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의 <소유정>
정선
하지만 1960년대와 1980년대를 거치며 한강의 상하류에 신곡, 잠실의 두 수중보가 생긴 이후에야 한강에서 낚싯대를 이용한 대낚시가 쉽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는 분은 많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수중보가 생기지 않고 물살이 빨라 여울이 많이 형성되었던 과거에는 대낚시를 하기엔 어려운 환경이었죠. 그렇다면 그 옛날 많은 사람들이 한강에서 어업에 종사하며, 매일 어시장이 열렸었던 한강에서는 어떻게 낚시를 했을까요?
자, 우선 옆의 그림을 보실까요. 이 그림은 조선후기의 유명한 화가인 정선(鄭敾, 1676~1759)이 그린 진경산수화, 양천팔경(陽川八景)의 한 곳인 소유정입니다. 현재 구암공원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졌지만 1986년도에 올림픽대로가 들어서기 전까지는 탑산 절벽 아래까지 강물이 흐르고 2개의 바위가 솟아올라 그림처럼 아름다운 절경을 이루고 있어 시인들의 단골 시제였다고 전해집니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그림 아래쪽에 쪽배를 띄우고 세월을 낚고 있는 강태공들이 있습니다. 낚싯대가 아닌 이상한 물건을 들고 있다고 해서 '낚시가 아닌 연날리기를 하려고 강에 온 게 아니냐!'는 분도 있겠는데요, 이것이 바로 '견지낚시'입니다.
견지낚시는 약 500년의 역사를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한국 전통의 낚시법입니다. 대낚시는 유속이 빠른 여울에서는 어렵지만 견지낚시는 여울에 특화된 낚시법이죠. 아낙네들이 쓰던 얼레인 '견지'를 낚시도구로 탄생시킨 선조들의 창의력이 대단하게만 느껴지는 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