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낙인 서울대 법대 교수.
유성호
또한 성 교수는 97년 8월 <고시연구> 281호에 '한국헌법상 이원정부제(반대통령제) 권력구조의 정립'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당시 권력분점론의 하나로 제기된 이원정부제가 학계에서도 쟁점으로 등장하고 있었다. 그런데 같은해 12월, 똑같은 내용이 <법과 사회>(창작과 비평사 발행) 15호에 '권력의 민주화와 정부형태: 한국형 이원정부제(반대통령제)'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특히 후자의 논문에는 전자의 논문에 없던 내용이 일부 덧붙여졌다. 예를 들면 후자의 논문에는 '(1)전제정부로부터 입헌정부로의 정립'이란 제목으로 두 단락이 추가돼 있다. 또 후자의 논문 중 '(3)한국 헌정사의 오도된 권력의 인격화와 명목적 헌법'에도 몇 단락의 내용이 추가돼 있다.
특히 성 교수가 전자의 논문을 교묘하게 짜깁기해 후자의 논문을 쓴 흔적도 발견됐다. 4장 '현행 헌법 규범의 실천적 해석과 적용의 필요성'은 심한 짜깁기의 대표적 사례로 거론할 만하다.
전자의 논문 '4장 3절'의 두 번째 단락은 후자의 논문 '4장 2절'의 두 번째 단락에 실렸다. 이런 식으로 짜깁기한 사례가 적지 않게 발견되는데, 이보다 심한 경우도 있다.
'3.국민적 합의문서인 헌법 규범의 정확한 이해(전략) 현행 헌법은 대통령직선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제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무총리제, 국무총리·국무위원 해임 건의제 등의 도입으로 인하여 대통령제는 상당히 완화되어 있다. (후략)''(3)헌법재판소의 어설픈 대통령제 단정 (전략) 현행 헌법은 대통령직선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제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무총리제, 국무총리․국무위원 해임 건의제 등의 도입으로 인하여 대통령제는 상당히 완화되어 있다. (후략)'똑같은 단락이 전자의 논문에서는 '국민적 합의문서인 헌법규범의 정확한 이해'(4장 3절)에, 후자의 논문에서는 '헌법재판소의 어설픈 대통령제 단정'(4장 3절)에 실린 것. 똑같은 단락이 전혀 다른 내용의 절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이것도 전형적인 '짜깁기' 사례에 해당한다.
성 교수는 전자의 논문을 바탕으로 새로운 내용을 '단락'과 '장'의 형태로 추가하거나 일부 내용은 위치를 바꾸는 '짜깁기'를 통해 후자의 논문을 써서 발표한 것이다.
이와 함께 '이중게재' 논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어나 문장 다듬기' 행태도 되풀이됐다. '다행히 근래'를 '하지만 최근 들어'로, '전락하게 만들었다'를 '전락시켰다'로, '제공해 주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를 '제공해주었다'로, '모색이 필요함을'을 '모색할 필요가 있음을'로, '모델로서'를 '모델로'로 바꾼 것이 대표적이다.
성낙인 "'논문 자기표절' 최근 개념... 윤리적으로 문제 없다"위에서 거론한 '이중게재' 사례는 성 교수가 영남대 법대에 재직하고 있을 때 일어난 것이다. 그는 99년부터 서울대 법대 교수로 재직해오고 있는데, 2002년에 쓴 '2건 4편'의 논문도 '이중게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성 교수는 2002년 6월 <인터넷법연구> 1호(한국인터넷법학회 발생)에 '인터넷과 선거운동'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는데, 이 논문과 거의 똑같은 내용의 글이 같은 해 10월 <JURIST>에 '인터넷시대의 선거운동'이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다만 후자의 논문에서는 전자의 논문 중 'Ⅱ.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 자유의 원칙과 규제'(약 21쪽) 부분이 통째로 삭제됐다.
또한 성 교수는 2002년 상반기 때 <세계의 언론법제>(한국언론재단 발행) 11호에 '언론관련 선거법제의 문제점과 개정방향'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50여쪽에 이르는 상당히 긴 논문인데, 이와 비슷한 내용이 같은 해 후반기에 <열린 미디어 열린 사회>(열린 미디어센터 발행) 7호에도 실렸다. 다만 후자의 논문은 전자의 논문 분량이 대폭 줄어든 10쪽으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이중게재 사실과 관련, 성낙인 교수는 "학술지에 실은 논문 200매를 정기간행물 쪽에서 50매로 줄어달라고 해서 그렇게 줄인 뒤 게재했다"며 "엄격함을 요구하는 학술지에 실었다가 다른 학술지에 실었으면 이중게재라고 할 수 있지만 이런 정도는 도덕성문제가 불거질 만한 이중게재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성 교수는 "당시에도 (이중게재와 관련된) 정해진 룰(rule)이 없었고, 현재 서울대에서도 확정된 룰이 없다"며 "몇 년 전부터 이중게재가 쟁점이 되면서 '언제 쓴 논문을 수정하거나 보완해 실었다'고 밝히면 이중게재가 아닌 것으로 인정받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성 교수는 "출처를 밝히는 관례가 옛날에는 없었다"며 "그 시절 그런 관례가 없었기 때문에 (내 경우)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이중게재 등 요즘 쟁점이 되고 있는 '논문 자기표절'은 '최근의 개념'이기 때문에 이전의 이중게재는 학문윤리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 성 교수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