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망초꽃 · 1
그 여자가 전락했다
수십 편의 시를 지어 바쳤던 여자
에겔리아라고 불렀던 여자
베아트리체라고 불렀던 여자
그 여자가 전락하기 시작한 건
근시였던 그 여자 사랑의 거리 측정에 실패한 때부터
사랑은 불과 같아 가까우면 데고
사랑은 망각과 같아 멀어지면 잊는 것을
시인의 하늘에
별빛으로 빛나지 못하고
한 개 별똥별로 추락한 것이
꽃이 스스로 시들어 떨어지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라 하더라도
그 여자가
그만
천길 벼랑으로 전락한 것은
숙명처럼 사랑을 쫒는 시인에게
한 생애에 걸쳐 애석한 일이다
일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그 여자가
영롱한 별이 되어 시인의 생애를 비춰야 할
그 여자가
여기 저기 흔한 개망초꽃 된 것은
한 생애를 통틀어 그에게, 통탄스러운 일이다
-최일화
2010.03.28 10:01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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