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전 경기도 양수리 두물머리에서 4대강 사업으로 농지를 잃게 될 위기에 처한 농민들과 환경단체 회원들이 '팔당유기농지 짓밟지마라'가 적힌 현수막과 농기구로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권우성
"대운하 안 한다"던 MB 말 믿은 나... 반성한다촛불시위가 2년이 지났지만 어느 누구도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고 이명박 대통령께서 지적하셨다고 한다. 글쎄, 촛불시위로 누가 반성해야 하는지 알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 필자는 반성을 하고 있다.
당시 촛불시위가 격화되자 한반도 대운하를 하지 않겠다고 국민들 앞에 머리 숙인 국가지도자의 말씀을 너무나 철석 같이 믿은 점에 대해 두고두고 반성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운하를 하지 않겠다고 한 이명박 대통령의 약속을, 강을 인위적으로 파괴하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받아들였으니 이 얼마나 멍청한가 말이다.
지금 벌이고 있는 4대강 사업은 운하가 아니라고 뻔뻔한 항변을 하고 있지만 기실 이 두 사업은 강을 파괴한다는 점에서 일치한다. 오히려 4대강 사업이 한반도 대운하계획보다 훨씬 대규모적이고 무자비하게 강을 파괴하고 있다는 게 공사현장에서 드러난다.
또 운하는 민자로 16조 원을 투입할 것임을 계획했지만 4대강사업은 30조 원에 육박하는 국민세금이 들어간다. 그런데도 조삼모사인 줄도 모르고 언행일치로 믿었으니 필자가 반성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4대강 대화하자'는 정부... 진실한 모습 보여봐라최근 이명박 대통령과 국토해양부가 4대강 사업과 관련하여 '대화'를 외치고 나서는 이상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각 언론사에 공문을 보내 국민대공개토론회를 하자고 제안하고 있다고 한다. 덩달아 지금까지 애써 4대강 사업에 눈감았던 <조선일보>가 지면에 찬반토론을 벌이는 등 그간 4대강 사업에 관심이 많았고 중립을 지킨 것처럼 열성을 보이고 있다.
아마도 4대강사업을 속도 있게 밀어붙이면 국민들이 순순히 받아들일 것이라 믿었는데 종교계와 환경운동진영 등의 저항이 확산되고 국민들도 반대의견이 줄어들지 않고 있으니 당혹했으리라.
그러나 아무래도 좋다. 더 늦지 않게 대화와 소통을 하자고 했으니 진실한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그런데 대화를 하기위해서는 최소한의 진정성을 보여 주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 이명박 정부가 이 당혹스러운 국면을 일시적으로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면 하나마나의 결과만 낳기 때문이다.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정치적 계산으로 대화라는 형식을 잠시 이용하려 한다면 이는 착각이다. 마치 정부가 최선을 다한 것처럼 보이기 위한 틀에 박힌 형식적인 대화라면 지금 당장 멈춰야 한다. 오히려 사태만 더욱 악화될 것이다.
이는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2009년 6월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을 발표한 날, 충분한 시간을 갖고 추진할 것인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심명필 추진본부장이 '시간이 없다'고 말했던 것을 기억한다면 애초에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을 충분한 대화를 통한 의견수렴으로 진행할 의사가 없었던 것이 분명했다. 무수한 반대의견에도 공식적인 토론은 고사하고 변변한 모임조차도 제안한 바 없기 때문이다.
사업을 계획할 당시에는 지극히 보안을 유지하고 공개적인 토론조차도 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대화'를 들고 나온 것은 누가 봐도 4대강 사업을 추진하기에 불리해진 여론을 만회하고자 하는 일종의 술수로 이해될 수 있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가 대화와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24시간 공사하면서 대화가 될까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오후 군산시 옥도면 새만금 신시도광장에서 열린 새만금방조제 준공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
그렇다면 그 진정성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을까. 한두 번에 걸쳐 생색내기 토론이 아니라 4대강 사업에 따른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토론해야 한다.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홍수예방과 수량확보, 수질개선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정부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 과학적인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그러므로 정부가 이 사업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논거를 제시해야 한다.
