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로 땅을 산다는 말도 있다. 논둑이나 밭둑을 호미로 조금씩 파서 제 땅으로 만드는 것이다. 한 뼘의 땅이 아쉬웠던 시절,그렇게 늘린 땅에 벼 한 포기라도 더 심고 싶은 마음이었다(책속 사진 설명)
최수연
첫째, 홍수 조절기능을 한다. 그렇다면 여름에 논이 담고 있는 물의 양은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 전체 논 면적을 106만 헥타르(207년 기준)로 계산하면 논이 저장할 수 있는 물은 약 28억 톤 정도가 된다. 이것은 팔당댐의 총 저수량인 2억 4400만 톤의 14배에 해당하는 양이다. 둘째, 지하수 저장에 큰 역할을 한다. 농업기반공사가 계산한 논의 지하수 저장량을 보면 전체 지하수 저장량 121억 톤 중 45퍼센트인 54.5억 톤 정도다.
셋째, 배기가스로 오염된 대기를 정화하는 기능을 한다. 벼는 논에서 자라는 동안 광합성 작용을 하여 이산화탄소를 흡입하고 산소를 내놓는다. 이렇게 우리나라 전역에서 자라는 벼가 발생시키는 산소의 양은 연간 약 1058만 톤이라고 한다. 넷째, 다섯째, 여섯째… 이외에도 생태계를 보존하는 기능, 녹지공간으로 환경을 보존하는 기능과 도시민들의 심신을 어루만져 주는 기능까지 추가한다면 헤아릴 수 없는 많은 혜택을 인간에게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책 속에서논의 역할이 어마어마하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 더 이상 논을 택지로 전환하지 않고 잘만 활용하면 식량자급률도 높일 수 있고, 부족한 물을 보충한다고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4대강 사업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한눈에 봐도 수지가 맞는 장사(?)다. 그야말로 일석이조다.
또한 지금이라도 논의 택지전환을 멈추고 제대로 활용하면 전 세계 여러 나라들마다 엄청난 돈을 쏟아 붓고 있는 환경문제를 그 어떤 나라보다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 때문인지 언제든 파헤쳐질지 모를 우리의 논들이 안타깝기만 하다.
<논-밥 한 그릇의 시원>은 이처럼 우리 삶에서 가장 우선인 밥과, 밥의 시작인 논을 새삼스레, 그리고 진지하게 바라보고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그리고 우리들이 그간 발전(개발)이라는 명목으로 헤아릴 수 없이 버린 논과 땅들을 부끄럽게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오랜동안 '농민신문사-전원생활' 기자로 있는 저자는 벼농사의 시작부터 우리나라 최초의 논 유적지 및 논의 역사, 논의 사계절, 각종 농기구들, 논의 종류와 조성과정, 논에서 자라는 작물들, 한 톨의 볍씨가 싹을 틔워 모내기와 김매기 및 추수 등을 거쳐 우리 밥상에 놓이기까지 등 논을 둘러싼, 논과 관계된 모든 것들을 풍성한 사진들과 함께 들려준다.
고추와 된장, 막걸리 한사발이 곁들여진 새참, 모심기하는 농부의 손, 다랑이 논, 나락을 말리고 있는 할머니, 수많은 논의 풍경들 등, 책에는 논에 관련된 사진들이 풍성하다. 사진 설명은 농부소설가 최용탁씨가 별도로 썼는데 사진과 그 설명만으로 논에 관한 사진집이랄 수 있을 만큼 인상 깊은 사진도 많고 설명들도 가슴 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