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대 리스트에 법무부-대검-부산지검 고위간부 포함"

[단독] 금품·향응 접대 'J리스트' 2탄... 검찰측 "앙심 품은 보복성 거짓 주장"

등록 2010.04.20 15:53수정 2010.04.22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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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부산·경남의 한 건설업자가 작성한 '접대 일지' 여기에는 접대 일시와 장소, 수표번호, 신권번호 등이 꼼꼼하게 적혀 있다.

부산·경남의 한 건설업자가 작성한 '접대 일지' 여기에는 접대 일시와 장소, 수표번호, 신권번호 등이 꼼꼼하게 적혀 있다. ⓒ 오마이뉴스 구영식


부산·경남지역 건설업자 J씨가 작성한 '금품·향응 접대 리스트'(이하 'J리스트')에 현재 법무부와 대검, 부산지검 등에 근무하는 고위간부들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예상된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J씨의 수기자료를 검토한 결과, 그에게 정기적으로 금품·향응을 접대받은 전·현직 검사는 50~60명에 이르며, 여기에는 검찰의 현직 고위간부들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일명 'J리스트'에 포함된 일부 검사들은 "J씨를 알지도 못한다" 혹은 "술자리를 함께 한 적은 있지만 금품이나 성접대를 받은 적은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J씨가 이런 내용의 진정서를 부산지검에 접수한 사실만 확인되었을 뿐, 진정 내용이 사실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오마이뉴스>는 J씨를 세 차례에 걸쳐 심층 면담한 결과 ▲그가 불이익을 감수하고 실명으로 검찰에 진정서를 썼다는 점 ▲접대 장소와 시간, 그리고 접대비로 지불한 수표번호 등이 특정돼 있고 해당 검사들이 그 지역에서 근무했던 시기와 일치하고 있다는 점 ▲검찰이 진정을 접수하고도 2달 넘게 진정인 조사조차 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19일 첫 보도를 했다.

"매달 2회 촌지 제공... 지청장은 100만 원, 일반 검사는 30만 원"

J씨는 자신이 직접 작성한 자료에서 "제가 제시하는 내용은 한치도 거짓이 없는 진실"이라며 매우 자세한 금품·향응 접대 내용을 담았다.

먼저 그는 1984년 3월부터 1990년 12월까지 약 82개월간 ○○지청에 근무했던 검사들과 일반직 직원들을 접대했던 내용을 적었다. 그 기록에 따르면, 그는 매달 2회 현금을 제공했다. 정기적으로 촌지를 제공한 셈인데, 이는 J씨에게 '검사 스폰' 활동의 하나였다. 특히 현금은 반드시 신권으로 바꾸어 전달했다고 J씨는 주장하고 있다.

지청장과 검사에게 제공한 현금액수는 달랐다고 한다. J씨는 "지청장에게는 1회 100만 원, 검사에게는 1회 30만 원이 전달됐다"면서 "검사의 경우 1호부터 6호 검사실 5명만을 대상으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원래 4호실 검사실은 없었고 이후 7호실이 추가됐지만 5명의 검사실만 계산했다"고 설명했다.


이것을 82개월(6년 10개월)로 계산하면 각각 1억6200만 원과 2억4600만 원에 이른다. J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가 6년 10개월 동안 지청장을 포함한 ○○지청 검사들에게 4억여 원에 이르는 '촌지'를 뿌린 셈이다.

심지어 J씨는 검찰 고위직을 지낸 L씨의 경우에도 수차례 현금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L씨는 검찰 안팎에서 '깨끗한 검사'로 평가 받아온 인사다. J씨는 "지인의 소개로 알고 지낸 날 200만 원을 인사한 후에 명절 때마다 쥐치포 속에 신권 100만 원을 넣어 수차례 인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검사들에만 촌지를 제공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검찰(지청)에 근무하는 사무과장에게도 매달 2회 총 60만 원이 전달됐다고 한다. 이것도 82개월 동안 합산하면 4920만 원이다.

J씨는 "촌지를 주는 일은 월례행사였다"며 "지금은 좀 다르지만 당시 검사실의 실세였던 계장들은 물론이고 여성직원들에게도 10만 원이나 20만 원 정도 건넸다"고 주장했다.

또한 J씨는 검찰의 각종 공식행사에 들어가는 비용을 댔다. 체육대회나 등산대회 때에는 행사당 100만 원 혹은 200만 원을 후원했다. 검사와 직원의 회식비도 댔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매달 2번 이상 지청장과 검사 전원, 사무과장이 배석하는 회식이 열렸는데 1회 회식당 100만 원 정도를 지원했다. 이것을 82개월로 계산하면 1억6400만 원이다.

J씨는 "검사 개개인 회식, 서울 등에서 손님이 올 때 향응 접대와 숙박비, 추석·설·신정 (때 주는 돈), 휴가비, 검사실 입회계장과 지청장실·검사실 여직원, 검찰교환원 등이 포함된 회식비와 휴가비 등은 제외했다"고 말했다.      