또한 지금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부정적인 문제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부실한 환경영향평가의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고 대규모적이고 광범위한 공사로 인해 생태계 파괴도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토양의 중금속오염이 밝혀지고 있고 식수원 오염 위협 등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쟁점들을 낱낱이 해부하고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충분하고 충실한 토론이 진행되어야 한다.
정부의 대화 제의가 진실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공사에 대한 태도를 밝혀야 한다. 야간에 불을 밝히면서까지 24시간 공사를 진행하면서 대화하겠다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공사는 예정대로 진행하고 대화를 따로 한다면 대화가 형식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대화의지가 의심스럽게 된다.
4대강 사업이 대화와 소통의 부재속에서 진행했다는 것을 정부가 인정한다면 4대강 사업은 일단 잠정 중단되어야만 한다. 또한 대화와 소통과정에서 나온 내용들을 반영하기 위해서도 4대강 공사는 일시적이라도 중단되어야할 필요성이 있다. 그럴 때만이 대화의 의미가 살아나게 되는 것이다.
사업을 일시 중단하면 사업에 차질이 있다고 반론을 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에도 대규모 국책사업과 관련하여 심각한 갈등이 발생할 경우 사업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고 논의나 조사가 시작되었던 사례는 충분히 있다. 잘 알다시피 환경적인 갈등으로 우리사회의 주요현안이 되었던 새만금간척사업은 찬반 논란이 사회적으로 크게 대립하자 민관공동조사단을 구성하여 활동할 목적으로 공사를 일시 중단하도록 결정한 바 있다. 당시에도 대화를 하기 위해 공사를 일시적으로 중단할 경우 온갖 억측과 위협을 했었다. 마치 공사를 일시적으로 중단하면 무슨 큰 일이 발생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4대강 사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마도 지금 공사를 일시 중단하면 장마를 대비할 수 없어 위험하다는 주장을 펼칠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4대강은 공사를 멈추지 않고 계속적으로 추진하는 것보다 더 위험한 것은 없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가 진정한 대화를 원한다면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
구분 |
새만금간척 |
경인운하 |
사패산터널 |
경부고속철 |
부안 방폐장 |
한탄강댐 |
갈등관계 |
정부·지자체 ↔ 환경·종교계 |
정부·기업 ↔ 환경단체 |
정부·기업 ↔ 환경·종교계 |
정부 ↔ 환경·종교계 |
정부·지자체 ↔ 환경·주민 |
정부 ↔ 환경·주민 |
논의구조 |
공동조사단 |
민관협의회 |
노선재검토 위원회 |
공동조사단 |
민관협의회 |
갈등조정소 위원회 |
다음으로 성과 있는 논의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4대강사업 민관공동조사단'을 구성해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4대강을 충분히 조사해야 한다. 뒤늦게 희귀종이자 멸종위기종인 단양쑥부쟁이와 표범장지뱀이 발견된 도리섬 일대에 대해 환경부가 전수조사를 요구했지만 국토해양부와 수자원공사는 이를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정부에 민관공동조사단 구성을 제안한다그 뿐만이 아니다. 지금 환경활동가들이 수질모니터링을 자발적으로 하고 있는 남한강 공사현장은 입구를 차단하고 출입을 봉쇄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이 전혀 문제가 없다고 호들갑을 떨면서도 정당한 감시활동을 애써 막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명박 정부의 주장대로 4대강사업이 강을 살리는 사업이라면 떳떳하게 시민들에게 개방해야 한다. 그리고 제기하는 문제점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나아가 민관공동조사단을 구성해서 투명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함께해야 한다. 그럴 때만이 신뢰성이 있는 대화도 논의도 가능하다.
과거 많은 환경 갈등 사례에서도 다양한 기구를 만들어 논의와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이런 기구를 만들었다고 해서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국민의 의구심을 해소하고 문제제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정부의 몫이다. 최소한의 노력도 보이지 않고 일방적으로 국민을 홍보 대상으로 몰고 가는 것은 수준 낮은 장사치나 하는 행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