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가 어떻게 공화당을 망쳐버렸는가'미국의 음악잡지 <롤링스톤> 표지기사. 미국 프린스톤 대학의 션 윌렌츠 역사학 교수는 부시의 몰락 과정과 그것이 미국 보수주의 물결에 가한 치명적 타격을 예리하게 분석했다.
정연주
션 윌런츠 교수는 '부시, 최악의 미국 대통령?'(2006. 3), '부시는 어떻게 공화당을 망쳐버렸는가'(2008. 9)라는 글(미국 음악잡지 <롤링 스톤> 게재)에서 부시의 몰락 과정과 그것이 미국 보수주의에 어떤 타격을 가했는지를 예리하게 분석했다.
에릭 포너 교수는 2006년 12월 <워싱턴 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부시를 '최악의 대통령'으로 지목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부시는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법의 무시, 인권 침해, 권력 남용, 정치적 리더십의 실종, 잘못된 정책 등으로 '최악의 대통령'이 되었다고 단언했다.
포너 교수는 부시의 권력 남용과 실정이, 스스로 법 위에 있다고 자만했던 워터게이트 스캔들의 주인공 리처드 닉슨 대통령보다 더 심했다고 지적하면서, "부시를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할 수밖에 없다"고 결론지었다.
이런 평가는 부시 8년 재임 중 있었던 지지율 변화와 의회 의석의 변화 등에서 구체적으로 확인된다. 2000년 대선에서 부시는 민주당의 알 고어 후보에게 득표에서는 54만 표를 뒤졌으나, 선거인단 투표에서 271 대 266으로 앞서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 특히 선거인단 수가 25개나 되는 플로리다 주에서 537표라는 아슬아슬한 표차로 부시가 이기기는 했지만, 만약 앨 고어 후보에게 유리한 팜 비치 지역의 1만9천표가 무효 처리되지 않거나, 재검표가 되었다면 역사는 완전히 달라졌을 수 있었다.
어쨌거나 그렇게 아슬아슬한 승리를 한 부시는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할 때까지 60% 안팎의 지지율을 유지했다. 그러다 9·11 이후 그는 미국 역사에서 가장 높은 90% 안팎의 지지율을 즐겼다. 뿐만 아니라 1994년 중간 선거에서 공화당이 압승을 거둔 후 미국 상원과 하원은 모두 공화당의 수중에 들어가 있었다. 여소야대의 의회 구성으로 인해 탄핵소추까지 받았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는 달리 부시 대통령은 행정부와 의회 모두 장악했다. 공화당 지배의 의회는 부시의 일방주의에 거의 아무런 제동도 걸지 않았다.
9·11 이후 90%까지 치솟았던 그의 인기는 2004년 선거를 전후로 50% 근방으로 내려갔고, 이라크 전쟁의 장기화와 허리케인 카르리나 사태에 대한 무능한 대응, 이라크 침공과 관련된 여러 가지 거짓말과 이로 인한 신뢰의 추락, 부시 주변 인사와 공화당 상층부의 부패 스캔들 등이 잇따라 터지면서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져 2006년 11월 중간 선거를 전후하여 지지율이 40%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40% 아래로 떨어지면 대통령으로서 원활한 국정 수행이 어려운 상태가 된다.
2006년 11월에 있었던 중간 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의 다수를 다시 탈환한 사실은 단순히 부시의 몰락 뿐 아니라 94년 이후 유지해온 공화당 의회 지배와 보수주의 물결의 상승세가 일대 전환기에 이르렀음을 말해주는 것이었다. 임기 말 부시의 지지율은 30% 아래로 떨어졌다. 미국 역사학 교수들이 2006년에 이미 예언한 대로 부시는 '최악의 대통령'이 되어 있었다.
개신교 근본주의의 편협함, '선과 악'의 이분법젊은 시절, 조지 부시는 알코올 중독자였다. 이로 인해 로라 부시와의 결혼 생활도 평탄치가 않았다. 그런 그가 마흔 살 되던 해 빌리 그래함 목사에 감화를 받아 '거듭 태어난 크리스천'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1987년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서 아버지 부시의 대선 지원을 할 때 그는 당시 미국 사회에서 영향력을 키워나가던 '기독교 우파'와 긴밀한 관계를 맺게 되었고, 이러한 관계는 그가 대통령 후보로 된 이후 매우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동맹관계로 들어갔다.
대통령 후보로 나서기 전 텍사스 주지사 시절인 1999년, 그는 한 무리의 목사들을 주지사 공관에 불러 함께 한 자리에서 "나는 더 높은 자리(대통령)에 가라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하나님이 내게 기름을 부으시어, 미국을 인도하라 하셨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대통령 시절, 부시는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으로부터 조언을 구한 적이 있는가 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내가 의지하는 더 높은 아버지 하나님이 계신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