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년만에 도착한 아버지의 무공훈장

부친 영전에 훈장 올리며 눈물 짓는 최대승씨 사연

등록 2010.04.15 11:13수정 2010.04.15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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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년만에 도착한 부친의 화랑무공훈장을 무덤 앞에 올리며 눈시울을 붉히는 최대승(앞쪽)씨 형제 ⓒ 최오균


지난 10일 최대승(서울 송파구 잠실 거주)씨는 56년 만에 도착한 아버지 고 최현균 하사의 화랑무공훈장과 전선에서 기록한 <일기장>을 고향(전남 무안군 삼향면 용포) 선산의 부친 무덤 앞에 올리고 성묘를 했다. 화랑무공훈장, 훈장증, 기념품으로 받은 손목시계 하나, 그리고 부친이 전선에서 기록했던 빛바랜 낡은 일기장과 함께 술 한 잔을 올리며 최씨는 감격에 겨워 눈시울을 적셨다.


"훈장증. 제9보병사단 육군하사 최현균. 귀하는 멸공전선에서 제반애로를 극복하고 헌신분투하여 발군의 무공을 세웠으므로 그 애국지성과 빛난 공적을 가상하여 대통령 내훈 제2호에 의거한 국방부장관의 권한에 의하여 다음 훈장을 수요함. <은성화랑무공훈장> 1954년 4월 20일 국방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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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년만에 도착한 훈장증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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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화랑무공훈장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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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고지에서 찍은 고 최현균 하사의 모습(1953년) ⓒ 최오균

고 최현균(사진) 하사는 1950년 6월 25일, 전쟁이 발발한 그 해 8월 만 17세의 어린나이로 논에서 일을 하다가 면사무소 직원이 들고 온 징집영장을 받고 제대로 씻을 사이도 없이 그 길로 입대하게 됐다. 입대직후 최씨는 제주도로 가서 3개월간 전투훈련을 받고 '보병9사단(백마부대)'에 소속되어 전선에 곧 바로 투입됐다.

그 후 최씨는 1952년 10월, 그 유명한 강원도 철원 백마고지 전투에 참전하는 등 수많은 전투에 참전하며 사선을 넘었다. 특히 중공군 1만여 명, 아군 3500명의 사상자를 낸 백마고지 전투에서는 절벽에서 떨어져 한동안 행방을 찾지 못해 전사통지를 받기도 했으나 뒤늦게 아군의 발견으로 기적적으로 생존하게 됐다.

고 최 하사는 6.25 전쟁이 거의 마무리 된 1955년 5월에야 휴가 한 번 가보지 못한 상태에서 5년간의 긴 군대생활을 마감하고 제대한다. 그러나 참전시 당한 부상과 동상의 후유증으로 시름시름 앓다가 1981년 49세로 짧은 생애를 마감하였다. 현재 유족으로는 부인 박광례(74)씨와 장남 최대승씨를 비롯하여 3남 2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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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고지에서 전우들과 함께. 맨 우측이 고 최현균 하사 ⓒ 최오균


이번에 받게 된 화랑무공훈장은 실로 56년 만에 도착한 지각 훈장이다. 이미 1954년 4월 20일자로 수훈대상자로 서훈을 받았으나, 전장의 혼돈 속에 본인이 작고한 후인 현재까지 훈장이 가족들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최근 국방부에서 6·25참전수훈대상자들을 대상으로 무공훈장 찾아주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중 연락을 받고 이제서야 그의 가족에게 훈장증과 훈장이 전달되었다.


"아버님이 살아계셨더라면 이 훈장을 받고 얼마나 기뻐하셨을까를 생각하니 너무나 애틋하기만 합니다."

초등학교 교사를 하다가 은퇴한 장남 최대승씨는 부친의 훈장과 일기장을 어루만지며 애틋함을 금치 못했다. 고 최 하사는 <향수>라는 제목을 붙이고 전선에서 틈틈히 일기를 썼다. 현재 남아 있는 일기장은 제대 무렵인 4288년(1955년) 1월부터 제대를 할 때까지 최씨가 전선생활과 고향을 그리며 기록한 내용이다. 일기장 중 한 토막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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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최현균씨가 단기 4288년(1955) 제대무렵에 전선에서 기록한 빛바랜 전선일기는 고향을 그리는 <향수>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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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288년(1955년) 고 최현균씨가 제대무렵 기록한 <전선일기장>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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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중에 기록한 고 최현균 하사의 전선일기 ⓒ 최오균


"4288년 1월 18일. 금요일. 금일 오전부터 대대훈련장에 나가 (교육을) 받고 있는 도중에 오전 중에 백선엽 각하가 제29연대를 방문하였다. 오후에도 역시 교육을 받고 중대에 돌아와 석식 후 일일점검표를 정리하였다……."

육군하사 고 최현균의 육신은 이 세상에 가고 없지만, 그의 영혼은 다 헤어진 일기장과 함께 이 땅에 영원히 존재하고 있다. 최근 서해 천안함 사건으로 나라가 어수선하다. 각종 설이 난무하고, 서로를 불신하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모두가 정직하게 중지를 모아 일치단결하여 침착하고 의연한 자세로 무명용사들이 목숨걸고 사수한 이 나라와 참혹한 전쟁을 딛고 단기간에 일구어낸 눈부신 경제부흥을 지켜내야 할 것이다.
#육군하사 고 최현균 #보병9사단 #화랑무공훈장 #전선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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