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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주지방에 밤새 눈이라도 내린 듯... 하얀 배꽃이 활짝 피었다. ⓒ 이돈삼

▲ 나주지방에 밤새 눈이라도 내린 듯... 하얀 배꽃이 활짝 피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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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꽃은 순백색이다. 보는 이의 마음까지도 하얗게 만들어준다. ⓒ 이돈삼

▲ 배꽃은 순백색이다. 보는 이의 마음까지도 하얗게 만들어준다. ⓒ 이돈삼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했던가. 며칠 전에 내린 것처럼 밤새 한바탕 눈이라도 내린 줄 알았다. 사방이 하얗다. 산자락도 하얗고 들판도 온통 하얗다. 도로변도 하얗다. 날씨만 춥다면 한겨울인 줄 알겠다. 그렇지 않아도 화창한 하늘이 더 환해 보인다.

그 유혹에 끌려 속도를 줄여 한쪽에 차를 멈춘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꽃이다. 눈처럼 하얀 꽃은 배꽃이다. 혹독한 날씨에서도 어김없이 피었다. 그 모습에 대견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향이 은은하고 생김새는 화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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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 배꽃. 생김새가 화사하다. 향은 은은하다. ⓒ 이돈삼

▲ 하얀 배꽃. 생김새가 화사하다. 향은 은은하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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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꽃이 활짝 피었다. 수령 지긋한 노목도 하얀 배꽃을 피웠다. ⓒ 이돈삼

▲ 배꽃이 활짝 피었다. 수령 지긋한 노목도 하얀 배꽃을 피웠다. ⓒ 이돈삼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 제 / 일지춘심을 자규야 알랴마는 / 다정도 병인 양 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배꽃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떠오른 시조 구절이다. 지은이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달밤에 본 배꽃이 그만큼 아름답다는 내용이었다. 내 몸도 마음도 착해지는 것만 같다. 시조시인의 노래처럼 달밤에 보면 더 아름다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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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 과원엔 주말과 휴일이 따로 없다. 한 농군이 과원에 영양제를 뿌려주며 풍성한 가을을 기약하고 있다. ⓒ 이돈삼

▲ 배 과원엔 주말과 휴일이 따로 없다. 한 농군이 과원에 영양제를 뿌려주며 풍성한 가을을 기약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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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 배꽃이 핀 배 과원. 유채꽃과 어우러져 봄의 정취가 물씬 묻어난다. ⓒ 이돈삼

▲ 하얀 배꽃이 핀 배 과원. 유채꽃과 어우러져 봄의 정취가 물씬 묻어난다. ⓒ 이돈삼

꽃잎을 하나하나 훑어 본다. 매화보다도, 벚꽃보다도 더 하얗다. 봄에 피는 꽃 가운데 가장 하얀 꽃이다. 매화나 벚꽃이 하얀 계열이지만 순백은 아니다. 연분홍색이 조금씩 스며있다. 순백의 배꽃이 매혹적이다. 가을에 따는 수박 만한 크기의 배보다도 탐스럽다.

과원도 잘 가꿔져 있다. Y자형으로 뻗어 있다. 인공수분이나 수확 일을 하기에 편하겠다. 가운데로 난 길을 따라 농기계가 다니기도 좋겠다. 나무 아래엔 풀이 파릇파릇 돋아났다. 싱그러운 게 땅을 기름지게 해주는 녹비작물인 호밀이다.

배 과원에서 자라나는 풀은 그냥 풀이 아니다. 여러 가지로 농사에 보탬이 된다. 이 풀은 여름까지 쑥쑥 자라난다. 여름이 되면 농군은 그 풀을 베어내 과원의 퇴비로 쓴다. 호밀은 또 병해충이 나무로 올라가는 것을 막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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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 배꽃이 핀 배 과원. 밤새 눈이라도 내린 것 같다. ⓒ 이돈삼

▲ 하얀 배꽃이 핀 배 과원. 밤새 눈이라도 내린 것 같다. ⓒ 이돈삼

하얀 배꽃은 나주 어디서나 볼 수 있다. 나주는 배의 주산지이기 때문이다. 나주의 배 생산량은 전국 생산량의 5분의 1을 차지한다. 전남 배 생산량의 70%를 웃돈다.

배꽃을 보는데 최적의 장소는 나주배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는 금천면 석전리 일대다. 그 곳에 과원이 모여 있다. 국도변이어서 교통도 편리하다. 공산면과 세지면, 왕곡면 일대도 멋있다.

과원도 대부분 야트막한 구릉에 조성돼 있어서 더 멋있다. 그 풍경이 파도타기 응원을 하는 모양이다. 그 풍경에 반하지 않을 사람이 없다. 순백의 배꽃 사이를 지나는 자동차까지도 배꽃 향에 취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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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 배꽃이 핀 배 과원. 맞은 편엔 분홍색 복숭아꽃이 피어 색의 대비를 이루고 있다. ⓒ 이돈삼

▲ 하얀 배꽃이 핀 배 과원. 맞은 편엔 분홍색 복숭아꽃이 피어 색의 대비를 이루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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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꽃은 대개 얕은 구릉을 이루고 있다. 배꽃물결이 더 아름다운 이유다. ⓒ 이돈삼

▲ 배꽃은 대개 얕은 구릉을 이루고 있다. 배꽃물결이 더 아름다운 이유다. ⓒ 이돈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