를 입으로 가져가시는 할머니는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 것일까 생각했습니다.
혹시 내 또래는 되었음직한 고향 떠난 아들을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랜만에 열린 오일장인데도 썰렁하여 속이 상하신 것은 아닐까.

할머니 나이듦이 이렇게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할머니나이듦이 이렇게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김민수

조금은 쓸쓸해 보이시면서도 우직한 듯한 할머니, 고등어대가리는 뼈째 씹어 먹는 것이 좋다며 제 손에도 쥐여 주십니다.

맛객 정말 맛나게 드신다.
맛객정말 맛나게 드신다. 김민수

"이만 좋으면 다 씹어 먹어. 막걸리나 소주도 한 잔 하면 좋지."
"한 잔 하실래요?"
"아녀, 그냥 이거나 먹을래."
"정말 맛있네요."
"고등어대가리 맛, 정말 좋아."

그랬습니다.
할머니가 쥐여 주신 고등어대가리의 맛은 정말 좋았습니다.
고등어대가리에 먹을 것이 그렇게 많다는 것이 놀랍기도 했습니다.


할머니 할머니의 모습에서 세월의 흔적을 본다.
할머니할머니의 모습에서 세월의 흔적을 본다.김민수

세월은 이제 할머니를 장터에서 생선대가리를 씹어먹어도 정겹게 보이는 나이가 되게 했습니다.

그 옛날 처녀 때나 새색시였을 때에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겠지요.
나이 듦 혹은 늙음이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고등어대가리를 맛나게 드시는 할머니를 보니 그렇습니다.


고등어대가리를 구워낸 아저씨의 마음이나 한 식구처럼 둘러서서 잘 구워진 대가리를 먹는 이들의 마음이나 모두 따스하고 구수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카페<강바랑의 글모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다음카페<강바랑의 글모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옹천 오일장 #할머니 #고등어대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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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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