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30일 오전 서울 왕십리 뉴타운 지역을 찾아 지역 주민들의 고충을 귀담아 듣고 있다.
남소연
"가옥주도 뉴타운이라는 이름으로 쫓겨나는 군요"지난달 30일 <오마이뉴스>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그의 일정에 동행할 수 있게 됐다. 차 안에서 이뤄진 일종의 '로드인터뷰' 형식이다. 이날 한 전 총리가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왕십리 재개발 현장이었다.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추진된 '청계천변 도심형 장기전세주택'. 서울 성동구 왕십리뉴타운 내 하왕십리에 지하 4층~지상 25층 규모로 지어진 '주상복합형 장기전세주택'은 흙더미가 된 왕십리뉴타운의 상징처럼 우뚝 서 있었다.
마침, 다 무너진 왕십리 뉴타운 공사지역 한 가운데서 아직도 살고 있는 주민들이 마중을 나와 주었다.
"저기 보이는 노란간판 빌딩이 우리 집이에요. 저게 우습게 보여도 10억~20억 가는 건물입니다. 그런데 제가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됐어요. 관리처분 인가가 떨어지니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없어요. 전기, 가스, 수도에 제약이 있고 인터넷도 안 됩니다."딱 3채 남은 집 가운데 한 집에 살고 있다는 여성주민이 안타까운 현실을 전하자, 한 전 총리가 말을 이어갔다.
"가옥주인데도 뉴타운이라는 이름으로 내쫓겨야 할 대상이 된 거로군요."감색 수트에 검정 운동화를 신은 한 전 총리는 성큼성큼 재개발 공사현장이 보이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연배의 여성이라면 남성이나 보좌진을 앞세우고 자신은 뒤서거니 하겠건만, 제일 먼저 난간에 섰다.
다 뜯겨진 창문, 흙더미로 변해버린 집들, 바람에 달랑달랑 간판만 나부끼는 헌 건물들. 한동안 물끄러미 현장을 바라보던 한 전 총리가 말을 꺼냈다.
"제가 오늘 제대로 봤어요."왕십리 재개발 현장에서 만난 가옥주들은 한 전 총리에게 자신들의 상황을 상세히 전달했다. 성동구청은 "도대체 얼마를 원하는 것이냐"고 주민들에게 묻지만 "우리가 원하는 건 원주민 청소가 아니라 원주민 정착"이라고 몇 차례 강조했다. 건설사들의 이익을 위한 놀음에 최소한 구청은 끼어들지 말고 주민 편에서 행정절차를 지켜야 하는 게 아니냐고 성토했다.
한 전 총리는 고개를 몇 번 끄덕인 뒤 "아이들 감기 들까 걱정"이라며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차에 올랐다.
한명숙의 도시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