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깨끗한 공천" vs "민주주의에 대한 배신"

울산금품여론조사 관련 한나라당 공천을 보는 시각

등록 2010.05.03 17:11수정 2010.05.03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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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지방선거를 한 달하고 이틀 남긴 지난 4월 30일 오후 3시 울산 남구 종하체육관. '한나라당 울산시당 안보 및 6.2 지방선거 필승 결의대회'가 열린 이곳에는 울산지역 한나라당 공천자 64명과 당원 등 2000여 명이 모였다.

 

중앙당에서는 허태열 최고위원, 정병국 사무총장이 참석한 것을 비롯해 울산시당에서는 김기현 위원장과 지역구 국회의원, 당협위원장이 모두 모였다.

 

김기현 시당위원장은 공천경과보고를 통해 "울산 64명의 후보는 가장 공정한 심사로 공천된 만큼 한나라당 후보로서 전혀 손색이 없음을 명백히 밝힌다며 "한나라당이 압승을 못하면 후진국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는 만큼 이번 선거에서 압승해서 정권 재창출에 앞장서자"고 역설했다.

 

시당위원장이 "압승 못하면 후진국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할 만큼 이번 지방선거에서의 한나라당의 승리에 대한 결의는 대단해 보였다.

 

공천장을 나눠 준 허태열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울산의 공천은 너무 깨끗했고 원칙대로 깔끔하게 마무리됐다"며 "여러분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후보들"이라고 열변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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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0일 오후 3시 울산종하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울산시당 6.2지방선거 필승 결의대회에서 공천자와 국회의원 등이 손을 잡아 올리고 있다 ⓒ 울산제일일보

4월 30일 오후 3시 울산종하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울산시당 6.2지방선거 필승 결의대회에서 공천자와 국회의원 등이 손을 잡아 올리고 있다 ⓒ 울산제일일보

다음날인 5월 1일 오후 2시 남구 신정동 울산대공원 안에 있는 종각 앞에는 지역 문화인 70여 명이 '울산예술인선언'을 통해 한나라당의 공천을 비롯한 울산지역 정치토양의 자성을 촉구했다.

 

예술인들은 "울산지역의 한나라당 소속 현직 구청장 및 시의원 후보 9명이 여론조사를 조작해주는 대가로 지역언론사에 돈을 건넸다"며 "언론사 사장이 구속되었음에도 돈을 건넨 사람은 버젓이 그들이 속한 당에서 공천을 하고야 말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6.2 지방자치 선거를 앞두고 우리사회 전체가 병들어 가고 있음이 안타깝다"며 "자라나는 꿈나무인 아이들의 눈에 비춰질 정치에 대한 부정적인 투영을 그대로 두고 눈감아 버리는 것은 예술가의 양심을 저버리는 일"이라며 선언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스스로의 잘못에 작은 부끄러움도 모르고, 주민들의 삶이 어떻고 지역의 발전이 어떻고 하면서 다시 자신들을 뽑아 달라며 표를 호소하고 있다"며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데 진정 그들에게는 이제 막 자라는 아이들도 알고 있는 최소한 양심에 대해서 알고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한 "민주주의를 위해 바쳐진 '생명'을 소중한 명예로 여겨온 어진 시민들과 문화예술인이 느끼는 배신감은 말로 표현 할 수가 없다"고 분개하기도 했다.

 

예술인들은 "특히 고속성장에 따른 역사와 문화, 민주의식이 증발해버린 울산에서 새로운 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깨끗하고 투명한 기초가 필수적"이라며 "그런데도 공직자가 먼저 모두에게 들통난 반칙을 했음에도 지금 울산은 마냥 침묵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두 눈 똑바로 쳐다보고 있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뭐라고 설명을 할 수 있단 말인가"고 되묻고 "더 이상 지역주민에 대한 기득권층의 안하무인을 방관할 수 없음은 우리 문화예술인들의 양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어린이 "우리 미래 흐리지 말아 달라"

 

한나라당 정치인들의 금품여론조사 연루와 기소, 이들에 대한 공천이 있자 지역 범야권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대학생까지 성토에 가세할 정도다. (비리정치에 화난 대학생들 "우리가 심판하겠다")

 

예술인들은 선언에서 '이번 사태의 핵심인 언론사는 시민 앞에 엄중히 사과하고, 해당 정당은 비리 범죄로 얼룩진 정치인에 대한 공천을 철회할 것, 돈으로 여론조작을 하고 비리에 관련된 당사자는 더 이상 부끄러움을 후대에 전하지 말고 진정으로 자기 내면을 거울로 비춰보고 자숙할 것'을 촉구했다.

 

예술인들이 선언문을 낭독하기 전 한 어린이가 마이크를 잡았다. 어린이는 친구가 학교 어린이 부회장 선거에 출마했다 낙선한 사연을 소개했다.

 

이 어린이는 "추운 날씨에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쳐주는 친구들 손이 시렵다며 친구 할머님이 타주신 율무차가 발단이 되어 가장 인기 있고 유력한 후보였음에도 후보자진 사퇴 압력을 받아 결국 보기좋게 낙선하고 말았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저와 제 친구들과 동생들도 모두 알고 있다"며 "욕심없고, 착하고, 정직한 사람만이 모두의 소중하고 깨끗한 표로써 선택되는 것이 '선거'라는 것을. 제발 저희들의 미래를 흙탕물처럼 함부로 어지럽히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0.05.03 17:11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금품여론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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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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