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천신일·천성관도 한명숙처럼 수사했나"

명진 스님 11일 법회서 검찰 '맹비난'... 안상수 의원에 "사과하든가 용서 빌어라"

등록 2010.04.11 16:41수정 2010.04.1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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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이 직접 김영국 거사와 전화 통화를 하며 '선거법 위반 사면 복권 안 됐을 텐데, 모두 풀어줄테니 기자회견 하지 말라, 네가 원하는 것 다 해주겠다'고 회유했다. 김씨가 이 제안을 거부하자, 이 수석이 전화기에 대고 쌍욕을 다 했다더라."

 

조계사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이 이른바 '봉은사 사태'에 청와대가 직접 개입했다는 의혹을 폭로했다. 11일 오전 서울 삼성동 봉은사 법왕루에서 열린 법회를 통해서다. 이날 명진 스님은 가사를 걸치지 않고 나섰다. 법왕루에는 500여 신도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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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이 11일 오전 서울 삼성동 봉은사에서 열린 법회에서 '안상수 외압 폭로 기자회견'을 막기 위해 청와대 이동관 홍보수석이 직접 김영국 거사를 회유협박했다는 등 청와대 직접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 권우성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이 11일 오전 서울 삼성동 봉은사에서 열린 법회에서 '안상수 외압 폭로 기자회견'을 막기 위해 청와대 이동관 홍보수석이 직접 김영국 거사를 회유협박했다는 등 청와대 직접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 권우성

이날 명진 스님이 청와대 개입 의혹만 폭로한 게 아니다. 명진 스님은 한명숙 전 총리 재판, 4대강 사업 그리고 "좌파 스님 퇴출" 발언을 한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 대표를 향해서도 거침없는 비판의 말을 쏟아냈다.

 

명진 스님의 '죽비 소리'에 봉은사 법왕루에서는 신도들의 박수와 환호성이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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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영상①]"군 면제 받은 사람이 군 기강 얘기하는 것은 코미디" ⓒ 김윤상

▲ [풀영상①]"군 면제 받은 사람이 군 기강 얘기하는 것은 코미디" ⓒ 김윤상

 

"MB정부, 돼지 눈에는 돼지 밖에 안 보이나?"

 

우선, 명진 스님은 한명숙 전 총리 재판과 관련해 검찰을 거세게 비난했다.

 

명진 스님은 "검찰이 한 전 총리를 수사하듯이, BBK, 천신일 회장 등을 수사했나? 아니 거기까지 말 할 필요도 없이 스폰서에게 매달 수백 만원을 받고 해외에서 함께 골프도 친 청성관 전 검찰총장 내정자를 제대로 수사 했느냐"며 "권력이 물라면 물고, 짖으라면 짖고, 조용하라고 하면 조용히 하는 애완견 노릇하는 정치 검찰을 그냥 놔두면 절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명진 스님은 "천안함이 침몰해 많은 사람들이 피눈물 흘리는 상황에서 정운찬 총리는 4대강 사업 협조를 구하기 위해 정진석 추기경을 찾아갔다"며 "정 총리의 행동은 지금과 같은 혼란 속에서도 정부의 관심은 4대강 사업 같은 토목공사에만 관심이 집중돼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명진 스님은 이 대통령을 겨냥해 쓴 소리를 던졌다.

 

"이 대통령은 천주교에서 4대강 사업을 반대하고 나서자 '잘 알아듣게 설명하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가톨릭에서 하나님의 뜻에 따라 고심 끝에 내린 결정에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천주교 사제들은 정의를 말한 것이지 정치를 말한 게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오직 이해관계, 수익성, 물질성 성장의 잣대로만 세상을 바라 보고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사람들이 정의, 평화의 관점에서 세상을 이야기 해도, 정부는 사람들이 이해관계 때문에 자신들을 반대하고 오해한다고 생각한다. 돼지 눈에는 돼지 밖에 안 보인다는데, 딱 그 꼴이다."

 

유독 봉은사 외압에만 '묵언 수행'으로 일관하고 있는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향한 비판도 빠지지 않았다. 이날 명진 스님은 특유의 입담으로 안 원내대표를 '조롱'했다.

 

"안 원내대표 수첩을 찍은 사진을 보니까, '말조심'이 계속 써 있더라. 머리가 나쁘니까, 그렇게 계속 적은 것 같다. 그런데 무슨 말조심일까? 입으로 하는 '말'을 조심하자는 건지, 네 발로 뛰는 조랑말을 조심하자는 건지 잘 모르겠다. 혹시 안 원내대표 지역구 과천에 있는 경마장에 가지 말자는 말인가? (안 원내대표가) 계속 말조심 하지 않으면 내가 과천 경마장 마굿간에 그를 집어 넣겠다!"

 

봉은사 법왕루에서는 박수와 함께 폭소가 터졌다.

 

"안상수, 17일 찾아갈테니 그 전에 사과하든지 용서를 빌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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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이 11일 낮 서울 삼성동 봉은사 법왕루에서 일요법회를 마치고 나오며, 신자들과 함께 법회에 참석했던 은혜공동체 박은수 목사를 만나 반갑게 포옹을 하고 있다. ⓒ 권우성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이 11일 낮 서울 삼성동 봉은사 법왕루에서 일요법회를 마치고 나오며, 신자들과 함께 법회에 참석했던 은혜공동체 박은수 목사를 만나 반갑게 포옹을 하고 있다. ⓒ 권우성

이어 명진 스님은 <금강경>과 <논어>를 인용하며 "부처님처럼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그렇게 하도록 노력하는 게 인간의 도리이다"며 "안 원내 대표는 젊은 시절 군대 안 가려고 행방불명 되느라 교양을 쌓을 시간이 없었던 것 같은데, 내가 <금강경> <논어>를 보내줄 테니 읽어보고 무식하기 짝이 없는 삶을 반성하라, 머리가 나쁜 건 죄가 아니다"고 일갈했다.

 

다시 법왕루를 흔드는 박수와 환호성이 터졌다. 명진 스님이 입담으로만 안 원내대표를 비판한 게 아니다.

 

"봉은사 사태에 정치권의 개입이 드러났는데, 그들은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요즘 여러 가지 일로 봉은사 사태가 묻혔다고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씨앗은 흙에 묻혀도 언젠가는 그 싹을 틔우게 돼 있다. 그 과오는 어떤 식으로든 씨앗을 뿌린 자들에게 돌아간다."

 

법회 끝무렵, 명진 스님은 안 원내대표를 향해 선택할 카드를 던졌다.

 

"오는 17일 조계사에서 열리는 4대강 사업 반대를 위한 '수륙대제'가 열리는데, 나도 신도들과 참석할 예정이다. 그리고 한나라당 당사를 방문할까 한다. 안 원내대표가 미리 내게 찾아와 내가 왜 좌파 스님인지 설명하든지, 아니면 사과하고 용서를 빌어라.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것 같은데, 그러면 나중에 장마가 찾아 오는 법이다."

 

한편 이날 박민수 은혜공동체 교회 목사와 신도 십여 명도 봉은사를 찾아 명진 스님의 법회를 들었다. 법회가 끝난 뒤 명진 스님과 박 목사는 포옹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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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영상④]"안상수, 17일 찾아갈테니 그 전에 사과하든지 용서를 빌어라" ⓒ 김윤상

▲ [풀영상④]"안상수, 17일 찾아갈테니 그 전에 사과하든지 용서를 빌어라" ⓒ 김윤상

2010.04.11 16:41 ⓒ 2010 OhmyNews
#명진스님 #봉은사 외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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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랭은 고양이를, 저는 개를 업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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