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국 "이동관 홍보수석과 직접 통화
'기자회견하면 뒷조사하겠다'고 말했다"

[단독] 이동관 "직접 통화는 100% 안 했다"... '진실게임' 귀추 주목

등록 2010.04.14 09:36수정 2010.04.1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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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이 11일 오전 서울 삼성동 봉은사에서 열린 법회에서 '안상수 외압 폭로 기자회견'을 막기 위해 청와대 이동관 홍보수석이 직접 김영국 거사를 회유협박했다는 등 청와대 직접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이 11일 오전 서울 삼성동 봉은사에서 열린 법회에서 '안상수 외압 폭로 기자회견'을 막기 위해 청와대 이동관 홍보수석이 직접 김영국 거사를 회유협박했다는 등 청와대 직접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권우성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이 11일 오전 서울 삼성동 봉은사에서 열린 법회에서 '안상수 외압 폭로 기자회견'을 막기 위해 청와대 이동관 홍보수석이 직접 김영국 거사를 회유협박했다는 등 청와대 직접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 권우성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이 13일 명진 스님(서울 삼성동 봉은사 주지)을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명진 스님은 지난 11일 법회에서 이동관 수석이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봉은사 외압' 사실을 증언하려던 김영국씨와의 기자회견 전날(3월 22일) 전화통화에서 회견을 취소하라고 회유 협박했다고 폭로했다. 이 수석은 이것이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이례적으로 스님을 상대로 형사 고소한 것.

 

그러나 김영국씨가 최근 지인들에게 이동관 수석과 기자회견 전날 직접 전화통화를 했고, 이때 이 수석이 기자회견을 취소하라는 협박성 말을 했다고 밝힌 사실이 있음을 <오마이뉴스>가 확인했다. 따라서 이동관-김영국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어서 '진실게임'의 귀추가 주목된다.

 

이동관 "100% 안 했다" vs 김영국 "직접 통화했다"

 

 김영국 조계종 총무원 불교문화사업단 대외협력위원
김영국 조계종 총무원 불교문화사업단 대외협력위원유성호
김영국 조계종 총무원 불교문화사업단 대외협력위원 ⓒ 유성호

김영국씨는 지난 3월 29일 지인들에게 자신이 이동관 수석과 직접 전화통화를 했고 이 수석의 협박성 발언을 들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오마이뉴스> 기자가 포함된 10명의 지인이 모인 저녁식사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동관 수석이 기자회견을 취소하면 뒤를 봐주겠지만, 기자회견을 강행하면 여러 가지로 힘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무슨 얘기냐, 취소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그랬더니 이 수석이 뒷조사를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오마이뉴스>는 그로부터 1주일여 후인 4월 4일 다시 김영국씨를 만나서 당시에 이 수석과 그런 식의 직접통화를 한 사실을 재확인했다.

 

- (이동관 수석과) 직접 통화한 거죠?

"네."

 

- 회견 취소하면 마무리 잘해주겠다고, 그러나 취소 안하고 강행하면 상당히 힘들어질 것이다고 해서 '그게 무슨 얘기인가' 물었고, 그래서 '뒷조사 들어갈 수도 있다', 이런 취지로 얘기했다는 거죠?

"네."

 

- 그래서 뒷조사 얘기 나왔을 때 불쾌했나요?

"그랬죠."

 

그러나 이동관 수석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4월 6일)에서 "김영국씨에 대한 '뒷조사' 발언이 사실이냐"고 묻자 "내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과 왜 전화를 하냐"면서 "직접 통화는 100% 없었다"고 부인했다. 이 수석은 그날 밤 김영국씨와 같이 술을 마시고 있던 대통령 직속기구 소속 A씨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상황보고'만 들었다고 했다.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남소연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 ⓒ 남소연

- 김영국씨가 이 수석에게 들었다는 워딩을 불러 줄게요. "회견 취소하면 뒤를 봐주겠지만 강행하면 여러 가지로 힘들어질 것"이라고 했다던데요.

"내가 확인해 본 건데… 내가 필요하면 통화기록까지 보여줄게요. 중간에 연결해 준 친구가 '내가 옛날부터 잘 아는 친구라서 (김영국을) 만났는데, 내일 기자회견 안하겠다고 합니다'라고 했다. 나는 그때 저녁식사 약속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인데 '그렇다면 잘된 일이다' 그 말 하고 끊었다. 내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인데, 좌파라는 얘들은 그렇게 후안무치한가? (기사 나가면) 소송 내서 끝까지 할 거니까 알아서 하라고 해."

 

- 김영국씨는 좌파도 아니고 한나라당 당직자였어요.

"아니, 좌파고 뭐고 간에 그런 식의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다니는 건 말도 안 되지. 앞뒤가 맞는 소리를 해야지. 알지도 못하는 사람 전화를 왜 받겠어?"

 

- 김영국씨와 통화한 적 없다는 거죠?

"100% 없다. 내가 왜 나서냐? 정무(수석) 같은 데서 할 일이고… 터무니없는 소리 하면 안 된다. 이를테면, 옆에서 내가 (A씨와) 통화하는 걸 들었다고 하면 모르겠지만, 왜 내가 통화하지도 않은 것을…"

 

하지만 김영국씨는 이미 '그날 밤의 진실'에 대해 상당수의 사람들에게 말해둔 상태였다. 명진 스님이 11일 법회에서 밝힌 것을 보면, 김씨는 명진 스님 등 불교계의 다른 인사들에게도 이동관 수석과의 직접 통화에서 협박성 회유를 받은 사실을 알린 것으로 보인다. 명진 스님은 법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시 이동관 수석은 김영국 거사에게 '선거법 위반으로 사면 복권이 아직 안 됐을 텐데, 모두 풀어줄 테니 기자회견 하지 마라, 네가 원하는 것 다 해주겠다'고 회유했다. 김 거사가 기자회견을 취소할 수 없다고 하니, 이동관 수석이 전화기에 대고 입에 담을 수 없는 쌍욕을 다했다."

 

'직접 통화' 사실이면 정권 도덕성 치명타... 거짓이면 명진 스님 신뢰성 타격

 

김영국씨는 지난 2006년 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 성남시장 후보를 돕는 과정에서 선거법을 위반해 피선거권이 제한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 수석의 직접 통화 내용이 사실이라면, 사면복권·뒷조사 운운이 사실이라면, '봉은사 외압' 의혹 사건은 정권이 개인의 약점을 동원해 진실의 은폐를 기도한 사건으로 확대된다. 이명박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적 타격을 가할 사안이다.

 

그러나 반대로 이 수석과 김영국씨 간의 직접통화와 이 수석의 협박성 발언도 없었다면 김씨와 그의 발언을 옮긴 명진 스님의 신뢰성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이번 '진실게임'의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봉은사 #명진 스님 #이동관 #김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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