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가지쯤 어린 시절 모래사장에 관한 추억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동네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옷소매로 콧물을 훔쳐가며 뒹굴고 뛰어놀던 모래사장은 어린 시절의 추억 속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장소이죠.
모래성, 두꺼비집, 개미를 포함한 각종 곤충들... 그중에서도 필자의 기억에 가장 깊숙하게 남아 있는 것은 놀이터의 수많은 모래알 사이로 가끔씩 발견하게 되는 반짝이는 동전이었죠.
어릴 때에는 부모님께서 주시는 500원짜리 동전으로 눈깔사탕이며, 각종 형형색색의 불량식품을 한가득 사먹을 수 있었던 탓에 모래사이로 발견되는 동전은 필자에게 로또와 같았답니다.
그래서 누군가 운 좋게 동전을 줍게 되면 너도나도 그 행운을 누리고자 하루 종일 흙먼지를 덮어쓰고 모래밭을 헤집고 다니기도 했었죠. 동전을 찾아서 으스대며 슈퍼로 찾아갈 때의 그 희열이란... 과연 세치 짧은 혀로 그걸 표현 할 수가 있을까요?
1977년 한강의 백사장에서도 동전 줍기는 어김없이 인기를 끌었답니다. 당시 경제적으로 풍부하지 않아 용돈은 꿈도 꿀 수 없었던 아이들에겐 그만한 노다지도 없었겠죠. 그런데 여러분, 혹시 '동전 줍기'라는 직업은 들어 보셨나요? 못 들어 보셨다구요? 아니, 장난치지 말라구요? 장난이 아니랍니다. 그해 8월 13일자 <경향신문>은 뚝섬 모래사장에서 동전을 수집하는 신종직업이 생겼다는 소식을 전했답니다.
<경향신문 1977년 8월 13일>
신종직업 사장의 동전수집
피서객들이 흘리고 간 동전을 찾기 위해 사제 소형 금속탐지기까지 동원한 기발한 돈벌이가 등장했다. 수영하러온 개구쟁이들이 수영보다 동전 찾기가 더 재미있는지 졸졸 따라다니고 있다.
어린이들이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소형 금속탐지기까지 동원했답니다. 놀랍지 않나요? 하지만 이 신종직업이 가능하기도 했던 것이, 그때 뚝섬에는 여름이면 최고 15만에서 20만의 인파가 몰렸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하더라도 금속탐지기까지 동원한 전문적인 동전 줍기는 너무나 기발하고도 재미있는 신종 직업임에 틀림없습니다. 또 어려운 그 시절을 살아가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당시로는 상당한 첨단장비에 틀림없었을 금속탐지기까지 동원하고 키득거리는 아이들을 줄줄이 달고서는 하루 종일 동전을 주웠을 '동전줍는 아저씨'.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지만 바글거리는 인파 속에서 발가벗은 아이들을 이끌고 다니며 일 했던 탓에 하루가 지루하진 않았을 것 같은 아저씨. 지금은 또 어떤 기발한 아이디어로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있을까요? 그 번뜩이고 재미있는 아이디어, 지금 우리 청년 실업세대에게 좀 전수해 주실 수는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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