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노무현재단 상임이사.
남소연
- 이번 지방선거는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대결로 표현되기도 하는데?"사실은 '친노'니 '반노'니 하는 식으로 표현되는 것은 불편하다. 그런 프레임에서는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이다. 정책 지향이 다른 세력들이 선거의 장에서 경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이명박 정부의 실정이 많다. 구체적 민주주의에 대한 후퇴이며, 서민 복지 부분까지 엄청나게 뒷걸음질치고 있다. 남북관계는 파탄을 내버렸고, 국가균형발전도 완전히 역행했다. 참여정부가 역점을 들여서 해놓았던 정책들을 다 거꾸로 물거품을 만들면서 과거로 되돌아가버렸다. 이런 것에 대해 국민들이 분노하면서 심판을 해야 된다고 되니까 자연히 국민들이 다시 대안세력으로 앞의 정부 사람을 찾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분들이 야권의 각 지역에서 단일 후보로 선택되고 있다."
- 고 노무현 대통령은 지역주의를 깨야 한다고 했는데, 이번 선거에서 그것이 실현될 것이라 보는지?"지역주의 타파라는 것을 영남권에서 비한나라당 정치세력이 당선된다는 좁은 의미로 볼 것만은 아니다. 영남에서는 사례들이야 그 전에도 있었다. 영남이든 호남이든 어느 지역에서든 특정 정파가 독식-독주하지 않고, 말하자면 여러 세력이 서로 견제할 수 있는 정치문화가 되어야 한다. 선거제도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가능할 것이다. 지역구도를 깨는 게 영남지역으로만 좁혀서 묻는 거라면, 우선 대구경북까지는 살지 않는 곳이어서 뭐라고 말할 처지는 아니다. 부산경남은 살고 있고 몸담고 있는 곳인데, 지금 상황은 고무적이다. 경남의 경우 광역자치단체장도 그렇고, 창원마산진해 통합시장 선거도 그렇고 후보단일화가 모범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충분히 승리까지도 기대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고 본다. 부산도 야권후보 단일화 결정이 늦어졌지만, 출발이 뒤처졌지만, 동시에 아주 분위기들이 크게 호전되고 있다. 그런 기대들을 하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 '노풍'(노무현 바람)은 이번 선거에도 불 것이라 보는지?"우선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식이 젊은 층에서도 크게 높아졌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후 치러진 재보궐선거를 보면 두드러지게 나타난 양상이다.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는 젊은이들의 의식이 크게 늘어났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노무현 대통령이 '깨어있는 시민 정신'에 대한 자각들이 크게 일어난 것이라 본다."
-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생각이 점점 잊혀간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지?"잊혀가는 것이 아니라 차분해지면서 내면화하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 의식을 이루게 되고, 그런 과정이라 본다."
- 일부에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1주기를 정치적으로 악용한다는 주장을 하는데?"사실 모든 선거가 다 중간평가적인 성격을 갖기 마련이다. 이번 지방선거가 유독 이명박 정부 평가 성격이 강한 것은 실정의 정도가 심하기 때문이다. 그것 때문에 참여정부측 사람들을 포함한 비판세력과 현 정부측 사이에서 대결구도가 강하게 형성된 것이다. 야권후보단일화라는 대의도 그렇게 해서 힘을 받게 된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선거는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1주기와 무관하다. 시기가 1주기에 맞물렸기에, 1주기를 놓고 이런저런 정치적인 해석을 피아 간에 하게 되는데, 1주기가 없더라도 이번 선거의 성격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노 대통령 서거 1주기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이 정부의 실정이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 낸 것이다."
- 이명박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나?"너무나 안타깝다. 참여정부와 정책적 지향이 다른 것이 당연하다. 말하자면 역사는 한 방향으로 갈 수 없다. 다른 지향을 놓고 서로 경쟁하고, 상대측보다 더 잘하는 것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얻고, 역사의 발전을 이루어내는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정책적인 지향이 다른 것이 아니라 우리 역사가 가야 하는 방향에 역행하고 있다. 모든 나라들이 앞으로 나아가는 21세기에, 이명박 정부는 민주주의도 거꾸로 가고 복지도, 남북관계도 파탄내고 있다. 눈물이 날 정도다. 정말 온 국민들이 과거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한 걸음 한 걸음 힘들게 발전시켜 온 것을 한 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해할 수도 없고 너무 안타깝다. 정책적인 지향이 달라서가 아니다. 보수와 진보가 아니다. 보수가 민주주의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되어 있는 게 아니다. 보수도 자유민주주의를 최고 가치로 생각한다. 평화통일도 헌법상 명시되어 있다. 이명박 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
- 천안함 침몰사태에 대해 일부에서는 참여정부 책임이라는 식으로 말하기도 했는데, 어떻게 보는지? "천안함 침몰사태에 대해, 참여정부의 책임이라든지 국방정책에 원인이 있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저는 지금 이 정부가 뭔가 정확한 물증이나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몰아가고 있는 원인, 그것에 대해 믿을 수가 없다. 만약에 그게 사실이라면, 정부가 몰아가는 방향이 맞다면, 이 정부의 안보태세나 능력이 거의 무능력자에 가깝다는 것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참여정부 시절에는 북한과 충돌이 단 한 건도 없었다. 북한으로 인한 피해가 없었다. 그것과 극명하게 비교되지 않나. 천안함의 침몰 원인으로 정부가 몰아가는 그것이 사실이라면 당연히 북한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되겠지만, 한편으로 안보무능, 그로 인한 장병들의 희생에 대해서는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 현 정부 들어 경제위기로 참여정부 탓이라는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던데?"이 정부 들어 금융위기를 겪은 것은 이해할 만한 점이 있다. 반드시 정부 잘못보다 국제적인 원인이 크다. 그런데 그것을 어영부영 참여정부의 책임인 양 말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참여정부 출범할 때 '카드대란'이며 '가계신용불량'이 심했다. 그래도 참여정부는 앞 정부의 책임이나 탓을 말한 적이 없다. 지금 이 정부와 참여정부의 경제지표를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참여정부가 넘겨준 경제적인 악재가 단 하나도 없다. 경제지표를 비교해 보아도 경제성장이든, 소득이든, 수출증가율이든 참여정부 때가 우월했던 것으로 지표상에 드러나고 있다. 온 국민이 아는 것을 눈 감고 아웅하는 것이다."
- 변호사이니까 최근 검찰 개혁 이야기가 나오고, '스폰서 검사' 사건 파문이 크다. 검사한테 향응을 제공했다고 한 건설업자 정아무개씨의 사건에 대해 법무법인 '부산'이 변론을 맡고 있기도 한데?"잘못된 문화다. 그게 일종의 문화 내지 풍토 같은 것이다. 그래서 검사 개개인별로 잘못했다는 생각을 아마 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이번에는 드러났는데, 과거에는 검찰 내부에서도 그러는 게 문제라는 지적들은 있었다. 이번에는 스폰서가 말하자면 건설업자였다는 것인데, 이번 사건의 앞에는 나이트클럽 사장이나 위락업체의 사장이었다. 그래서 사고가 난 적도 있었다. 검찰 내부에서도 문제라고 하면서도, 그것을 단순히 고치지 못한 것이다. 이번 기회에는 정말로 달라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