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의 한 장면이라면 대부분 좋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생사의 위험을 무릅쓰고 구조작업을 하신 군인과 민간인 모두들 고생하셨습니다. 살아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리던 가족들 마음이 표현할 수 없이 아프겠지만, 아름다운 결정이라 생각합니다."
한 누리꾼은 이렇게 안타까운 마음을 나타냈다. 천안함 실종자 가족들이 군에 구조와 수색 작업 중단을 요청했다는 기사 댓글로 말이다. 현재 누리꾼들은 "가족들이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며 "꼭 기적이 일어나길 바란다"고 격려의 말을 보내고 있다.
'천안함 실종자 가족협의회'는 3일 밤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의 인명 구조 및 수색작업에 대한 중단을 군에 요청했다"며 "4일부터는 모든 인명구조를 중단하고, 선체인양 작업으로 돌입하도록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고(故) 남기훈 상사의 귀환 과정에서 '현재 선체의 내부가 피폭의 충격과 바닷물 유입으로 매우 위험한 상태'라고 들었다"며 "일말의 기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잠수요원이 진입할 경우 희생이 우려돼 더 이상 선체 내부에 대한 진입을 요청치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실종자 가족들이 이런 결정을 내린 건 구조 작업을 하던 군인과 민간인들의 연이은 희생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에는 실종자 구조작업을 벌이던 UDT 한주호 준위가 사망했다. 이어 2일에는 수색 작업에 참여한 쌍끌이 어선 한 척이 침몰해 2명이 사망하고 7명이 실종되는 참사가 다시 벌어졌다.
이런 사고 소식을 접할 때마다 실종자 가족들은 다른 누구보다 더욱 안타까워했다. 결국 이들은 "더 이상의 희생을 막아야 한다"며 결단을 내렸다.
또 가족들은 고 남기훈 상사 시신 발견으로 더 이상 실종자들의 생존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사고 발생 직후 실종자 가족들은 '생존의 69시간'에 많은 기대를 걸었었다. 군의 빠른 구조를 요구하면서 민간인들의 구조 활동 참여를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고 현장의 빠른 조류 등 구조 환경이 나빠 69시간 내 구조는 물거품이 됐다.
이후 군이 "함미에 산소를 공급했다"고 밝혀 가족들은 다시 희망을 가졌으나 기상 악화 등으로 구조 작업은 바람만큼 신속히 이뤄지지 않았다. 뒤이어 들려온 소식은 '기적의 생환'이 아닌 고 한주호 준위 등의 사망 사고였다.
한 실종자 가족은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포기'라는 말은 입에 담고 싶지 않지만, 구조 작업을 하다 희생된 사람들 앞에서 죄인이 된 기분이다"며 "우리의 희망만 너무 앞세워서는 안 되는 상황이 된 것 같다"고 심정을 밝혔다.
"유족들, 자식을 수십 번 가슴으로 죽이는 심정으로 결정했을 것"
누리꾼들은 이런 실종자들의 결정에 격려를 보내면서 동시에 군에 사고원인에 대한 진상규명과 진실한 해명을 촉구했다.
누리꾼 '지천명'은 <오마이뉴스> 댓글을 통해 "만약에 오판이나 무리한 작전으로 인한 사고요 죽음이라면, 함선의 노후나 피로에 따른 사고요 죽음이라면, 그 책임 반드시 물어야만 한다"며 "사고 원인을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히 규명하고 관련 책임자들에게 응분의 책임을 철저히 묻는 것만이 이런 불행한 사고의 재발을 막는 첩경이다"고 지적했다.
또 누리꾼 '미소천사'는 <다음>에 "일반 고기잡이 어선도 출항시에 관계기관에 조업신고를 하며 조업위치를 알리는데 하물며 해군 함정이 작전 출항한 것인데 침몰위치도 제대로 못 찾아서 며칠씩 헤맨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정부가 정녕 구조할 의지가 있었다면 맨 처음 생존자 구조 당시 위치로 출동해 가능한 모든 장비와 병력을 투입하여 최소한 단 한명의 생존자라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누리꾼 '용병'은 "유족들은 자식을 두 번 죽이는 심정으로 아니 수십 번 가슴으로 죽이는 심정으로 결정을 했을 것"이라며 "부디 정부와 군 관계자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 줬으면 한다"고 적었다.
[2신 : 4일 오후 1시 30분]
고 남기훈 상사 장례 절차는 남은 실종자 귀환 때까지 논의 중단
4일 오전 고 남기훈 상사 시신이 도착한 경기도 평택시 해군2함대 사령부는 평소처럼 평온한 분위기다.
전날(3일) 오후 6시쯤 백령도 해군 구조 작업 도중 발견한 남 상사 시신은 실종자가족협의회(대표 이정국) 요청에 따라 성남 국군수도병원 대신 이곳 제2함대 사령부로 옮겨졌다.
실종자 가족들은 남 상사 시신 발견을 계기로 실종자 구조 작업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고 해군은 이날부터 천안함 선체 인양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지난 1일 실종 상태에서 진급해 안타깝게 했던 문규석 상사 동서 김아무개씨는 4일 낮 "고 남기훈 상사 유가족을 제외하면 나머지 실종자 가족들은 평소와 다름없다"고 2함대사령부 내 임시거처에 머물고 있는 실종자 가족 분위기를 전했다.
실종 후 사흘 정도까지는 생존 가능성에 실낱같은 희망을 가졌지만 1주일 정도 흐른 지금 시신이라도 찾았으면 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남 상사 시신 발견 뒤인 전날(3일) 저녁 실종자가족협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인명 구조와 수색 작업 중단을 요청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닿아있다.
김씨는 "고 한준호 준위 순직, 진양호 침몰 등을 보면서 더 이상 구조 작업은 어렵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차에 남 상사 시신 발견이 계기가 됐다"면서 "어제(3일) 실종자 가족 투표에서도 8대 2 정도로 (구조작업 중단) 찬성이 많았다"고 밝혔다.
고 남기훈 상사 시신은 헬기로 이날 오전 9시 30분쯤 독도함에서 2함대사령부로 옮겨졌고 유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검안을 거쳐 안치됐다. 실종자가족협의회에선 일단 모든 실종자들이 발견될 때까지 장례 절차 논의를 중단하기로 했다.
[1신 : 4일 오전 10시]
고 남기훈 상사 평택 해군2함대 사령부에 안치
침몰한 '천안함' 함미에서 3일 발견된 고(故) 남기훈(36) 상사의 시신이 4일 오전 9시 30분께 경기도 평택 해군2함대 사령부에 안치됐다.
2010.04.04 14:59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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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포기 아니다... 자체 진상규명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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