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의 [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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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김C가 소속되어 있는 록 그룹 뜨거운 감자는 1997년 결성 이래 2000년 정규 1집 <N.A.V.I> 이후, 2008년 4집 <감자밭을 일구는 여정>을 거치며 적지 않은 음악적 변화를 겪은 팀이다.
그 과정에서 팀에서 상당히 중요한 축을 맡았던 기타의 하세가와 요오헤이와 드러머 손경호가 탈퇴하는 과정도 있긴 했지만, 김C와 베이스를 맡고 있는 고범준의 2인 체제는 여전히 건재하다.
물론 뜨거운 감자의 멤버 교체가 이들 사운드의 변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긴 했지만, 사실 격정적이면서도 담담하게 삶을 얘기하는 그들의 축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다만 멤버들이 축소됐던 4집 이후, 이들이 말하는 소리와 이야기들이 약간 부드러워졌다는 이야기와 관련해 약간의 상업적 혹은 대중성 논쟁도 있었다. 그러나 그 논리가 너무나 빈약하다. 그럴 바엔 속시원히 방송인 김C를 비난하는 게 더 솔직한 태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이들의 신보 <시소>는 그런 측면에서 약간 불리한 위치에 있는 음반일 수도 있고, 혹은 그들이 도약하는 음반일 수도 있겠다. 아닌 게 아니라 장르부터가 좀 의아하긴 하다. 이러한 전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긴 하지만, I.S.T.(Imaginary Sound Track)라는 독특한 장르를 내걸고 발매된 이번 음반은 그 이름 그대로 '상상 속에 존재하는 영화 사운드 트랙'이라는 주제를 가진다.
'축소'되지 않고, '압축'된 그들의 사운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영화. 그 있지도 않은 영화의 사운드 트랙이 이번 뜨거운 감자의 신보 <시소>다. 따라서 청자는 음악을 들으며 영화를 상상한다.
영화의 주인공은 영화배우 김태우, 배두나라는 설정이 있긴 하지만, 영화 속에 주인공도 듣는 이 마음대로 언제든지 변화가 가능하다. 물론 가장 중심이 되는 영화의 테마는 '사랑'이다. 하지만 이 둘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가, 이들의 사랑이 어떻게 진행되는가 하는 것은 순전히 듣는 이의 상상이다. 뜨거운 감자는 그렇게 듣는 이의 상상력만 자극해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