J씨는 "공식적으로 계산된 금액만 7억여 원에 가깝고 (여기에서 제외한 금액까지) 포함하면 10억 원이 넘는 금액을 ○○지청에 지출했다"고 주장했다.

"△△지검·고검 60~70명 중 접대한 검사는 20명 이상"

또한 J씨의 수기자료에 따르면, 2000년 이후에는 주로 △△지검·고검 검사들을 상대로 금품·향응을 제공했다. 이는 그의 사업 근거지가 옮겨졌기 때문이다. △△지검·고검 검사 60~70명 중 정기적으로 식사와 향응을 접대한 20명 이상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J씨는 이렇게 접대한 장소와 비용, 수표번호, 검사 전화번호 등을 아주 꼼꼼하게 기록해두었다. 심지어 신권 번호까지 적어놓았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2003년 1월 21일. C고검 ○○O 부장검사 등 3명 H갈비. 현금 20만+2차 술집 M(룸살롱) 55만 L카드+현금 40만'

'2003년 6월 13일. 부장검사와 전원 회식. G(횟집), H(룸살롱), S(룸살롱). 당시 주택은행 수표 10만 원 200만 원 사용. **78*685-700 16장 901-904 4장 총 20장.'

'2003년 7월 4일. 부장검사 전원(형사4부장 제외) 당시 지검·고검 사무국장 참석 1차 H갈비 식사. 일부 검사 2차 M(룸살롱). 지출 **81**89 100만(원권) 1장 및 **65*584-600 17장 지출 170만(10만 원권).'

'아가씨 팁 60(만원) 밴드 15(만원) 마담 10(만원) : 술값 110만'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과정에서 '성접대'도 있었다는 것이 J씨의 주장이다. J씨의 증언에 따르면 검사들을 성접대한 사례는 상당히 많았다. 수기자료에서도 "몇 분 정도 빼고 (술집) 아가씨와 잠자리 안한 분(검사) 없었다"고 주장했을 정도다. 부산 현지에서 만난 J씨의 증언이다.

"2003년엔가 강금실 변호사가 법무장관으로 임명됐을 때다. 당시 노무현 정부와 검사들이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었다. 서울에서 △△에 사무감사를 하러 내려왔다. 서슬이 시퍼럴 때인데 ○○ 감사팀들이 저녁에 부산의 한 횟집에 다 모였다. △△지검쪽에서 '사무감사를 잘 마쳐 달라'며 마련한 자리였다. 물론 접대비는 다 내가 냈다. 2차는 룸살롱 M에 가서 유흥을 즐겼다. 당시 감사팀으로 내려온 한 검사가 현재 A지역 지청장이다."

J씨는 좀더 흥미로운 증언도 내놓았다. 일부 검사들은 그를 통해 중국의 고급술을 대량으로 들여오기 위해 '불법행위'도 서슴지 않았다는 것. 

"한때 검찰에 중국 술 붐이 불었다. 오량혜, 모태주, 수정방이 고급 중국술 3인방이었다. 발렌타인 30년산보다 더 선호할 정도였다. 제가 가끔 중국에 가니까 검사들로부터 부탁이 들어왔다. 그런데 두 병 이상 못가져 들어오니까 검사들이 조치를 해줬다. 중국술을 20병 정도 가지고 들어오면 세관 직원이 미리 나와서 제 이름을 불렀다. 검색없이 통과할 수 있었다. 검사들이 미리 조치를 해둔 것이다." 

"대부분 검찰 고위간부로 재직중"... 검찰측 "터무니없는 명예훼손"

일명 'J리스트'에는 전직 검찰총장 등 검찰 고위간부에서부터 현직 지검장과 지검 차장, 지청장, 부장검사까지 포함돼 있다. 전·현직 검사들만 50~60명에 이른다. 지난해 정국을 뒤흔든 '박연차 리스트'에 버금간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특히 현직 검사장과 법무부 고위 간부, 그리고 전국 검사들의 비위를 감찰하는 업무를 관장하는 고위급 인사도 포함돼 있다. 또 최근 논란이 된 유명 정치인 재판에 투입된 검사도 있고, '박연차 게이트'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검사들도 있어 눈길을 끈다.

또 한 지검의 특수부 검사로 재직할 당시 한 업자로부터 청탁과 함께 수천만 원을 받았다는 전직 검사도 있다. J리스트에 올라온 일부 검사들은 검찰을 떠나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하거나 기업체에 영입됐으며, 정치권 진출을 시도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검찰측은 "제보에 등장한 모 검사장은 안면이 있고 식사 자리 등에 동석한 것은 인정하지만 금품접대와 성접대는 터무니 없는 명예훼손이라고 밝히고 있고, 대부분의 검사들이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며 "언론보도 내용을 지켜본 뒤 대응 수위와 자체 감찰 등에 나설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특히 J리스트에 포함된 부산지검의 고위간부는 20일 "J씨가 검찰 수사에 앙심을 품고 보복성 거짓 주장을 하고 있다"며 "신뢰성 없는 문건을 토대로 실명까지 거론해 보도하는 것은 명백한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했다.
#J리스트 #검사 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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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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