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통이 가득해야 할 봉장에 벌통은 드물고 잡초만 무성하다
김수복
4월은 양봉업자들에게 가장 민감한 시기다. 양봉업자들은 5월 초부터 개화가 시작되는 아카시아 꽃을 따라 대구를 시작해 충청도를 지나 경기도, 휴전선 인근까지 일주일여 간격으로 북상한다. 그 후 다시 강화도, 인천 등지로 내려오는 대장정에 나설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카시아가 끝나면 또 밤꿀을 따러 나선다.
양봉 준비는 3월 중순부터 시작된다. 설탕을 진하게 물에 풀어서 벌집에 넣어주는 사양작업을 4, 5일 간격으로 반복한다. 이때부터 여왕벌은 집중적으로 산란을 하고 일벌들은 끝없이 왕대를 만들어낸다.
왕대란 우리가 흔히 로열 젤리라고 하는 애벌레를 키우는 집이다. 인간은 이것을 따로 채취해서 약으로 쓰지만 일벌들의 입장에서는 보다 튼튼하고 생산력도 월등한 여왕을 새로 옹립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다.
이전의 여왕보다 새로 만들어낸 여왕이 튼튼하다고 인식될 경우 일벌들은 떼거리로 달려들어 기존의 여왕을 죽여 버린다. 때문에 눈치 빠른 여왕은 추종자들을 데리고 탈출을 시도하는데, 이것이 이른바 분봉이다. 아무튼 여왕은 쫓겨나지 않기 위해서라도 끊임없이 알을 낳아야만 한다.
때문에 벌 한 통이 4월 말쯤 되면 두세 통으로 늘기도 한다. 성남기씨의 경우 280통이 예년과 같이 되었다면 지금쯤 최소한 500통은 돼 있어야 한다. 물론 그 많은 벌들이 가을까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5, 6월에 집중적으로 노동을 하는 기간 동안 벌의 수명은 이십여 일로 단축된다. 겨울에는 일을 안 하기 때문에 5개월이던 수명이 일하는 계절에는 그렇게 짧아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