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팝나무 꽃이 활짝 핀 거리. 전남 목포 풍경이다.
이돈삼
이팝나무 꽃이 활짝 피었으니 올해도 풍년 예감이다. 생각만으로 몸도 마음도 부자가 된 것 같다. 그것도 잠시. 피땀 흘려 농사지은 벼를 쌓아놓고 절규하던 농민들이 떠오른다. 마음이 갑갑해진다. 해마다 시위는 되풀이되지만 농민들의 상황은 나아진 게 없다.
갈수록 쌀값이 폭락하고 있다. 수요량보다 공급량이 훨씬 많아서다. 농사기술이 발달하면서 쌀 수확량이 늘어나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일. 게다가 우리 국민들의 쌀 소비량은 해마다 줄고 있다. 변화하는 식생활 때문이다. 문제는 북녘에 보내오던 쌀 지원이 중단된 데 있다.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때 우리는 해마다 쌀 재고량 가운데 40∼50만 톤을 북한에 보냈었다. 인도적인 차원에서 보낸 것이지만, 쌀 재고량 해소에 큰 도움이 된 게 사실.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었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북한 쌀 지원이 끊겼다. 이는 고스란히 재고량으로 쌓였고, 쌀값 폭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더 암담한 건 이러한 상황이 금명간 개선될 것 같지 않다는 데 있다. 올해도 피땀 흘려 가꾼 나락을 난장에 쌓아두고 절규하는 농민들을 봐야 할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불길한 예감이다. 제발 괜한 걱정거리였으면 좋겠다.
들녘이 못자리 준비로 분주한 요즘이다. 물론 벌써 모를 심은 조생종 벼논도 있다. 어떻든 농민들이 일한 만큼 보람을 찾았으면 좋겠다. 올 가을에는 제발 농민들의 절규가 아닌, 풍성한 수확 앞에서 환하게 웃음 짓는 농민들의 얼굴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수북하게 내려앉은 이팝나무 꽃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